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종명 앵커, 윤지오 인터뷰 논란 "성인지 감수성 떨어져…무책임한 2차 가해 될수도"
왕종명 앵커, 윤지오 인터뷰 논란 "성인지 감수성 떨어져…무책임한 2차 가해 될수도"
  • 승인 2019.03.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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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종명 앵커가 고 장자연의 친구인 배우 윤지오를 인터뷰하며 일으킨 태도논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윤지오는 18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했고, 이날 왕종명 앵커는 윤 씨에게 '장자연 리스트'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앞서 윤지오는 지난 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장자연과 관련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곧이곧대로 증언했으나 다 묻혀버렸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또 그는 장자연이 남긴 유서에 대해 “유서가 4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유족 분들이 보시기 이전에 먼저 봤다. 페이지가 한 쪽이상이었고 거기엔 국회의원, 영화감독, 유명 신문사 사장 이름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 국회의원의 이름에 대해 "좀 특이한 이름이었다. 일반적인 이름은 아냐"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 작성한 문건과 관련해 "그것은 유서가 아니었다"고 밝히며 "장자연의 소속사와 기획사 측 관계자들도 알고 있던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18일 왕종명 앵커는 "오늘 장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조선일보 기자의 비공개 재판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윤지오에게 "오늘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었다. 누군지 말해줄 수 있나"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지오는 당황하며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왕 앵커는 "(추행을 목격한) 다른 연예인이 있다고 했는데, 누군지 말해줄 수 있나"라고 재차 요청했고, 윤지오는 "증언자로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은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권리를 그분께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끝으로 왕 앵커는 "장자연 문건에 방씨 성을 가진 세 사람,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이 있다고 진상조사단 측에는 진술했는데 공개할 의향은 있나"라고 물었다. 

결국 윤지오가 "10년 동안 일관되게 진술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도 시달렸다. 결국에는 해외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고, 오기 전에 교통사고도 있었다"라며 실명을 공개할 경우 본인의 삶이 피해를 본다고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왕 앵커는 "생방송 뉴스에서 말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빠른 걸음이 될 수 있다"라며 윤지오를 압박했다.

12일 윤지오는 서울동부지검에 있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 조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 회견에서 故 장자연의 문건에 등장하는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 등 4명을 검찰에 특정했다.

이와 관련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이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을 반영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윤지오를 배려하지 않고 실며을 고개하라고 압박하는 왕종명 앵커의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왕종명의 계속되는 질문에 윤지오는 "제가 발설하면 책임져주실 수 있나"라고 까지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말하는 것은 몇 분에 불과하지만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이 따른 것이 사실이다. 경찰 검찰에 일관되게 말씀드렸고, 이제는 경찰과 검찰이이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저는 시민이자 증언자로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어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인터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면 피의자 신분으로서 배상을 해야한다. 그 분들에게는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 또 그들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다"라며 본인이 입을 피해를 호소했다.

하지만 왕종명 앵커의 태도는 뉴스가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에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의 남정숙 대표는 19일 미디어SR에 "왕 앵커의 모습은 성인지 감수성이 너무 떨어져 보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언론이 연약한 피해자 개인의 입을 빌어 가해자의 이름을 말하게끔 하는 비겁함이다. 이는 엄연히 2차 가해이자 갑질이다. 개인이 혼자서 싸우는 것을 도와주지 못할 망정 피해자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인데 무책임하게 2차 가해를 하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남 대표는 "유지오 씨가 증인으로 나섰지만, 그 역시 현장에 있었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원하지 않은 자리에 간 또 한 사람의 피해자였다"라며 "그런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대하는 언론의 성인지감수성은 너무나 낮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기대지말고 언론 스스로 윤지오 씨처럼 용기있게 폭로하길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윤지오는 고 장자연이 출연한 KBS2 ‘꽃보다 남자’에서 단역으로 함께 모습을 비춘 배우다.

데뷔 전 대형기획사에서 2년간 연습생 시절을 보내는 등 어려운 시절을 보낸 윤지오는 타고난 몸매 덕에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다. 

각종 미인대회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아시아모델협회 운영위원과 친환경 홍보대사 등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또 윤지오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중학생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 윤 씨는 귀국해 한양대 대학원 국제경영 ‘최연소 MBA 석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영화, 연극, 방송 예능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던 윤지오는 2012년 11월 연극 ‘뉴보잉보잉’을 끝으로 돌연 활동을 멈췄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장자연의 성추행 피해 증언 이후 혼자 지내는 것이 힘들어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뉴스인사이드 이서윤 기자/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