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왕이 된 남자’ 이세영, 행복의 의미를 전하다
[NI인터뷰] ‘왕이 된 남자’ 이세영, 행복의 의미를 전하다
  • 승인 2019.03.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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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를 계기로 느낀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모든 게 감사하고, 의미도 남다르죠.”

인터뷰 장소에 등장한 이세영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과 간식거리가 포장된 봉투를 취재진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인터뷰 전 취재진들이 건네는 명함을 받기만하기 죄송했다는 그는 자신이 직접 소속사에 건의해 자신만의 특별한 명함을 만들었다며 웃었다. 실제 소속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양식을 그대로 차용한 이세영의 명함과, 직원들과 함께 손수 포장했을 봉투에서는 그의 정성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듯 했다.

“이번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 이렇게 기자님들과 만나는 것도 감사하고, 저한테 큰 작품을 믿고 맡겨주신 감독님도 감사하죠. 신뢰할 수 있는 분들과 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동료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세영은 지난 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중전 유소운 역으로 분했다. 지난 2012년 KBS ‘대왕의 꿈’ 이후로 7년 만에 도전하게 된 사극이었지만, 정통 사극이 아닌 픽션이 섞인 퓨전 사극인 만큼 이세영은 “간결하면서도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사의 템포를 빠르게 했다. 대하사극으로 갔다면 예전 사극들을 모니터링 했을 테지만, 그렇지 않아서 중전이 써야하는 평성체만 연구 했다”라고 설명했다. 시대상에 맞춰 자세나 걸음걸이 등의 태도를 많이 연구했고 중전인 만큼 캐릭터 적으로 제약이 있기도 했지만, 정통 사극이 아니라 좀 더 표현의 자유가 있었다고.

 

특히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개봉해 1200여 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광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이미 한 차례 흥행을 거둔 작품을 리메이크한 만큼 그에 임하는 배우들 역시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세영은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상대 배우가 여진구지 않나”라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고, 영화에 덜 다뤄졌던 멜로가 강화됐다. 소운이 캐릭터도 명확하게 역할이 있고 중심 잡혀있어서 걱정 없었다”라면서도 “다만 대중들이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와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저는 저잖아요. 소운이를 표현한 이세영도 저고 예능에서 장난치는 막내의 모습도 저인데, 아무래도 대중들은 예능에서 보던 애가 중전을 한다고 하니 ‘어울릴까?’하고 생각하실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한복을 입고 하나하나 조금씩 변신 할수록 저절로 자세도 나오고 이세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몰입이 되고 집중을 하니까,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어떻게 보실까’하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됐죠.”

이세영은 인터뷰 동안 나온 질문들을 직접 챙겨온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메모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실제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진구는 이세영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 묻자 “성실한 분이다. 항상 자기를 의심하더라”라며 “모든 걸 정리 한다. 제가 배워야 될 점”이라고 답하기도 했던 바. 이에 그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걸 잊지 않기 위해 적어 둔다”라고 설명했다.

“진구씨는 머릿속에 각인시키지만, 저는 금방 깜빡해서 대본에 적어 둬요. 감정 선이나 그런 것들을 적어 뒀다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씩 확인하고 들어가는 식이었죠. 연기를 할 때 최대한 진짜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최대한 준비해서 들어가려고 하고 있어요.”

 

1997년, 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방송 활동을 시작해 꾸준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성인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 온 이세영. 특히 이번 ‘왕이 된 남자’의 유소운을 통해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던 그는 ‘유소운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냐’는 질문에 “한 단어로 얘기 하면 절제다. 그리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사실은 엄청 처절하게 궁 안에서 살아남는 캐릭터다. 그런 처절함과 처연함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중전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화를 드러내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크게 웃거나, 화내거나, 울지 못하잖아요. 그런 걸 표현할 때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런 것에서 오는 감동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아요. ‘이런 힘이 있구나’하고 절제의 미학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이세영은 이번 작품이 앞으로 더욱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매번 작품을 볼 때마다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이나 뻔히 어떻게 할지 예상이 가지 않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처음에는 이 역할을 함에 있어서 부담이나 걱정도 있었지만, 감독님과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계속 또 도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더 욕심이 나고 자신 없더라도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 해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성인되고 했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나 ‘최고의 한방’, ‘화유기’ 등 전부 겹치는 캐릭터가 없었어요. 다 제 안에 있는 모습이었고, 그때 그 캐릭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명확하게 다 있어서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최애작’이죠.”

20여 년 간 수많은 캐릭터들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맡을 때 마다 그 나름의 장점을 찾으려고 했다”는 그. 오랜 기간 동안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며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세영의 굳건한 ‘행복 철학’이 숨겨져 있었다. 이세영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행복은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다른 것 같다”라며 조심스럽게 답을 꺼냈다.

“아무리 좋고, 크고, 멋있는 걸 가져도 그보다 더 멋진 걸 바라면 행복할 수 없잖아요. 제가 생각하기 나름이죠. 남들의 행복은 모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촬영 대기시간이 길어져도 ‘붓기 빠져서 다행이다’ ‘멋진 자연광경에서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다’라는 생각들을 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 항상 웃게 되나 봐요.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루고 싶은 목표를 꼭 이뤄야만 행복하다면, 인생의 절반 정도는 행복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정체하지 않고 나아가지만, 매 순간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프레인T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