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기묘한 가족’ 정재영 “코믹과 풍자로 비튼 좀비물, 할리우드에서도 드문 작품”
[NI인터뷰] ‘기묘한 가족’ 정재영 “코믹과 풍자로 비튼 좀비물, 할리우드에서도 드문 작품”
  • 승인 2019.0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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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이 좀비물 마니아임을 고백했다. 오랜 기간 좀비물을 사랑하고 찾아보던 그가 국내영화로 좀비물에 참여하면서 다소 들뜬 기분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표현했다.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 극 중 정재영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차진 욕을 구사하는 주유소집 첫째 아들 준걸 역으로 분했다.

“제가 좀비물 마니아입니다. 좀비물이 나오면 즐겨보고 빠짐없이 챙기는 편이에요. 재밌는 작품이 아니어도 일단 시도는 하는 수준이죠. 그래서 좀비의 특성이나 계보는 알고 있죠(웃음). 시나리오를 보니 기존의 좀비를 뒤트는 부분이 저에게는 재밌었어요.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부산행’, ‘창궐’이 정통적이면서 새로운 부분이 있지만 코믹과 풍자로 비튼 건 외국에서도 드뭅니다. 원조들도 조심스러운 걸 과감하게 그것도 농촌을 배경으로 시도해서 신선했고 그 과정들이 재밌었어요. 그런 부분이 저에게 확 끌리지 않았나 싶어요.”

좀비물의 매력을 묻자 정재영은 좀비 장르의 계보와 변천사에 관해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막힘없이 설명했다.

“좀비는 뱀파이어와는 다른 게 인간의 욕망 때문에 만들어진 잘못된 부산물이에요. 그런 것들이 점점 체계화됐고 과학과 접목되면서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들어왔죠. ‘28일후’라는 영화로 그런 것들이 잡혔어요. 과거에는 왜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좀비가 많았어요. 무덤에서 나오는 귀신처럼 시체가 돌아다니는 원인불명의 상태였다면 요즘은 인간성에 대한 문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죠. 인간과 좀비의 차이에 관해서 외모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만약 가족이 좀비가 되면 이를 가족으로 봐야하나 괴물로 봐야하나 문제가 있죠. 그리고 인간보다 좀비가 많아지면 이를 좀비들의 세상인지 인간의 세상인지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요. 좀 더 확대를 하자면 미래세계의 로봇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야 로봇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지만 미래에 팔, 다리를 넘어 장기까지 로봇으로 대체한다면 그 사람을 무엇으로 봐야할지 법으로 규정지어질 때가 올 거예요.”

‘부산행’ 이후 최근 ‘창궐’, ‘킹덤’ 등 다양한 좀비물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감독이 처음 ‘기묘한 가족’을 기획할 당시에는 국내에서 좀비물은 생소한 장르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조금씩 대중들의 인식이 변했고 정재영은 신선한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기꺼이 ‘기묘한 가족’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준비는 오래전부터 했는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게 결정된 게 지금이 된 거죠. 그전에 했다면 너무 낯설었을 거예요. 대중에게 상업적으로 좀비가 잘 알린 작품은 ‘월드워Z’가 있어요. ‘28일후’나 ‘28주후’는 해외에서 잘 알려졌고 원조격으로 보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있죠. ‘좀비랜드’나 ‘아이 엠 어 히어로’ 같은 발상이 기가 막힌 작품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부산행’이 대중적인 인식을 만들었죠. 이전까지는 예를 들자면 외국사람에게 한국에서 좋아하는 청국장이라며 드셔보시라고 하는 것과 같았을 거예요. 익숙해지는 단계가 필요한 거죠. 이제는 그 시기를 거쳐서 한국에서도 상업영화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좀비물은 흔히 B급 영화로 분류됐다. 공상 과학 영화, 범죄 스릴러 등을 소재로 저예산으로 제작되던 B급 영화는 긴 시간동안 상업적 성공은 물론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정재영은 ‘기묘한 가족’에도 담고 있는 B급 감성의 긍정적인 흐름에 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좀비물 자체가 B급 코드죠. 요즘은 B급이라는 말 자체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뜻했는데 요즘은 B급 감성을 좋아하면 약간 앞서가는 감성 비슷하게 해석되는 것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것 같아요. B급의 묘미와 쾌감이 있죠. 또 반대로 나만 좋아하던 좀비물인데 다른 사람이 다 좋아하면 싫어지는 것도 있고. 재밌어요.”

   
 

극중에서 정재영은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순박한 캐릭터로 다양한 웃음을 빚어낸다. 좀비가 된 동네 주민을 보고 겁을 먹기는커녕 반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기묘한 가족’ 속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낸 웃음 코드다. 정재영은 코미디 장르에 임하면서 과장된 캐릭터 연기보다 상황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웃음에 집중했다.

“장르에 따라 연기에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코미디나 스릴러나 다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내용이 무서우면 스릴러고 우스꽝스러우면 코미디고 잔인하면 호러인 거지 인물 자체의 연기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주로 그런 캐릭터를 맡았죠. 만약 ‘마스크’의 짐 캐리 같은 연기를 요구받는다면 제가 잘 못해요. 캐릭터화를 해서 연기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관객에게 들키면 재미있을 수 있어도 쌓이진 않죠.”

정재영을 비롯해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은 지방 로케이션 촬영으로 긴 시간 함께 보내며 돈독한 정을 주고받았고, 이는 캐릭터 간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어느 때보다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지만 정재영은 “결국 중요한 건 관객의 반응이다”며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심정을 전했다.

“사실 촬영할 때 재미있고 잘 끝났으니 좋은데 제 만족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오로지 지금은 선보이는 순간이니 보시는 분들이 잘 봐주시길 간절히 소망하죠(웃음). 재미있다는 반응 이상 바랄 게 없어요. 다른 평이 앞에 쭉 있어도 영화가 재미없다면 소용없는 거죠. 재미없게 본 분들을 설득하고 싶어요. 몸 상태가 안 좋은데 봤거나 우환이 있거나 같이 본 분들의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웃음). 연극을 할 때 그런 걸 많이 타요. 비가 오는 날은 관객 자체도 안 오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서 반응 자체가 절반으로 떨어져요. 그러면 힘들죠.”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이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드라마 ‘검법남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연기로 호평을 받아온 정재영. 긴 시간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돌아본 그는 ‘운칠기삼’이라는 단어로 그의 연기 인생을 정리했다.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운칠기삼’이라고 하잖아요. ‘기(재주)’가 없어도 불가능하지만 더 큰 요인은 행운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왜 이리 운이 없나 생각했는데 그건 남의 핑계를 대는 거니까.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들 덕분에 지금도 배우를 하고 있고 계속 기회는 있는 거니까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 운을 더 유지하기 위해서는 3을 차지하는 ‘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일이 생기면 곧이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아 미리 걱정할 때도 있고, 나쁜 일이 생겨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거예요. 평정심을 유지한다고 할까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