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증인’ 김향기 “편견 없는 소통,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해”
[NI인터뷰] ‘증인’ 김향기 “편견 없는 소통,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해”
  • 승인 2019.02.1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오시다 보면 마지막에는 지우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지우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매력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생각나실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누구와 봐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과함께’ 시리즈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김향기가 스무 살의 첫 작품으로 ‘증인’(감독 이한)을 택했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동안 섬세한 내면 연기로 충무로의 사랑을 받아온 김향기는 자폐 소녀 지우로 분해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그냥 좋았어요. 키워드로 보자면 살인 사건, 목격자, 변호사, 자폐스펙트럼 등을 가지고 어떻게 영화를 풀어갈지 궁금했어요. 과하지 않게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잔잔하고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따뜻한 영화면서 확실한 주제를 갖고 있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어요. 대사에도 나오는데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오해와 편견들에 대해 좀 더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인물의 상황이 잘 표현됐어요. 소통이 주된 내용이고 그런 소통을 위해서는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잖아요.”

김향기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자폐 소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공부하며 캐릭터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후 실제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혹여나 상처를 주진 않을까 걱정했던 김향기는 외형적인 특성이나 습관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했다.

“자폐스펙트럼에 관해 ‘다른 행동을 한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자료를 찾아봤음에도 자꾸만 계산적으로 연기하려는 인식이 있었어요.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러지’ 싶었어요. 그런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후에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현장에서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지우는 겉으로 표현을 많이 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표현하는 게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지우가 보노보노 영상을 자주 보고 파란색을 좋아하는 특징은 촬영 전에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맞춘 부분이에요. 지우는 소리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친구예요. 지우에게 그 장면의 소리와 색감이 좋아서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보고 따라하는 거죠.”

   
 

영화는 편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과정에 큰 줄기를 둔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서 또래와는 다른 길을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온 김향기는 ‘증인’을 통해 그가 가졌던 혹은 받아온 편견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잖아요. 그러면서 편견이라는 것이 생기죠. 그런 편견을 마냥 나쁘다고는 못할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니까. 다만 타인을 바라볼 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이번 영화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친구들에 관해 저희와 다르다고 생각했고 다가가기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발작을 일으키거나 소리를 칠 때가 있잖아요. 강박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죠. 그럴 때 다가가기 힘든 사람으로 봤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안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기회가 돼서 보니 그들의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감각이 예민해서 저희보다 크게 느껴지고 고통스러운 경우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고통을 막으려는 행동이 저희가 보기에 이상하다고 판단하는 거죠. 미안했어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우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것도 편견인 거죠.”

‘우아한 거짓말’, ‘눈길’, ‘영주’ 등 아픔이 있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온 김향기. 어린 나이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겨온 그는 “설득력 있게 다가온 시나리오와 그 안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했을 뿐인데 좋은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며 지난 작품들을 회상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더욱 넓은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김향기는 ‘증인’이 좋은 기운을 불러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직 성인이 실감나지 않아요. 대학을 다니면 실감날 것 같기도 해요. 성인이 되고 처음 관객과 만나는 작품이 ‘증인’이라 기분 좋아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라 시작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분들은 정말 여가시간을 내서 극장에 오시는 거잖아요. 두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실 거라는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