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날건달 동춘이' 김인권, '명품조연'의 재발견
[SS인터뷰] '날건달 동춘이' 김인권, '명품조연'의 재발견
  • 승인 2009.08.0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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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 SSTV

[SSTV | 최수은 기자, 황예린 PD] 10여년의 세월을 숨 가쁘게 달려온 배우 김인권은 꿈 많은 소년에서 어느덧 두 딸의 아버지가 돼 있었다.

그런 그의 짧지 않은 세월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영화 ‘해운대’서 거칠지만 따뜻한 옆집 청년 오동춘을 연기한 김인권은 배우로서 또 한 번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극중 동춘은 동네 날건달이자 연희의 초등학교 동창. 어머니와 함께 작은 잡화점을 운영하지만 가게 일이나 취직에는 관심이 없다. 매일 동네를 배회하며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것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만들어 어머니의 속을 썩이는 인물.

영화 ‘송어’에서 ‘해운대’까지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다른 누구보다 앞을 보고 달렸던 꿈을 품은 배우 김인권을 만났다.

‘해운대’ 다시 찾아온 기회

송승헌, 권상우와 함께 ‘숙명’에 출연했던 그는 실감나는 ‘마약중독자’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그 이후 1년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이후 지난해 ‘송어’때부터 인연이 닿아 서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설경구의 전화한통으로 김인권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설경구 선배님이 직접 전화를 준 건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전화를 받으니 ‘너 윤제균 감독 알어? 빨리 이쪽으로 와봐’라고 하시기에 친구와 함께 용인에서 대리운전 4만원에 강남까지 한걸음에 달려왔죠.(웃음)”

그렇게 설경구와 윤제균 감독과의 술자리에서 김인권은 영화 ‘해운대’의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두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제의를 승낙했다.

“두 분 다 나에게는 너무 강한 믿음을 주시는 분들이죠. 설경구 선배님은 내 배우 시작의 처음에 만난 분이예요. 윤제균 감독님 또한 배우의 숨어있는 진면목을 끌어내주실 거라는 믿음을 주는 분이죠. 감독님께서 ‘인권아, 네가 이 영화 끝나고 나면 너는 '해운대' 전과 후로 기억될 거야. 난 그렇게 만들 자신 있다’라고 하셨어요.”

부산, 동네 양아치 동춘

부산 해운대 토박이 동춘. 백수건달로 동네를 하릴없이 배회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고, 자신의 조카뻘 되는 아이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한마디로 ‘골 때리는’ 동네 양아치다. 하지만 김인권은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따뜻한 구석도 있는 동춘이란 인물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동춘이 역할은 다 감독님이 연기하셨어요. 감독님이 보여주시는 표정, 말투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연기해주셔서 촬영하러 현장에 가면 막상 준비한 건 해보지도 못했어요. 물론 나도 내가 처음에는 내가 준비한 것 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감독님이 그 캐릭터에 애착이 강하시고 지켜보니 감독님만 따라가면 뭔가 나올 것 같았죠. 처음엔 모방수준으로 연기하다가 나중엔 그 감정까지도 다 이해가 됐어요.”

‘해운대’ 촬영을 위해 부산에서 머무는 동안 김인권은 스태프들과 함께 먹고 자고 하면서 실제 영화 속 동춘이처럼 살았다. 그는 동춘이처럼 입고, 말하다 보니 정말 동춘이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또한 그는 촬영장에 불쑥 찾아와 스태프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욕을 하며 오토바이를 몰고 촬영장을 혼란하게 했던 동네 주민을 보고 동춘이의 캐릭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모습을 봤으니 감독님이 저를 통제하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역할을 하다보면 비슷하게 살게 돼요.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동네사람들과 술도 한잔씩 하고 사투리로 대화도 나누고 그렇게 살다보니 정말 동춘이가 되었었죠.(웃음) 촬영장 근처에서 술 마시고 노래도하고, 바닷바람 맞으며 전봇대 밑에서 잠도 잤어요. 겉으로 봤을 땐 진짜 노숙자처럼 보였을 거예요.”

   
김인권 ⓒ SSTV

아마도 그는 동춘이로 살았던 몇 개월에서 쉽게 헤어날 수 없었을 듯하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바른생활로 돌아갔는데 술만 마시면 동춘이로 변신했다. 주변의 민폐와 친구들의 해명으로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다시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며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감독’의 꿈을 품은 배우, 김인권

‘노력’ 하나만은 자신있다는 김인권은 요즘 새로운 딜레마에 빠졌다. 데뷔 10년차 배우가 된 그는 이제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기로 했다. 관객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기는 역할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다는 욕심으로.

“배우가 역할을 맡아서 그 인물을 사실적으로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접근하는 게 사실이죠. 이때까지 맡아온 역할들이 그리 호감가는 인물이 없었어요. ‘숙명’에서 정도완 역할을 한 뒤에는 지인들에게 안 좋은 말도 많이 들었어요. 물론 1차적으로 내 연기가 감독님을 만족시켜야겠지만 관객이 봤을 때도 비호감이 되면 안될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떤 역할을 할 때 어떻게 소화해야 되는지 알았어요.”

호감가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김인권의 꿈은 사실 감독이다.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그는 ‘송어’를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걸으며 감독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촬영장에는 그가 배워야 할 것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군대 제대를 하자마자 감독준비를 했어요. 근데 자신감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배우라는 역할만 하다 보니 나무만 보이고 산이 안보였어요. 또 배우로서 김인권이라는 사람이 관객들에게 기다려지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아직 이루지 못했고요. 아직 깜냥도 안 되는데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것 같았어요.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언젠가 산을 볼 줄 알게 되면 그때 윤제문 감독님과 김해곤 감독님 같은 연출가가 되고 싶어요.”

언젠가는 자신이 만든 영화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날을 기다리며 내일을 준비하는 김인권은 어제는 ‘도완’으로, 오늘은 ‘동춘’으로 앞을 걷고 있다.

[스포츠서울TV 새이름 SSTV|www.newsin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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