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박정민 “영화 ‘사바하’의 팬이에요…고맙고 빚진 것 같은 작품”
[NI인터뷰] 박정민 “영화 ‘사바하’의 팬이에요…고맙고 빚진 것 같은 작품”
  • 승인 2019.0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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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영화 ‘사바하’의 팬임을 자청했다.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 분)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사바하’에서 박정민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정나한을 연기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 ‘변산’의 무명 래퍼 학수 등 매 작품 기대를 뛰어넘는 캐릭터와 연기로 강한 존재감을 내뿜던 박정민은 ‘사바하’에서 극적인 요소가 많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완급조절로 이야기와 주변인물 모두와 조화를 이룬다. 박정민에게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었던 ‘사바하’는 관객에겐 ‘박정민이 놓지 않아 고마운 작품’이 됐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 소설책 같았어요. 누가 앞에서 연기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글만 읽는데 이야기의 힘이 되게 크게 느껴졌어요. 나한 역으로 제안이 들어왔는데 나한은 둘째 치고 이야기의 힘이 대단해서 하겠다고 했어요. 촬영하는 동안은 그 이야기를 실사화 하는 과정이 신나고 좋았어요. 하루하루 궁금하고 너무 가고 싶은 현장이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거치는 동안 감독님과 계속 통화하고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었어요.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제가 나한을 연구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음악과 특수효과 등이 들어가면서 더 세게 오더라고요. 참 신기하고 재밌는 영화 같아요. 의미도 크고 제가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요.”

몇 작품을 연달아 찍고 휴식이 필요하던 시기 ‘사바하’ 제안이 들어왔고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다. “이 작품을 안 하고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관객석에서 보면 후회할 것 같았다”는 박정민은 시나리오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고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박정민은 이정재를 비롯해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들과의 조화를 위해 톤을 맞추고 각 신의 목적에 맞게 연기했다.

“배우가 뭔가 더 하려고 할수록 불리한 장르더라고요. 괜히 덧붙이고 도드라지려고 하면 영화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최대한 제가 나오는 목적, 그 안에서 나한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임했어요. 정재 선배님이 이끄는 장면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톤을 맞춰가려고 했어요. 재인이와는 직접 붙는 신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보면서 호흡을 맞췄어요.”

박정민은 정나한의 과거와 트라우마로부터 시작해 캐릭터의 정서를 쌓아갔다. 그렇게 완성된 정나한은 단순히 악행을 저지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흔들리며 결국 연민을 자아낸다.

“나한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아이고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 그를 위해 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곳에는 엄마가 있어요.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죄의식도 있고 강한 유대가 있었을 거예요. 새아버지를 위해 계속해서 일을 저지르지만 항상 혼란스러워하죠. 그런 부분은 그의 악몽을 통해 알 수 있어요. 나한은 악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에요.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엄마를 향한 깊은 정서를 확장시키는 것으로부터 나한의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영화는 초반부 기괴한 긴장감과 공포심을 자극하며 중반부로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짐과 동시에 종국에는 믿음과 신앙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검은 사제들’, ‘곡성’과는 또 다른 영역을 만들어낸 ‘사바하’에 관해 박정민은 “종교나 오컬트, 공포, 스릴러를 차치하고 그냥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종교가 있는 분들은 박목사와 같은 고민을 해보셨을 거다. 건강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극 중 그려지는 신앙에 관해 그는 자신의 신념으로 대신해 답했다.

“저는 종교가 없어서 신과 같이 강력하게 믿을 대상은 없어요. 제 신념에 관해서 보자면 제가 가는 길에 있어서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가는데 지금까지 크게 얻어맞고 바뀔 만한 일은 없었어요. 유혹들이야 있죠. 극 중에서 나한이 뱀의 혀, 뱀의 말을 듣지 말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저 역시 제가 하는 일과 길에 있어서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묵묵하게 가려는 신념은 있어요. 사람에 관해서 보자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믿어요. 그 사람들이 크게 배신할 일은 없으니까. 물론 믿음과 기대는 분리를 해요. 믿는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 큰 기대도 하지 않죠.”

   
 

이병헌에 이어 이정재와 호흡을 맞췄고 앞으로 공개될 작품에는 류승범, 마동석과 함께 한다. 관객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는 배우들과 연이어 작품을 하게 된 박정민은 “너무 존경하고 좋은데 이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거나 와전될까봐 조심스럽다. 큰마음이 쪼개지는 것 같아 속으로 품고 있는 중이다. 정말 다들 너무나 좋았다”며 조심스레 존경심을 드러냈다. 또한 ‘사바하’에서 금화와 ‘그것’ 역을 맡은 이재인에 관해서도 깊은 애정을 표했다.

“재인이를 보면서 ‘얘는 뭐지?’ 싶었어요. 원래 후배나 동생을 보면서 잘 될 것 같다는 말을 안 해요. 제가 뭐라고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겠어요. 그런 말은 쉽게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보고요. 그런데 재인이랑 현장에 있는데 그 말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냥 충동적으로 감탄사처럼 입 밖으로 나올 거 같았어요. 너무 잘하는 거예요. 이 아이가 갖고 있는 모든 게 너무 좋았어요. 혼자 ‘이대로만 자라라’ 그랬죠. 평소에는 완전 쑥스러워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우물쭈물해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는 사람이 변해요. 그런 걸 의도하는 게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더 좋았어요. 정말 ‘이대로만 커다오’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던 친구였죠.”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장재현 감독은 “피를 토하며 쓰고 뼈를 깎으며 찍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동안 감독의 노고를 옆에서 지켜본 박정민은 영화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어느 때보다 희망했다.

“사실 이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의 8할은 감독님 때문이에요. 묘한 분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는 ‘검은 사제들’을 만든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하고 가볍게 던지는 말들이 재밌었어요. 영화는 정말 치열하게 만드시더라고요. 제가 ‘변산’ 촬영을 마친 다음날 바로 ‘사바하’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제가 상태가 안 좋은 걸 보시고 약속 하나 하자고 했어요. 일정을 빼줄 테니 일주일 동안 따뜻한 나라에 가서 쉬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녀왔고 완전히 리프레시한 상태로 쭉 달릴 수 있었어요. 제가 보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제 모습을 보시고 그렇게 제안하신 거예요. 후반 작업하실 때도 힘든 부분이 많으셨을 거예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날부터 영화가 완성되는 날까지 하루도 이 영화에 힘을 쏟지 않는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 제가 이 영화 현장에서 재밌게 찍고 적응을 잘 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라서 이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도 있어요.”

‘동주’를 기점으로 많은 관객들이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신뢰하게 됐고 이후 다수의 작품에서 호연을 펼치며 신뢰에 보답했다. 짧은 기간 높아진 대중의 기대와 역할의 변화에 관해 그는 “칭찬은 한쪽에 모아두고 있어 부담은 전혀 없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좋은 일원으로 도움이 되고 싶은 즐거운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바하’는 현장을 즐기고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기점이 된 작품이다.

“하나의 전환점 같은 영화예요. 제가 아직 영화를 오래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고되게만 생각하고 스스로 학대했던 과정이 있었어요. 현장을 주도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품이라 이후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생각해보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된 영화죠. 고맙고 항상 빚진 것 같은 영화, 제가 영화 ‘사바하’ 팬이에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