‘미성년’ 성숙과 미성숙 사이로 던지는 섬세한 질문…감독으로서 기량 증명한 김윤석 (종합)
‘미성년’ 성숙과 미성숙 사이로 던지는 섬세한 질문…감독으로서 기량 증명한 김윤석 (종합)
  • 승인 2019.04.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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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이 ‘미성년’으로 감독으로서도 뛰어난 기량을 증명했다.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윤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배우 김윤석이 감독으로서 첫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대처하는 각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성년, 성숙한 어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날 김윤석 감독은 “감독이자 대원 역을 맡은 김윤석이다. 잊을 수 없는 날인데 실감이 나질 않는다. 당이 많이 떨어져있다. 뼈가 아프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며 떨리는 심정을 전했다.

김윤석 감독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술에 취해서 코를 골고 자고 있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그 옆에서 가슴에 피멍이 들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윤석 감독은 “그런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해내는 연기자분들을 선택했고 시나리오를 보내드렸다. 특히 염정아, 김소진 씨 경우는 이 대본에 담겨있는 느낌을 훌륭히 소화할 거라 생각해서 부탁드렸다. 행복한 작업을 했다. 주리와 윤아 역을 김혜준, 박세진이 연기했는데 처음부터 오디션을 보려고 했고 당시 참석해서 한 달이 넘는 기간을 거쳐 뽑힌 분들이다. 신인이지만 저의 선택의 기준은 기교나 기술로 연기를 매끄럽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서툴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분을 선택했다”며 캐스팅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김윤석은 사건의 계기를 만드는 대원 역에 관해 “대원은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다. 사전적 이유로 보면 군부대 혹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대원은 익명성을 지니길 바랐다. 굉장히 약해서 옹졸해지고 치사해질 때의 모습을 대변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원의 캐스팅이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었는데 부탁하기 너무 힘든 배역이었다. 제가 의도적으로 대원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옆모습이나 뒷모습으로 찍었다. 대원은 굉장히 조절이 필요했다”라며 “자칫 분노의 파장이 너무 커서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네 사람의 장면이 오염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감독인 내가 대원 역을 하면서 조절하는 게 나을 거라 판단했다”고 본인이 직접 캐릭터를 연기한 이유에 관해 밝혔다. 또한 그는 “감독으로서 ‘미성년’을 바라볼 때는 빈말이 아니라 우리나라 중견 여성배우, 신인배우 중 이 사람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신인감독의 패기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혜준은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따듯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너무나도 오디션을 잘 보고 싶었다. 준비를 하면서 아무래도 17세 역할이라서 당시의 내 고민과 평범한 행동을 떠올려봤다. 실제로 다녔던 고등학교도 가보고 관찰해봤다”며 캐릭터 준비 과정에 관해 밝혔다.

박세진은 “오디션을 보기 전부터 인물이 큰 사건을 따라가는 영화보다 인물 개인의 감정을 따라가고 극복하는 영화들을 좋아했다. 오디션 대본을 받고 단숨에 읽고 너무나 감명 깊었다. 신인배우를 뽑는다면 내가 된다면 너무나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세진은 “시나리오를 보면 윤아는 처음에는 단단한 모습이 많지만 이후 여린 모습이 드러나는 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껍질을 다 벗긴 윤아의 모습은 그 나이에 맞는 여고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염정아는 “감독님이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사소한 감정을 이야기해주는데 너무나 와 닿았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현장에 가고 싶었다. 현장 생각이 많이 난다. 영광이었다”며 김윤석 감독과의 작업에 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소진은 “감독님이 너무 섬세한 것 같다. 여자의 마음을 잘 읽으시는 것 같다. 본인의 섬세한 성향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 각 인물에 대한 것들이 분명했다. 주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배우 말고도 다양한 배우들이 나온다. 각각에 관한 깊은 고민과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느낌을 영화로 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며 영화를 촬영한 소감을 전했다.

김윤석은 영화의 원작에 관해 “원래 희곡이 원작이다. 원작은 주리와 윤아의 비중이 거의 70%였다. 작가님과 함께 말한 것이 어른의 비중을 높이는 거고 대원의 비중을 어디까지 두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며 “3년 정도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도중에 대원을 완전한 악역으로 만든 적도 있었다. 그러면 죽여야 할 것 같았다. 네 명의 진정성에 모든 걸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원이 분노를 유발시키면 파장이 너무 커서 네 사람의 이야기를 오염시킬 것 같았다. 그래서 대원을 통해 굉장히 웃픈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쉬어가는 듯하고 허탈하고 때로는 못나보이기도 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그 수위 조절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윤석은 “굉장히 열심히 만들었지만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오래 이야기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성년’은 오는 4월 11일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