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PMC: 더 벙커’ 이선균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 두 개 갖게 된 행운의 해”
[NI인터뷰] ‘PMC: 더 벙커’ 이선균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 두 개 갖게 된 행운의 해”
  • 승인 2018.12.27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말 극장가에 꽤나 도전적인 작품이 나왔다. ‘더 테러 라이브’로 한정된 공간에서 감각적인 연출로 긴장감을 자아냈던 김병우 감독이 이번에는 지하 30m 벙커로 관객을 몰아넣었다.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PMC: 더 벙커’에서 이선균은 작전의 키를 쥔 북한 의사 윤지의로 분했다. 

20여개의 세트로 구성된 지하 벙커와 POV(1인칭 앵글)캠 카메라와 드론 카메라 등을 활용해 만들어낸 다양한 앵글은 관객들로 하여금 극중 캐릭터와 함께 체험하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증이 컸던 이선균은 완성된 ‘PMC: 더 벙커’를 보며 한국영화의 성장을 느꼈다.

“어떻게 보실지 조마조마하죠. 장점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보지 못한 장르이고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해주셨음 하는 거죠.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부터 너무 새로웠어요. 보면서 공간과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어떻게 설계가 되고 촬영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죠. 저도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공간이 확장되는 것도 신기했고 CG가 정말 많이 발달했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한국영화도 점점 CG가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경험해보고자 했던 거죠.”

‘PMC’에서 이선균이 그리는 북한 의사 윤지의는 기존 영화에서 그려진 북한 캐릭터를 따르지 않는다. 대사 톤 역시 후반부에는 북한말을 완벽히 구현하기 보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뒀다. 왜 도망가지 않고 사람을 구했느냐는 물음에 윤지의는 사람을 살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냐고 반문한다. 에이헴과 윤지의는 남과 북의 이념과 우정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변화시킨다.

“북한사람은 군인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정치와 이념을 강조하고 거기서 생기는 우정을 그리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윤지의는 정치적 이념보다 사람의 목숨을 중하게 여기는 가치관과 신념이 에이헴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보완적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에이헴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 어떤 표현이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정우씨가 혼자 촬영하고 그걸 가이드로 삼아서 연기할 때 직접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하며 연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해요. 무게감도 있고 연기가 아닌 앵글도 생각해야 하고. 한 테이크를 찍고 나서 모니터하고 그때부터 디렉션이 들어가요. 카메라의 동선이나 앵글에 대한 걸 신경 써야 하니 연기에 집중이 안 되는 부분도 있죠.” 

   
 

‘PMC: 더 벙커’에서 김병우 감독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과감한 시도로 진일보한 연출을 선보인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관객을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는 감독의 힘에 매료된 이선균은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투입됐지만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기꺼이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감독님의 영화적 화법이 분명히 있어요. ‘더 테러 라이브’도 특이하잖아요.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같이 들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그리고 감독님은 즉흥적으로 하는 분이 아니라 정말 설계를 잘하시는 것 같아요. 건축가 같은 느낌이에요. 밑그림을 그리고 쌓아가면서 영화를 건물처럼 설계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우가 가끔 이과생처럼 영화 찍는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큰 장점을 갖고 있는 감독이죠.”

이선균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하정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극중에선 대부분 화면을 통해서 소통해 아쉬움은 남지만 함께 하와이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로 깊은 인연을 쌓았다.

“정우는 여러 매력과 장점이 있는데 경험해보니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극 중 에이헵이 리더십이 강한데 하정우도 캡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예요. 나이는 제가 형이지만 현장을 이끌고 좋은 에너지를 주위에 잘 전파하는 배우 같아요. 그런 면을 대중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굉장한 남자다운 면이 있고 소년 같고 귀여운 부분도 있고 요리도 잘해요. 다음에는 좀 더 직접 호흡을 주고받는 연기로 만나고 싶어요.”

영화는 빠른 전개와 다양한 촬영 기법, 현장감 넘치는 총격전을 비롯해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영화를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세대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선균은 이와 같은 요소들이 장점이자 단점이며 유의미한 선택과 결과물이었다고 말한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빠른 전개와 화면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젊은 친구들에게는 어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넷플릭스나 IPTV 등이 많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것 같아요. ‘PMC: 더 벙커’는 극장에서 게임을 하듯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요소가 강한 것 같아요. 정신없는 화면과 강한 사운드가 단점일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찾아오는 관객에겐 장점인 거죠. 할리우드의 경우 굉장한 예산을 갖고 영화를 만들죠. 한국영화도 규모가 크지만 그들이 찍는 거에 비하면 독립영화 수준이니까. 저희가 이런 시도를 통해서 강렬하고 웅장한 화면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2018년 이선균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선균은 올해를 돌아보며 “2018년도의 배우 이선균의 배경화면은 ‘나의 아저씨’”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드러냈다. ‘나의 아저씨’와 ‘PMC: 더 벙커’,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는 두 작품을 선보인 이선균. 올해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올해는 90점 정도, 아니 85점에서 88점 정도로 할게요. 90점은 맞아본 적이 없어서(웃음). 항상 목표는 ‘이 정도는 넘어야지’라는 게 있었지 ‘어디가지 올라야 한다’는 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80점은 넘지 않았나 싶어요. 보통은 70점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어요. 사격을 해도 굳이 20발 다 맞추는 게 아니라 14발을 넘기는 그런 느낌. 올해는 ‘PMC’와 ‘나의 아저씨’라는 남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을 두 개나 갖게 됐으니 저에게 행운이고 거기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BEST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