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끝없는 갈증이 일궈낸 결실
[NI인터뷰]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끝없는 갈증이 일궈낸 결실
  • 승인 2019.02.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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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했던 김선아. 그리고 십 여 년이 지나 ‘품위있는 그녀’로 흥행에 성공한 그는 연이어 ‘키스 먼저 할까요?’와 ‘붉은 달 푸른 해’를 통해 연기대상을 휩쓸며 ‘제2의 전성기’를 알렸다. 어느덧 데뷔 23년차에 달하는 그였지만, 변함없이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과 연기변신을 시도했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결실이었다.

“저는 넙죽 큰절을 하고 싶어요. ‘품위있는 그녀’에 캐스팅해 주신 것도 감사하고, ‘키스 먼저 할까요?’랑 ‘붉은 달 푸른 해’도 그렇고요. 세 작품이 연속으로 잘 되기 쉽지 않잖아요. ‘붉은 달 푸른 해’는 비록 시청률 성과가 크지는 않지만 스스로는 굉장히 큰 만족을 얻었어요. 대본도 그렇고 너무 좋아서 만족도가 높아요. 작품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거든요. 너무 좋게 봐 주셔서, 그것만큼 기분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세 작품 다 ‘내 이름은 김삼순’ 때 주위에서 연락 오는 느낌과 닮았더라고요. 생전 연락이 없던 사람도 연락이 왔어요.(웃음) 작품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도 이런 부분에서 오는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만큼 어려움도 따랐다. 김선아는 ‘붉은 달 푸른 해’에 대해 “연기 선생님을 역대급으로 괴롭혔던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전작인 ‘키스 먼저 할까요?’도 캐릭터 해석에 있어 어려움이 따랐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어려움이 따랐다고.

“대본을 읽었을 때와 제가 출연하기로 할 때와의 갭이 너무 컸죠. 읽을 때는 추리소설마냥 재밌게, 거의 보통 시나리오나 대본을 읽는 속도 보다 2배는 빨리 읽었거든요. 다음이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죠. ‘그렇구나’ 하는 것 보다는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하고 물음표가 생기는 드라마에 항상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런 물음표들이 마구잡이로 생기니까 정말 궁금했는데,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부터는 물음표가 백만 배는 더 어려워졌어요. 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웠죠.”

   
 

극중 김선아는 한울 센터 아동 상담사 차우경 역으로 출연,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 갔다. 그는 “‘붉은 달 푸른 해’는 아이에서 멈춰버린 어른이 성숙해 가는 이야기”라며 “차우경은 어른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동상담사가 된 것도 아빠와의 관계에 의한 본능적인 것 같았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차우경이 감정을 잘 폭발시키지 않는 점에 있어서 답답하기도 했어요. 감독님한테 ‘여기서 더 올려야 되지 않을까요’하고 묻기도 했죠. 하지만 말투든 자세든 늘 그렇게 살아 온 차우경이라는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실 마지막에 더 폭발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어쩌면 잡혀야 하는데 잡히지 않길 바라는 이상한 마음 드는 것 자체가 드라마가 이야기 하는 것 중 하나 아닐까 싶더라고요.”

‘마을’ 때부터 도현정 작가의 팬이었던 김선아는 ‘붉은 달 푸른 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범상치 않은 끌림을 느꼈다. “등골에 소름이 쫙 올라오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한 그는 “도현정 작가님은 날로 더 좋아지신다. 그 전에도 다 좋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빈틈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남다른 팬심을 드러냈다.

“감정적인 면에서 배우들이 힘들긴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아역들이 많이 나와서 힘든 신들을 찍을 때 마음이 안 좋기도 했죠. 그리고 1부부터 16부까지 ‘눈물이 흐른다’ ‘운다’라는 지문이 없어도 알아서 눈물이 나서 NG가 난적도 많아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그냥 물이 새는 것처럼 계속 눈물이 나왔어요.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유지하게끔 만들어 주는 대본이어서 너무 좋았죠. 또 그만큼 많이 읽고 공부하게끔 만드는 대본이에요.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고, 다시 한 번 대단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김선아는 온전히 차우경으로 있기 위해 메이크업조차 고사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 때 그랬듯 기본적인 베이스와 눈썹만 그린 채 의상을 통해 선생님의 느낌을 내고자 했다는 그는 “연기자가 글 안에서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지 않나. 어떻게든 거기에 잘 맞춰서 차우경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만 했다”라며 남다른 연기열정을 드러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차우경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그였지만, 김선아는 시종일관 주변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동숙 역의 김여진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소름끼쳤다. 역시 내공이 최고시더라. 너무 좋은 연기자들과 함께해서 우경이가, 또 제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연기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연기자들을 정말 잘 들어주셨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감독님께서 에너지가 넘치세요. 마지막까지 너무 감사했죠. 연출도 너무 잘 하시지만 많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셨어요. 특히 저는 감독님한테 많이 의지하는 배우거든요. 항상 현장에서 감독님을 엄마, 아빠처럼 생각하고 지내오다 보니까 이번에도 의지를 많이 했는데, 마지막까지 정말 감사했죠. 처음에는 거의 밥도 안 드셨어요. 최면신을 찍으러 대학 병원을 갔는데 영화 ‘마녀’를 찍은 곳이었어요. 저는 그 신을 찍으러 지방에 간다기에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도대체 이런 데는 어떻게 찾나 싶더라고요. 이동이 많았는데, 가는 데마다 장소들이 엄청나더라고요. 개장수 집도 원래 그런 곳이 아니었어요. 강아지도 다 섭외해서 데려다 놓고, 직접 분위기를 만든 거예요. 마지막 원장님 신에서는 세트가 또 다르다더라고요. 들어가자마자 감독님한테 박수쳤죠. 다시 봤다고, 최고라고. 정말 어마어마했거든요. 할리우드 가셔야 돼요.(웃음)”

   
 

특히 김선아는 조심스럽게 시즌2를 향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동학대라는 의미 깊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인 만큼 영역을 확장시켜 더 많은 사회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다는 것. 극중 호흡을 맞췄던 이이경과 함께 종종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는 그는 아동학대의 연장선으로 가정폭력과 청소년폭력, 나아가 성범죄까지 다루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붉은 울음이 나와서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이 세상에 그런 범죄들이 수도 없이 깔려있다 보니 이렇게 잘 쓰시는 작가님이 이런 문제를 재밌게 만들어내서 한 번씩 의식하고만 갈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사실 아픈 친구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런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안 좋을 때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더 많이 생겨서 그런 범죄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연기 인생 23년차인 그 이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가 나태해지거나 게을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답한 김선아. 흥행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연기 길을 걸어온 그가 일궈낼 제3, 제4의 전성기에 기대가 모아진다.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 수업도 열심히 하는 편이고, 상을 받았다고 해서 변하거나 하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영화도 할 게 너무 많아요. 보통 드라마를 하는데 3, 4개월이 걸리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해 반년을 소요 하다 보니 작품을 많이 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까지처럼 활동을 하더라도 많은 작품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좋은 작품도 매번 맞는 역할이 오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계속 하다 보면 지금처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계속 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상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다시 주어질 테고,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상은 항상 좋은 거잖아요.(웃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중이긴 하지만, 게을러지지 않고 나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굳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