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칼럼] 아이돌, 정말 ‘상품’이 되면 곤란하잖아?
[SS칼럼] 아이돌, 정말 ‘상품’이 되면 곤란하잖아?
  • 승인 2009.08.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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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와의 이해 관계로 설전중인 동방신기 ⓒ SSTV

[SSTV 배영수 기자] 현 연예계의 가장 ‘핫이슈’ 중 하나라면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전 소속사로부터 당했다는 감금 폭행 사실, 그리고 동방신기의 멤버 3명이 SM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가처분소송의 두 가지 건이 아닐까 한다.

우선 유진 박의 소속사는 전 소속사에서 그를 여관방에 가두고 중국 음식만 먹이며 폭행을 가했다고 밝혔지만, 그들의 팬 클럽 등지에서는 사진 자료들을 비롯한 여러 가지 근거들을 제시하며 “전 소속사가 이름만 바꾼 게 현 소속사”라며 구명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중이며, 동방신기의 세 멤버(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과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주장은 상이한 면이 너무 많아 아직까지는 누구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 보인다.

유진 박의 경우는 결국 어느 한 쪽의 철저한 부당계약으로 이어진 사태가 결국 비인간적인 행태로 드러났다는 것이고, 동방신기의 경우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계약과 이후 수정 건에 대한 양쪽의 이해가 서로 달라 일어난 일이다.

이번 건에서 나타난 가장 큰 요지라면, 자본주의의 형태에서 보여지는 ‘투자’의 목적이 사물이 아닌 인간에게 적용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처 혹은 앙금이 얼마나 깊게 곪아들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아주 씁쓸한 광경이다.

물론 지극히 이성적인 주관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월급을 받고 어딘가에 소속되는 모든 사람들’ 그 자체가 자신이 보유한 ‘브랜드’에 대해 회사의 ‘투자’를 받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그러나 그 적용이 아티스트에게까지 이루어진다면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유독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은 자신들의 이름 앞에 소속사의 이름이 강하게 부각된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는 늘 SM의 이름이 따라다녀야 하며, 과거의 핑클과 SS501 등은 DSP, 빅 뱅과 2NE1은 YG, 원더걸스와 2PM 등은 JYP 등, 언급된 그룹들 대부분은 소속사들이 그들 개인의 팀명보다 더 강하게 부각되는 측면이 짙다.

즉, 작곡을 하고 안 하고의 여부를 떠나 우선적으로는 음악을 다루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네 회사원들, '정말 사원'과 정말 다를 게 없는 현실이 그들의 상황이 됐으니 이것 참 답답하기만 하다. 소속사들의 이름이 그만큼 강하게 부각됐다는 건 그들 자체가 ‘상품’이 되어버린 인상을 더욱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결국 ‘상품’으로 전락한 ‘극단적’인 사례는 몇 주 전 한 TV 프로그램에도 있었다. 지난 7월 29일 밤 11시, MBC의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는 갓 데뷔한 신인 여성 걸 그룹 티아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필자도 마침 잠이 오지 않아 우연찮게 TV를 시청할 수 있었는데, 보고 난 뒤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 왜 당일 방송도중 그들의 소속사 사장인 김광수 씨가 직접 전화통화로 출연해 티아라를 잘 부탁한다는 ‘간섭질’을 했을까. 그들은 ‘입’이 없었나? 그들이 속칭 ‘떠야 하는’ 데에 왜 김광수 씨의 존재가 필요했을까? 그 모습을 보면서 "김광수 씨가 ‘티아라’라는 신상품을 만들어서 홍보하는 것 같은 인상"만을 받은 사람이 비단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티아라 ⓒ MBC 방송캡쳐

이날 방송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모두 김광수 씨의 전화 목소리에서 나왔다. 반대로 메인 게스트인 티아라 멤버들은 남자친구 얘기나 어설픈 개인기 보여주기 등 속칭 '별로 한 게 없는' 모습만을 보였다. 이 방송을 시청한 후 느껴지는 불쾌감은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니었으리라. 마침 타 매체의 기자가 기사를 통해 비슷한 견해를 드러낸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위와 같은 모습은 현재 아이돌 밴드와 소속사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 치의 가감 없이 얘기하자면, SM, YG, DSP 등의 이름을 가진 숍에서, ‘동방신기’, ‘빅 뱅’, ‘SS501’ 등의 상품을 진열해 놓고 "골라요 골라"를 하는 식이다.

소속된 연습생의 ‘상품’들은 기획사의 ‘스토어’가 요구하는 대로 규격을 맞춘 뒤 다 되면 출시되는 ‘브랜드 상품’과 다를 게 없다. 자연히 팀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것은 회사의 소유지, 멤버들의 것이 아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정확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동방신기의 건은 결국 ‘공생’보다는 ‘공멸’로 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지난 HOT의 사례와 지금이 너무나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고(심지어 회사도 똑같다!),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이 돌아선 ‘법적인 잣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일로 그룹이 와해된다면 이번 사건은 소송을 제기한 세 멤버들에게 가장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들이 ‘동방신기’를 떠나서 지금과 같은 인기를 계속 얻을 수 있을 거라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 역시 극히 부정적인 평가밖에 내릴 수가 없다. 애당초 소속사의 잣대에 맞게 키워졌고 그에 해당하는 네트워크가 다 구축된 마당에 그 틀을 떠나서 다른 기획사와 손잡고 그 모든 걸 다시 만들겠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다른 사례를 보지 않아도, 본인들의 직속선배 HOT를 보면 그 결과가 아주 잘 예측된다. 해외에서 만만찮은 인기를 얻었다고 판단한 HOT의 멤버 세 명은 소속사와 돌아선 이후 인상적인 활동을 펼치지 못했으며, 남겨진 두 명 역시 마찬가지. 그 시절 얻었던 ‘인기’가 온전히 본인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해체의 수순을 밟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해외의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뉴 키즈 온 더 블록 아니겠나.

그와는 반대로, SM은 이번에 세 멤버들의 소송에 자신 있게 반박하는 모양새다. 필자의 예상이 맞다면 그들은 "세 명을 놓치면 아쉽긴 하겠지만, 그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 그에 준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획과 연습생들을 보유하고 있고, 그 보유품들을 이용해 신상품을 또 만들면 그만"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설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뒤이어 나타난 소녀시대나 샤이니 등 뒤이어 나타난 ‘신상’들이 적어도 국내 활동만큼은 잘 메우고 있지 않은가. 경제 구조로 치자면 ‘대기업 횡포’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구도다.

지금의 양태, 즉 기획사가 가수를 상품화시켜 데뷔시키는 현재의 사이클은 정말 곤란하다. 기획사는 가수들에게 지원을 해 주고 약속된 수익을 챙기는 '제 2의 집단'이어야지, 가수들을 장악해 브랜드화 시키려는 '제 1의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당분간 이러한 악순환 계속 이어질 것이고, 해당 아이돌 스타들을 맹종하는 팬들은 계속 상처를 입을 것이며, 마니아들은 더욱 더 한국 음악에 대한 손길을 거부할 것이라는 점이다. 안타깝다. 지금의 상황이.

[스포츠서울TV 새이름 SSTV|www.newsin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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