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배두나 “‘최고’들이 뭉친 ‘킹덤’, 잘 될 거라는 믿음 있었죠”
[NI인터뷰] 배두나 “‘최고’들이 뭉친 ‘킹덤’, 잘 될 거라는 믿음 있었죠”
  • 승인 2019.02.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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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파급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되는 만큼 제작단계에서 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킹덤’은,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해외까지 ‘K-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화제성 있고 공들인 만큼 잘 나온 작품이라서 대만족 했어요.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봉 하는 거다 보니 여러모로 큰 기대가 있었거든요. 해외 친구들이나 외신 반응을 보면 예상보다도 더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죠. ‘킹덤’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고무적인 반응이더라고요. 인스타그램만 봐도 홍보를 하기 위해 사진을 올리면 이미 다 봤다더라고요.(웃음) 우리나라 보다 해외 가입자가 많고 생활화 돼있는 플랫폼이다 보니 피드백이 빨랐죠.”

극중 의녀 서비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두나는 ‘킹덤’의 성공 요소로 “한국적 색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금 반응을 봤을 때 제 생각에는 낯선 것보다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라며 “한국의 미가 낯설면서도 아름답지 않나. 해외 시청자들이 유니크한 것들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 그게 잘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특히 ‘킹덤’은 배두나가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기도 했다. 첫 사극인 만큼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그는 “제 모습이 제가 봐도 웃겼다. 찍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찍고 나서 보니까 웃기더라”라며 “관객들이 얼마나 낯설까하는 생각은 찍기 전부터 하고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건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없다’ 싶었죠. 제가 그걸 짊어지고 갈지, 안전하게 갈지의 문제였어요. 하지만 더 오래 연기 하려면 내 자신이 강해져야한다는 생각에 ‘가보지 뭐’ 하고 출연을 결심했어요. 그런 비판을 짊어지고 가기로 한 거죠. 예상 했으니까요.”

배두나는 자신만의 서비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묻자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건 평소대로 했다”면서도 “사극이기 때문에 사극 톤에 대해서는 연습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출연 당시 처음으로 연극배우인 어머니에게 “대사 한번만 가르쳐 주면 안 되냐”라며 도움을 요청했던 그는, 그 후 17년 만에 다시 어머니의 1대 1 레슨을 받으면서까지 사극 톤을 익히는 데에 매진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촬영 직전에 그간 연습했던 톤을 과감히 버렸다고.

 

   
 

“제가 맡은 역할이 전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고아 출신이고 의원에 의해 의료원에서 키워진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제가 아는 사극 톤은 점잖고 위엄 있는 느낌인데, 제 목소리 톤이 낮아서 대왕 대비마마 같더라고요.(웃음) 서비가 천민출신이다 보니 조금 더 신분적인 특징을 보여야 될 것 같아서 ‘이 아이가 어떤 여건으로 살아왔을까’ 생각했죠. 글을 배우긴 했지만, 시킨 대로 일만 하던 애가 화술이나 양반 말을 섞어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사극 톤을 포기하고 양반이랑 대화할 때 어색하게 양반 말투를 따라하는 모양이 나온 거죠. 감독님도 괜찮다고 하셨고, 안 해보기는 싫었어요. 감독님은 걷는 신도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다시 찍으시는 분이거든요. 마음에 안 드는 걸 OK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신뢰가 있어요. 감독님이 OK 하셨으니 괜찮구나 싶었죠.(웃음)”

앞서 ‘센스8’을 통해 넷플릭스와 한 차례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배두나는 한국드라마와의 차이점에 대해 “심의에 구속받지 않는 연기를 해도 돼서 좋다”라며 웃었다. “‘킹덤’에서는 잔인함 빼고는 없었지만 ‘센스8’에서는 이게 되나 싶을 정도로 센 장면이 있었다”고 전한 그는 “그런 면에서는 감독이 하고 싶은 걸 어떻게 표현해도 되는 플랫폼이라 거기 익숙해 졌다”라고 넷플릭스만의 장점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드라마가 아니라 긴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해요. 현장도 그렇고, 한방에 다 만들어놓고 업로드 하는 형식이잖아요. 드라마는 아무리 반사전 제작이라고 해도 4부까지 찍고 피드백을 보며 만들어가는데, 그게 아니라 영화처럼 한 번에 찍고 공개한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죠. ‘센스8’을 경험했기 때문에 가시적인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어떤 게 성공이라고 볼 수 없으니 애매하죠. 그래도 제가 지금 뿌듯했던 건 이정도로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는 거예요.”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플랫폼이지만, 그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생소한 플랫폼이기도 했다. 실제로 배두나는 “한국 외에는 걱정하지 않았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낯선 플랫폼’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뭘까. 해당 질문에 배두나는 “저는 이미 지금처럼 케이블 드라마가 명성을 떨치기 전에 OCN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거에 대한 편견은 없다. 시도해 본다. 해보고 불편했거나 힘들었다면 다시 생각해보겠지만, 애초에 시도를 안 해보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소신이 담긴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배두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뛰어난 능력이었다. 김은희 작가가 쓴 ‘킹덤’의 대본을 보자마자 감탄했다는 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구성이 세련됐다. 빠르고, 얼마나 많은 것을 염두 해 뒀는지 보이더라. 1화를 봤을 때 빠른 전개 보다는 어떻게 보면 외국 관객들이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지 않나. ‘이런 것까지 염두 해 두는 구나’ 싶어서 완전히 반했다”라며 “흔히들 드라마는 작가, 영화는 감독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킹덤’은 최고의 감독, 최고의 작가가 뭉쳤으니 믿고 하는 것”이라고 제작진을 향한 굳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공개 전에 압박감은 없었어요. 잘 될 것 같았거든요. 현장에서 느끼는 기운이 있잖아요. 저희는 여러 면에서 치열하게 작업 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는데, ‘잘 되겠다’라는 걸 이미 현장에서 느꼈어요. 설렘도 있었고,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어느 정도로 화제성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보느냐에 대해서는 걱정이 있었죠. 그 외에 별다른 압박은 없었어요.”

   
 

또 한 가지 배두나가 고민했던 부분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흔히 배우라는 직업이 연기할 때 매체나 플랫폼에 따라 차이를 두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까지 갔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건 숙제로 따랐다고. 이에 그는 “저도 신인의 마음으로 촬영했다”면서도 “큰 화면으로 보면 더 멋있었을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킹덤’은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에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배두나는 “지금 반응을 보면 어마어마하더라. 얼마 전에는 어떤 분이 공개 후 3일 밖에 안 됐는데 ‘킹덤’ 잘 봤다는 얘기를 해 주셨다. 영화 개봉하고 나서도 그런 적이 없었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진심어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배두나는 열띤 환호 속에서 박인제 감독과 함께 당초 예정됐던 ‘킹덤’ 시즌2의 촬영을 이어가게 됐다. “시즌2 빨리 찍으라는 반응이 제일 기분 좋다”라고 전한 그는 “시즌2까지가 하나의 완결이다 보니 시즌1을 보신 분들은 아마 많이 당황하셨을 것”이라며 웃었다.

“처음부터 시즌2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할 때 끝나서 당연히 나오겠구나 싶었죠. 20년 동안 배우 일을 하면서 작품을 하고 떠나보내는 게 힘들었어요. 늘 ‘다시 돌아오지 않는 현장이니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시리즈로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이렇게 현장도 좋고, 캐릭터에 몰입해 놓은 상태에서 다시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물론 위험 할 수도 있겠죠. 신인배우가 한 역할로 시즌 10까지 한다면 그 사람이 그 캐릭터로만 보일수도 있잖아요. 그런 건 조심해야겠죠. ‘센스8’ 출연 전에는 ‘외국 사람들한테 이런 캐릭터로만 보이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됐죠.”

배두나는 시즌2에서 이어갈 서비의 활약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시즌1에서는 서비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만큼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던 바. “조선시대 여성 캐릭터라 사상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겠다는 생각은 했었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외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 자신은 그런 쪽으로 많이 생각해서 연기하려고 했다. 그 전에 1대 17로 다 죽이는 역할을 하다가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하려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 와중에 이 여자가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 하는 부분도 재밌었다”라며 소소한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서비는 무력이나 전투력이 가장 낮다는 점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도 있었던 캐릭터예요. 대놓고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시즌1이었지만, 시즌2에서는 통쾌함을 안겨줄 수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 테니 그런 점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