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칼럼] 힙합 뮤지션들, 음악계에 활력 불어넣다!
[SS칼럼] 힙합 뮤지션들, 음악계에 활력 불어넣다!
  • 승인 2009.08.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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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 ⓒ SSTV

[SSTV 배영수 기자] 음악계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요즘의 가요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정규 앨범보다 디지털 싱글 혹은 EP 형태의 소규모 앨범들이 발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포미닛과 소녀시대 등 요즘 소위 잘 나간다는 걸 그룹들을 비롯해 대다수 아이돌 스타들의 활동은 싱글 형태로 달랑 한두 곡 정도만을 발표하고 해당 곡에 ‘올인성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

발표되는 곡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안 그래도 변화에 민감한 대중들의 소비도 그만큼 빨라지고, 가수들의 활동 사이클 역시 짧아지는 순환적인 구조는 현 가요계의 ‘싱글 지향성 모드’를 나타내고 있는 단적인 예다.

활동 주기가 1년 내지 2년 사이였던 과거에 비해 요즘 가수들의 경우는 활동과 휴식의 기간을 합해 6개월이 채 되지 않으며, 심지어 분기별로 나누어 1년에 4번의 활동과 휴식의 사이클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텀이 빨라지다 보니 기획사들 역시 시기에 맞춰 발 빠르게 아이템을 내놓아야 하는 고충도 따른다.

물론 한 곡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장점도 있긴 하겠지만 현재의 이러한 현상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확실히 더 많은 듯 하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엄연히 창작을 위한 ‘재충전’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그러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창작을 하는 뮤지션들은 물론, 곡을 쓰지 않는 아이돌 스타들에게도 ‘에너지 충전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의 힙 합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이러한 순환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디지털 싱글 등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뮤지션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 전국구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힙 합 아티스트들의 활동은 한 곡에 대한 올인성 전략보다는 전통적인 정규 앨범에 의한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최근 2CD의 포맷으로 앨범을 발표한 드렁큰 타이거(타이거JK)와 ‘외톨이’라는 곡으로 각종 음원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던 아웃사이더, 그리고 독립기획사를 차려 독특한 형태의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에픽 하이 등이다. 특히 드렁큰 타이거의 8집 앨범은 2CD 포맷에 27곡이라는 방대한 양을 담아 시대의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변에서 모두가 미친 짓이라던 그 음반은 그러나 오히려 ‘음반이 없는 시대에 유독 튀는 정규 음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박 행진 중이다. 음반은 오프라인에서 5만 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전 트랙의 다운로드 횟수가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재석과 윤미래 등이 합작해 만든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의 ‘Let’s Dance’가 누린 인기는 사실 시작에 불과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 역시 정규 앨범으로 승부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 낸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7년 1집의 판매 부진으로 ‘지역구 스타’에 머물렀던 그는 2집 ‘마에스트로’에서 14인조 스트링 세션을 도입한 ‘외톨이’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비록 플로우(부드럽게 랩을 하는 스킬)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아직까지 그를 따라다니긴 하지만 2집에서 보여준 다채로운 주제의 가사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아웃사이더의 앨범 히트는 발매 전 음원 유출 사고 등의 내환을 겪고 이루어 낸 성공이라 더욱 가시적이기도 하며, 1집 때와는 다르게 ‘엠카운트다운’, ‘음악중심’ 등 아이돌 스타들의 전유물 같은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해 방송을 소화한 것이 10대들에게도 어필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독립기획사 설립 후 더 좋은 활동 보여주는 에픽 하이 ⓒ SSTV

에픽 하이는 인디 신의 가내 수공업 방식을 도입해 큰 피드백을 얻어낸 대표적인 경우다. 넬, 지선 등이 소속되어 나름 아티스트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기획사로 좋은 평가를 받는 ‘울림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종료된 직후, 그들은 재계약보다는 스스로의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자 ‘맵더소울’이라는 독립 레이블을 설립하여 발표하는 앨범들마다 독특한 포맷을 곁들여 팬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최근 그들이 발매한 리믹스 앨범 역시 정규 앨범에 준하는 규모의 것이었으며, 여기에 정형돈과 함께 한 ‘전자 깡패’로 개그적인 요소까지 곁들이며 그들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그들의 일상들 중 코믹한 부분들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아직 설익은 감이 다소 있긴 하지만 초장부터 정규 앨범으로 승부해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여성 래퍼 이비아와, 엔터테이너로도 다능한 활약을 펼치는 MC몽, 그리고 힙 합의 계열은 아니지만 나름 흑인 필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 역시 정규 음반의 형태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대표적인 ‘드문’ 아티스트다.

어떻게 보면, 힙 합의 경우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싱글보다 정규 앨범의 형태로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힙 합’이라는 음악을 하게 되는 여러 동기들 가운데 중요한 것이 바로 ‘할 말이 많아서’다. 실제 아웃사이더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는 다수의 힙 하퍼들은 필자에게 그러한 동기가 있다고 밝혔던 바 있었다.

많은 메시지를 전하려면 아무래도 한두 곡의 디지털 싱글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말을 전하려면 그만큼 많은 곡과 긴 러닝타임이 필요하고, 그래서 힙 합 아티스트들 상당수가 디지털 싱글의 트렌드를 거부하고 정규 앨범의 형태를 고수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것은 ‘힙 합’이라는 음악 장르의 특성에 의거해 필자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물론,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다른 원인들도 얼마든 있으니 말이다.

저명한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통해 “모든 트렌드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으며, 디지털 싱글 시대에 정규 음반을 내는 것은 일종의 ‘반작용’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었다. 힙 합이라는 장르를 잘 몰라서 필자의 분석에 그다지 진동이 와 닿지 않는다거나, 필자의 의견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되어 부정하고 싶다면 이 견해를 원인으로 잡아도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짤막한 이야기밖에 전달할 수 없는 디지털 싱글 시대에 아직도 많은 이야기를 응축해 전달하려는 뮤지션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들이 보여주는 뚜렷한 존재감으로 인해 아직 ‘음반’이라는 형태가 가치 있음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지 않을까.

2005년 11월 한국에서 LP를 찍던 공장이 사라졌을 때 아쉬움을 토로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CD 역시 서서히 이 땅에서 이별을 고할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선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그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과연 “그것이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또 다른 패러다임이 요구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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