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로맨스는 별책부록’ 정유진 “행복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NI인터뷰] ‘로맨스는 별책부록’ 정유진 “행복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승인 2019.03.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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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겨루로 출근해야할 것 같아요. 이런 긴 책상을 볼 때마다 겨루의 회의실이 생각나기도 해요.(웃음)”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속 송해린은 조금 특별했다. 남자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주인공 사이에 훼방을 놓는 악역이 되지는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거절당한 후에도 그들의 옆에 남아 새로운 사랑을 찾아갔다. 그렇기에 시청자에게 있어서 송해린이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자신만의 색으로 송해린을 그려낸 정유진의 노력이 있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출판사 ‘겨루’를 배경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극중 정유진이 맡은 송해린은 입사 3년차에 저보다 더 일찍 입사한 채송이(이하은 분)보다 먼저 승진, 2대 얼음마녀라고 불릴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고 그만큼 업무 능력 뛰어난 캐릭터다. 하지만 이런 설정 속에서도 송해린은 결코 얄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유진은 이에 대해 “저희 드라마만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작도 그렇고, 제가 커리어 우먼에 일 잘하고 똑 부러지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어요. 그럴 때마다 극중에서 주위의 시기, 질투가 그려지고는 했어요. 그런데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그런 시기나 질투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어요. 저희 드라마가 착한드라마, 따뜻한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죠.(웃음) 초반에 신입들을 잡는 장면이 있었어요. 위계질서를 가르쳐주는 신이었는데, 강단이(이나영 분)가 서운했다고 말할 때 저는 회사 선배로서 ‘오래 남으려면 버텨야 된다’라고 말하죠. 그런데 단이는 ‘저는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요. 그게 저희 드라마를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해린이는 그걸 인정하고 단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잖아요. 일적인 건 딱딱하게 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하고 그 사람이 말하는 걸 거부감 없이 받아드리는 것 자체가 이 캐릭터의 매력인 것 같아요.”

 

특히 정유진은 주인공 차은호(이종석 분)를 짝사랑하며 4각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희 또한 위험한 소재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자칫 잘못하면 갈수록 캐릭터가 망가질 수 있는 만큼 정현정 작가 역시 걱정했다고. 그는 “작가님이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얘기해 줬다”라며 “중간 중간 지서준(위하준 분)과 러브라인이 있을 때도 작가님이 물 흐르듯 잘 써주시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전작들에서는 당당한 ‘차도녀’지만 어떻게 보면 얄밉고 주인공을 훼방 놓는 역할이었어요. 그 다음 작품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로 선택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죠. 분량을 떠나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거든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게 아니라 친한 친구로서 조언해주는 역할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캐릭터를 만나게 됐죠. 초반에 작가님과 이야기 할 때 주인공을 좋아하고 얼음마녀라는 설정을 봤을 때 조금 주저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애초부터 해린이는 단이와 적대감 없는 캐릭터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사랑하고, 회사에서 교과서 적인 부분 때문에 후배들에게는 차가워 보이는 것일 뿐이지 네가 주인공을 시기질투 한다거나 그런 건 없다’라고 해주셨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송해린이라는 캐릭터를 만난 정유진은 첫 인상에 대해 “많이 어려웠다”라며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감정 전환도 빠르고, 다이내믹하고, 갭이 커서 어떻게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그래서 상의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해 안 되는 신은 현장에 가서 많이 물어봤다. 제가 준비를 해 가면 현장에서 많이 고쳐나가거나 그대로 하거나 하는 식으로 완급조절을 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차이고 나서도 회사에서 계속 봐야 한다는 어려움을 어떻게 연기하고 선을 지켜야하나 고민했어요. 그리고 제가 낸 답은, 이 사람을 짝사랑 했지만 사람으로도 잃고 싶지 않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술에 취해서 작은 응징을 하긴 했지만요.(웃음) 저희 드라마가 착한 드라마인 게, 부모님이 대신 귀엽게 복수하는 부분을 잘 써주셨어요. 마음은 아프지만 은호를 잃고 싶지 않고, 단이도 마찬가지니까요. 지서준의 집에서 ‘괴롭히고 싶은데 두 사람을 좋아한다. 잃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해요. 이 대사가 있기 때문에 후에 은호를 대할 때의 감정들이 잘 정리 된 것 같아요.”

평소 대본을 보거나 캐릭터를 연기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는 정유진은 송해린에게도 배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하는 사람들을 너무 놓고 있었고, 제가 지켜야할 기본 적인 걸 너무 생각하지 않고 있었더라. 전작도 그렇고 그런 신들이 많았다”라며 “제가 갖지 못한 성격이 캐릭터에 녹아 있으니 그걸 간접적으로 보며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 ‘나도 이런 일 있을 때 이렇게 확실하고 멋있게 돼야지’하며 노력하고, 배우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모델로 시작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지 4년. 정유진은 지금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이라는 게 어려운 것 같다”면서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만족하려 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엄격했다는 그는 “‘W’ 이후 공백기를 가지면서 저를 많이 돌아봤다”며 그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2년 남짓한 공백기를 지내며 ‘나를 많이 사랑해 주자’라는 생각이 커졌다고. 그는 “지금도 제 연기를 보거나 사소한 것도 후회하지만, ‘어쩌겠어. 지금의 나도 난데’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정유진은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배우로서 갈증이 있다”라며 변함없는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던 장르나 캐릭터 등 더 나아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특히 그는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와 제 성격 많이 다르다”라며 “저 정유진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맡고 싶은 것도 배우로서의 욕심”이라고 털어놨다.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처럼 똑똑하고, 당차고, 모든 것을 다 가졌고,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돌 직구 타입이 되는 인물이 아니에요. 패션도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는 게 아니라 화장도 안하고 트레이닝 복만 입고 다니거든요.(웃음) 스타일링은 다 던져버리고 저만을 위한, 제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배역의 크기나 중요성을 떠나 스스로가 “대중들한테 확실히 행복을 드리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 “좋은 에너지, 긍정적인 에너지, 캐릭터를 떠나 ‘내가 기분이 좋아 지더라’ 하는 느낌을 받게끔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정유진의 바람처럼, 앞으로 그가 전할 ‘행복 에너지’에 기대를 모아본다.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