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27살 류현경, '평생 연기인생'을 꿈꾸다
[SS인터뷰] 27살 류현경, '평생 연기인생'을 꿈꾸다
  • 승인 2009.06.0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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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 ⓒ SSTV

[SSTV | 최수은 기자] 하고싶은 것에 열정을 다하며 당차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류현경의 이미지는 '똘똘이, 똑순이'였다. 그녀는 자신앞에 펼쳐진 '연기자'로서의 길을 자유롭고 불규칙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류현경의 첫 마디는 “영화 ‘물 좀 주소’가 어쨌거나 개봉해서 기쁘지만 제대로 볼 수 없어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영화학도' 다운 발언이었다.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 '물좀주소'가 디지털 상영관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비디오로 영상을 떠서 상영되는 바람에 화질과 화면 비율이 많이 달라졌기때문.

영화 ‘물좀주소’는 인정 많고 오지랖 넒은 채권추심원 구창식(이두일 분)이 비혼모 채무자 곽선주(류현경 분)을 만나게 되면서 좌충우돌은 그린 이야기. 류현경은 극중 22살의 비혼모 곽선주 역을 맡았다.

비혼모 역할, ‘과속스캔들’에 묻어가기라도 했으면...

류현경은 영화 ‘물 좀 주소’의 곽선주 역을 덥석 붙잡았다. 그저 캐릭터가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홍현기 감독을 찾은 류현경은 "'내가 어떻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선주 역을 맡게 됐다"며 "촬영이 끝나고 나니 정말 무엇인가 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선주는 여린데 여장부인 척하는 친구예요. 살아야 되니깐...”

‘물 좀 주소’에서 곽선주는 아이의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버림받는다. 버려짐에 대한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던 선주는 구창식(이두일 분)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며 위로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주는 먼저 그 손을 놓게된다. 갓 태어난 아이에 이어지는 빚독촉까지... 혈혈단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그의 말대로 안쓰럽기까지 했다.

“처음 감독님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는데 나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돼 있거나 하진 않아서 그냥 류현경으로 봐줄 것 같았죠. 내가 비혼모 역을 맡았다고 해서 ‘류현경이 너무 싫어졌어’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비혼모 역할 자체에는 부담이 없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 역할을 내가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확실히 부담스러웠어요. 경험이 없다보니 촬영 내내 무작정 아이를 내 아이처럼 안고 다녔어요. 그랬더니 점점 정이 들고 아이와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죠. 스태프들이 의심했을 정도예요(웃음).”

처음으로 비혼모 역을 맡은 류현경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무작정 몸으로 부딪쳤다. 자신의 아이처럼 안고 달래고 하며 아이와 정이들었다. 하지만 이내 서운했던 수유장면을 떠올렸다. 아이가 엄마 젖이 아니라서 울음을 터트려 결국 아이를 잠 재워 겨우 촬영을 마칠수 있었다고.

비혼모 역할은 지난해 저예산영화로 최다 관객을 동원한 ‘과속 스캔들’에서 박보영의 역과 사뭇 비슷하다. 박보영은 극중 여섯 살 박이 아들을 둔 비혼모로 등장해 가수의 꿈을 키운다. ‘물 좀 주소’의 곽선주 역시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오랜 소망이었던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된다.

“좋아요. 박보영씨 좋아요. 제 2의 ‘과속스캔들’로 묻어갈 수 있어서 더 좋아요(웃음). 영화 ‘과속스캔들’을 너무 재밌게 봤어요. 박보영씨가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물 좀 주소’와 다르게 박보영씨의 아이가 커서 받는 느낌도 재밌었어요.”

   
류현경 ⓒ SSTV

배우, 그녀의 '평생직업'

어릴 적 마냥 ‘서태지’가 좋아서 연기자의 꿈을 키워온 류현경은 연기를 시작하면서는 ‘현장’이 좋아서 무작정 연기를 해왔다. 연기학원에 등록해 처음 현장에 투입됐을 때를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를 맛본 류현경은 20살이 넘어서야 ‘연기자’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2년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기전을 찍으면서 김유진 감독님이 디렉션 하는걸 보고 영화라는 작업에 이런 매력이 있었고, 연기가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때서야 비로소 '평생 연기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류현경은 드라마 ‘떼루아’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속사와 이별을 결정했다. 연기를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린 그에겐 힘든 선택이기도 했다. 하고 싶은 연기를 편하게 하지 못하는 불편함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한 그녀는 현재 소속사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연기를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버거웠어요, 고심 끝에 결정했죠. 다시 소속사에 속하게 돼서 심적으로 든든하고 많이 편해졌어요. 김유진 감독님이 ‘30살 이전에 여배우의 연기는 트레이닝, 30살 이후에 진면목’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연습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열심히 하려고 해요. 어떤 작품이든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영화, 찍는 것과 찍히는 것의 차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류현경는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바로 졸업 작품 ‘광태의 기초’때문.

“6월 초까지 완성이었는데 6월 말로 미뤄졌어요. 현재 1차 편집이 끝났고 디테일하게 수정하고 있어요. 부산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목표예요. 내 영화에 참여해준 모든 스태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영화를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가 아닌 '감독' 류현경은 15분짜리 단편영화 ‘광태의 기초’를 연출했다. ‘광태의 기초’는 표정을 짓지 못하는 남자가 첫사랑인 여자에게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0대의 성장드라마다.

“시나리오를 쓰고 스태프 회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너무 즐거웠어요. 그러나 촬영현장에서 내가 못 보는 게 너무 많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싶었죠. 후배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그 사람들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이후로는 ‘연출하고 싶다’는 말 못하겠어요. 공부를 좀더 많이 해서 말하고 싶은 것을 대중들이 좋아하는 코드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때 생각해 보려고요.”

5분짜리 단편영화와 다른 학교 선후배의 작품에 조감독, 제작부 경험이 전부였던 류현경은 ‘감독’이라는 역할을 경험했다. 또 그 경험을 통해 그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자리인지도 알게 됐다. “배우도 해보고 감독도 해보니 ‘앞으로 감독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드라마 ‘일단뛰어’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장)효진 오빠가 주인공 역을 맡아줬어요. 처음부터 효진 오빠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이미지가 잘 어울렸죠. 근데 오빠가 처음에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연기를 하더라고요. 거기다가 내가 연기자니깐 계속 연기에만 신경을 쓰고 전체적인 설명은 못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잘해주셨어요. 빨리 찍어야 된다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 또 불안함도 더해져서 현장에서는 내내 까칠했어요. 후배들이 다들 ‘워~워~’라며 진정시킬 정도였죠.”

잠시 배우가 아니라 감독 류현경으로 매일 매일을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그녀. 사랑이야기 보다 성숙드라마가 더 좋다는 류현경은 그 자신이 성숙해지기 위해 앞으로 또 한발을 내딛는다.

‘신기전’의 방옥보다는 덜 비장하지만 ‘떼루아’의 공육공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또 ‘물 좀 주소’의 선주보다는 여유가 있는 류현경의 ‘30살 이후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 황예린, 조성욱 PD]

[스포츠서울TV 새이름 SSTV|www.newsin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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