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하정우 “‘PMC: 더 벙커’, 새로운 영화 형태의 좋은 기준 되길”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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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천만, 최연소 1억 배우 등 하정우에게 붙는 수식어에는 관객의 무한한 신뢰가 담겨있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받고 2008년 ‘추격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연배우로서 질주를 시작한 하정우는 현재 가장 강력한 티켓파워를 발휘하는 배우가 됐다. 영화 100편을 찍는 것이 목표라던 하정우는 어느덧 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인 하정우는 매번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한걸음씩 나아갔다. 대중이 하정우를 믿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안정감 있는 연기를 기반으로 한 장르에 안주하지 않는 하정우 만의 ‘바이브’는 관객들로 하여금 “하정우가 나오면 일단 보자”라는 마음을 일으킨다.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PMC: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김병우 감독과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하정우는 5년 전부터 김병우 감독과 함께 기획에 참여했다. 20여개의 세트로 구성된 지하 벙커와 POV(1인칭 앵글)캠 카메라와 드론 카메라 등을 활용해 만들어낸 다양한 앵글은 관객들로 하여금 극중 캐릭터와 함께 체험하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매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제 영화에 호의적이지 않아요. 걱정이 앞서는 거죠. ‘신과함께’가 나왔을 때도 개봉 주말이 돼서야 마음이 놓였던 거 같아요. 이번에도 같아요. ‘신과함께’ 보다 스토리가 어려울 수 있어요. 진입장벽이 높죠. 영어 대사이고 가깝게 느끼지 못하는 미국의 대선이나 CIA의 개입이 있어서 처음 세팅 자체가 낯설 수 있어요. 쉽게 생각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오락영화이면서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의 고뇌를 그리는 밀도 있는 드라마로도 볼 수 있어요. 기존 한국 영화의 기준으로 본다면 낯설고 저항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객의 반응, 언론의 평가 모두 일리 있고 인정해요.”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하정우는 ‘PMC: 더 벙커’의 약점부터 밝혔다. 복잡한 국제 정세, 어지러운 화면 구성, 영어 대사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 하정우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면 새로운 오락성과 밀도 있는 드라마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실제로 영화는 단순히 체험적인 액션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에이헵이라는 인물의 고뇌와 갈등을 그린다. 하정우는 에이헵이라는 인물에 관해 선악을 나누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면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세공했다.

“중간에 등장하는 낙하 장면이 에이헵이라는 인물을 판단하게끔 하는 사건이었어요. 낙하산 사고인데 동료 부하를 구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실패하고 쫓겨나고 미국으로 도망친 거죠. 경력을 살려서 PMC의 리더로 올라가는데 트라우마도 있고 엄청나게 많은 비정한 순간들이 있었겠죠. 영화 안에서 다리 부상을 입고 고립됐을 때 똑같은 혼란을 겪는 거라 생각해요. 리더로서의 자격,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한 인물에겐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죠. 영화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등을 체험하면서 어떤 결정을 하는지 따라가는 것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에이헵이라는 인물을 한가지로 규정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극 중 하정우는 한국군 출신으로 미국으로 넘어가 글로벌 군사기업의 팀장에 오른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에 대부분의 대사를 영어로 소화한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그 안에 감정을 넣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외향적인 변화도 꾀했다. 군인이 아닌 용병이기 때문에 거칠고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스타일로 에이헵을 완성시켰다.

“사설 군인이라 머리를 밀진 않았고 자율헤어죠. 두발자율화. 투블럭 스타일은 헤어 메이크업팀에서 ‘퓨리’의 브래드 피트를 모델링하지 않았나 싶어요. 의상 역시 교복자율화, 군복자율화인데 작전에 맞춰 색상 정도는 정한 것 같아요. 개성을 살려서 운동화를 신고 카고 바지를 입으면서 기능적 측면도 고려한 것 같고 문신은 에이헵이 작전을 끝내고 훈장처럼 새긴 문신인 거죠. 영어 대사는 외우는 수밖에 없었어요. 상대방 대사까지 모두 외워서 했죠. 특별한 건 없어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체화한 거라. 그저 시간을 많이 투자했죠.”

‘PMC: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김병우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로 작품이자 하정우가 이끄는 영화제작사 퍼펙트스톰 필름이 내놓는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오랜 시간 김병우 감독과 함께 한 하정우는 문과 스타일은 자신과 이과 스타일의 김병우 감독의 좋은 컬래버레이션이었다며 이번 작업을 정의했다.

“‘더 테러 라이브’를 마치고 이 작품을 하자고 한 뒤 4년의 시간이 지나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후반 작업까지 5년이 걸렸어요. 일단 ‘더 테러 라이브’ 때 경험과 시간이 서로를 신뢰하는 좋은 관계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문과 스타일인데 감독님은 이과 스타일이라 협업이 잘 이뤄졌죠. 감독님은 모든 걸 수치화하고 분석할 필요도 없는 걸 분석해요(웃음). 러닝 타임에 맞춰 감정 그래프도 그리고 감정 수치가 몇 퍼센트라고 설명해요.”

‘PMC: 더 벙커’에 이어 하정우는 ‘클로젯’, ‘백두산’, ‘보스톤1947’, ‘피랍’ 등 2020년 스케줄까지 예정돼있다. 바쁜 일정 와중에 다음 연출작 시나리오도 작업 중이다. ‘걷기 마니아’로 알려진 하정우는 멈추지 않고 걸으며 세상을 조망하고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일단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었어요. 2고까지 나왔고 ‘서울 타임즈’라는 가제로 지었어요. 배우로서 작품을 소화하고 나면 2년에서 길게는 3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그 동안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면 좋은데 한편으론 이야기를 잘 풀 수 있는 다른 감독에게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 10대 20대 흐름을 볼 때 유튜버들이 너무 코믹하고 재기발랄하잖아요. 그중에 장삐쭈가 너무 너무 웃겨요. 제 스타일이에요. ‘롤러코스터’가 그런 스타일이죠. 장삐쭈를 보면서 ‘나는 계속 이 길로 가야겠다’는 또 다른 생각도 하고 있어요. 장삐쭈를 시나리오 작가로 써보고 싶어요(웃음). 어떻게 세상이 바뀌고 진화되고 어떤 콘텐츠로 이야기할지 궁금해요. 2019년 기대작을 봐도 히어로물이 많죠. 10대, 20대가 바라고 좋아하는 걸 어른들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PMC: 더 벙커’가 새로운 영화의 형태에 관해 좋은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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