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지성과 '맨유맨' 박지성, 그리고 K-리그의 '굴욕'
'캡틴' 박지성과 '맨유맨' 박지성, 그리고 K-리그의 '굴욕'
  • 승인 2009.07.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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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 SSTV

[SSTV|박정민 기자] ‘캡틴’ 박지성보다 ‘맨유맨’ 박지성은 더욱 화려했다. 그 화려함 뒤에는 국내 축구의 비참한 현실만이 남아있었다.

24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FC서울의 친선 경기가 열렸다.

상암벌은 뜨거웠다. 기자의 부족한 어휘력 탓인지 '뜨겁다'라는 말 외에 다른 형용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경기장은 '박지성의 맨유'를 보러오기 위한 팬들로 가득 찼다. 6만 5천석 매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친선 경기가 시작하기 3~4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은 일찍이 몰려온 축구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말 그대로 '한 여름밤의 축구 축제'였다. 팬들은 세계적인 명문 클럽, 그리고 자랑스러운 대한건아 박지성이 소속된 맨유를 볼 수 있단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오후 8시 맨유와 FC서울의 친선 경기가 시작됐다. 박지성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의 모습을 보고자 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 전광판에 벤치를 지키고 있는 박지성의 모습이 비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관중들도 이런 현상이 기이했는지 환호가 끝나면 언제나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함께 했다.

벤치에 앉아 있던 박지성은 자신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어째야 좋을지 모르는 눈치였다. 옆에 앉아 있던 나니가 박지성을 툭툭 치면 머쓱한 웃음을 지을 뿐. 그렇다. 박지성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서 "아직도 관중들이 크게 환호하는걸 보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후반이 시작되고 20분이 지나도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후반 15분 경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폴 스콜스, 마이클 오언, 나니 등을 대거 교체 투입시키자 국내 팬들은 박지성이 '혹시라도' 출전을 못할까 불안했는지 '박지성'의 이름을 외치며 그의 출전을 희망했다. '희망' 보다 '강요'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오르자 경기장은 들썩였다. 박지성이 볼을 잡기라도 하면 경기장은 떠나갈 정도로 열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자 역시 박지성의 '광팬'으로서 박지성의 플레이, 특히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지성의 발놀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박지성 ⓒ SSTV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캡틴' 박지성과 '맨유맨' 박지성은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상암의 6만 5천석이 가득 찬 기적 같은 일은 '캡틴' 박지성이 아닌 '맨유맨' 박지성이었기에 가능했다. 박지성은 기자회견서 "대표 팀의 경기 때도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았겠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맨유의 많은 팬들은 '맨유의 박지성'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박지성의 맨유'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팬들이 '맨유'에 열광해 진실이라 믿기엔 조금 어려웠다.

K-리그는 더욱 비참했다. 맨유의 아시아 투어는 개최 전부터 말이 많았다. 맨유의 방한 경기로 인해 K-리그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 이때부터 K-리그의 굴욕은 시작된 것이였다.

물론 세계적인 명문클럽이 온다는 것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 축구의 젖줄인 K-리그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많은 K-리그 팬들의 생각이다. 일본의 경우 자국리그 일정 때문에 맨유 투어를 거절했지만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경기 개최를 확정지었다.

굴욕의 절정은 역시 경기 당일이었다. FC서울의 홈구장인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올드트라포드로 전락해버렸다. FC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은 "서울 홈구장이 꽉 차있는 것을 처음봤다"고 기뻐하면서도 "그러나 맨유가 아무리 세계적인 클럽이라 해도 한국 홈경기장에서 홈팀을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서쪽 한편에 자리잡은 FC서울의 서포터즈는 더욱 빛나 보였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힘찬 응원을 펼쳤다.

이날 경기는 펠레스코어 3-2 맨유의 승리로 끝났다. 맨유는 솔솔한 상업적 효과를 위해 앞으로도 아시아 투어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다. 빠르면 내년, 아니면 2년, 3년 후… 언젠가 맨유가 K-리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시 한국 땅을 밟는 날이 온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길, 적어도 FC서울의 '홈구장'이 '진정한 홈구장'이길 희망해본다.

[스포츠서울TV 새이름 SSTV|www.newsin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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