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의 첫 브라운관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앞서 웹드라마 ‘에이틴(A-TEEN)’을 통해 10대 학생층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JTBC ‘SKY캐슬’(스카이캐슬)을 통해 그 범위를 제대로 확장시켰다. 극중 노승혜(윤세아 분)와 차민혁(김병철 분)의 쌍둥이 첫째 차서준 역으로 분한 그는, ‘스카이캐슬’의 ‘꽃’으로서 한 축을 이끌며 데뷔작을 ‘대표작’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죠. 제가 주목 받았다는 것 보다는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너무 좋아요. 저는 크게 보여드린 것도 없어서 그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게 아직도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김동희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들뜨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자신이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잘해서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아직 보여드릴 것도 많고 배워 나가야 할 게 많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며 “항상 다른 작품에 들어갈 때는 ‘스카이캐슬’에서 했던 것들을 다 버리고 처음 ‘스카이캐슬’ 오디션을 봤을 때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다음 작품에 임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종방연 바로 전날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저희 가족이 촬영 마지막 신이었어요. 의미 있었죠. 작품의 마지막 신을 장식했다는 게 영광이더라고요. 울컥했는데, 옆에 계신 다른 분들이 안 우셔서 저도 안 울었어요. 누구 한 명이 울면 같이 울려고 했는데 아쉬웠죠.(웃음) 대본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게 낯설어요. 늘 대본을 들고 다니는데 그게 끊겨서 불안하네요. 홀가분하기도 한데, 이제 벗어나야죠.”

지금은 필모그래피에 ‘에이틴’과 ‘스카이캐슬’이 나란히 있지만, 처음 ‘스카이캐슬’ 오디션을 봤을 당시에는 ‘에이틴’ 마저도 없었다는 그. 김동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함께 들어간 세 명 중에서 제 양쪽 분들이 경력이 엄청났다. 감독님께서 자기소개를 시키셨는데 긴장해서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말 잘한다고 좋아해주셨다”라고 캐스팅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경력도 없으니 다정하게 해주시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2차도 불러주시고, 3차도 가고, 서준이를 만나게 됐죠. 감독님께서 저한테 ‘캐슬의 삭막한 곳에서 홀로 피어난 꽃이었으면 좋겠다’ ‘널 볼 때만큼은 순수함 묻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눈빛에 대한 부분을 많이 신경 썼죠. 대사로 보여드릴게 많이 없다보니 단체신의 경우에는 리액션에 신경을 썼어요. ‘엘사 공주님’ 부분이 제일 순수함을 보여드리기 쉬웠던 것 같아요. 서준이의 대사를 서준이 답게, 순수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죠.”

김동희는 차서준과 자신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차분함”을 꼽았다. 그러면서 “서준이가 워낙 착하지 않나. 요즘 서준이 같은 친구는 보기 힘들다”라며 “저도 차분하긴 하지만 서준이가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서준이랑 가까워지다 보니 단순히 여리고 소심해서 말을 못 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가정이 평온하기를 원하는 아이고, 선한 아이기 때문에 기준이가 아버지에게 대든다면 자신이 순종적으로 따라야 평온하다고 생각한 거죠. 맏형으로서 그런 행동을 하는 부분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는 예술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탓에 “학업이나 인문계 쪽의 사교육 부분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라며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때문에 대본을 읽으면서 서준이의 입장에 대해 공부를 거듭 한 결과, 사교육 문제점에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이처럼 차서준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쏟아 부었던 김동희는 가장 신경썼던 장면을 묻자 “피라미드 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잘 표현해내고 싶어서 그 순간까지도 긴장하고 있었던 장면이라 촬영이 끝났을 때 후련했다”라며 “감독님도 끝나고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서 후련하게 집에 갔다”라고 전했다.

“세리 누나랑 싸우는 신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그 장면 자체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다 못 보여준 것 같더라고요. 모니터링 하고 나서 대본 펴서 대사를 다시 연습하기도 했죠. 아직 부족하지만 많은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해낼 수 있었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신기하고 놀랐던 것 같아요. 보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연기를 해주셨고, 늘 선배님이 대사를 어떻게 치실지 궁금해 하면서 촬영장에 갔거든요. 특히 김병철 선배님의 연기들이 항상 제 예측과는 빗나갔어요. 너무 잘 살리시더라고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코믹 적이면서도 이제는 귀여워 보이잖아요.(웃음)”

이제 막 연기 인생에 첫 발걸음을 뗀 김동희. 어릴 시절부터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예고(예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더욱 자신의 진로를 확고히 생각하고 연기에 임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던 호기심에 도전한 것”이라며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을 때 내가 그 순간에 행복할까? 아니면 두렵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예고에 도전하는 게 행복하고 후련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어릴 때는 부끄러운 마음에 말을 못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용기내서 ‘예고 가고 싶다’라고 이야기 했죠. 처음에 부모님은 ‘어림도 없다’라고 하셨어요. 그 당시에 제가 자기관리가 안 돼서 살이 많이 쪄있었거든요. 그 상태에서 연기한다고 하니까 어림도 없다고 하셨죠. 독하게 살도 빼고, 예고에 합격하면서 어머니의 신뢰도를 쌓아나갔어요. 지금은 자랑도 많이 하고 다니세요. 이게 효도가 될 수 있다면 행복하죠.”

그런 그에게 있어 ‘스카이캐슬’은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보다 이른 시점에 대표작이자 ‘인생작’을 만나게 된 김동희는 “이미 첫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는데, 거기에 이런 잊지 못할 추억까지 만들어 줬으니 50년이 지나도 ‘스카이캐슬 좋았지!’라고 하지 않을까”라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고였던 게 너무 많아요. 엔딩도 최고였고, OST도 최고였고, 김병철 선배님과 윤세아 선배님도 최고였죠. 선배님들 모두 대단하시고, 스태프분들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놀랐어요. 촬영 감독님을 비롯한 촬영팀의 아이디어와 감독님의 연출능력, 작가님의 글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작품이죠.”

김동희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을 묻는 질문에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 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특히 “오히려 차서준과 같은 ‘착한연기’에 더 자신이 없었다”라는 의외의 이야기를 전한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제가 생각보다 순수하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웃었다.

“촬영이 끝나갈 때쯤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있는데, 촬영도 얼마 안 남았고 슬프고 가족끼리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 상황이 복인 것 같다’라고 했는데 정적이 흐르면서 저를 이상하게 보시더라고요. 그 때 진짜 서준이 처럼 살짝 ‘엘사 공주님’ 톤이었거든요.(웃음) 서준이를 연기하면서 더 순수한 감정으로 작품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간다는 것”이 매력이라는 그. 앞으로 더 많은 자신에 대해 알아갈 일만 남은 김동희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을 거듭 불태우면서도 ‘초심’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아직 배워가는 과정 속에 있잖아요. 가장 많이 어린만큼 많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가 어떤 작품을 했던 그걸 스스로에게 내색하지 않고 항상 ‘스카이캐슬’ 오디션을 봤던 그때의 마음가짐처럼 간절하고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 해서 서준이가 아닌 그 작품의 배역으로 보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