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스윙키즈’ 박혜수 “스물 네 살의 저를 전부 담은 작품”
[NI인터뷰] ‘스윙키즈’ 박혜수 “스물 네 살의 저를 전부 담은 작품”
  • 승인 2018.12.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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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의 저를 전부 담은 작품인 것 같아요.”

‘과속스캔들’, ‘써니’를 통해 박보영, 심은경의 새로운 얼굴을 꺼낸 강형철 감독이 ‘스윙키즈’로 박혜수를 발견했다. 극중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 역을 맡은 박혜수는 당찬 캐릭터에 수준급의 노래와 탭댄스, 외국어 연기까지 더해 이전에 없던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객을 홀린다. 

“처음에는 다른 내용은 안 들어오고 저 밖에 안보였어요. 제가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를 봤는데 몇 번 보니까 이제 조금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객 입장에서 보게 된 것 같아요. 너무 좋았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활자라서 제가 상상하는 것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춤을 추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감독님이 영상 콘티를 만들어주셨어요. 영상 콘티로 음악이 어떻게 깔리고 박자가 어떤지, 어떤 식으로 신이 넘어가는지 알 수 있었어요. 덕분에 감을 잡고 촬영해서 소통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한차례 스크린에 도전했지만 이처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에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다.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의 차기작에 신선한 스토리와 캐릭터, 수많은 배우들이 탐냈을 양판래 역에 당당히 캐스팅된 박혜수는 촬영 초반 거대한 세트장에 압도되며 부담과 긴장을 느꼈다. 박혜수는 양판래가 자신이어야만 했던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며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강형철 감독의 ‘판래는 우리영화에서 절대 기죽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연기에 임했다.

“감독님께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여쭤봤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말씀 안 해주셨어요. 그냥 ‘양판래는 네 것이었어’라고 하셨는데 그 말 자체도 좋지만 사실 촬영을 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을 끌어올릴 만한 구체적인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부여한 건 저는 뭐든지 열심히 해요. 잘하려고 아등바등하고 강단이 있으려고 노력해요. 판래도 원래 강하고 단단한 친구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상황, 가장으로서 남겨진 상황이 이 아이를 강했어야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1951년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다국적 포로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새로 부임한 소장은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흥겨운 탭댄스와 음악, 스타일리시한 화면구성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을 박진감 넘치는 리듬에 흠뻑 적신다. 배우들은 탭댄스를 소화하기 위해 촬영 5개월 전부터 연습에 매진했다.

“춤 영화를 찍고 나니까 연기할 때 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준 것 같아요. 진짜 열심히 춤을 추면서 몇 달을 보냈어요. 현장에선 연기에 집중해야지 춤을 생각하면 안 되니까 자다가도 노래가 나오면 출 수 있을 만큼 노력했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는 춤보다는 장면 장면을 연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멤버 구성도 독특하고 재밌어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개봉 전에 쇼케이스에서 잠깐 탭댄스를 선보일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 되더라고요(웃음). 자전거 타는 것처럼 몸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장기가 생긴 거죠. 공약으로 손익분기점 넘으면 탭댄스를 춘다고 했던 거 같은데 넘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혜수는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감독님 포함 여섯 명이 허물없이 원래 친했던 사람들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연기와 음악, 춤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탄탄한 호흡을 다졌다. 영화에서 통역을 담당하며 각 인물들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던 박혜수는 실제로도 자레드 그라임스를 비롯한 외국 배우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를 연결했다. 또한 그 시대 여성들이 겪었을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양판래를 연기하며 실제 그녀도 자신감을 얻었다.

“판래는 발차기도 하고 욕도 하는데 그런 장면들이 너무 좋았어요. 진짜 그런 사람이 그 당시에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할머니가 되신 과거의 판래들에게 이런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 같아요. 위로를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지금은 저도 판래처럼 변했어요. ‘청춘시대’ 끝나고 나서 제 말투가 변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밝아지고 목소리도 커졌어요. 너무 좋아요. 당당하고 씩씩한 판래의 모습도 결국 제 안에 있는 부분을 끄집어낸 거잖아요. 그게 아직 남아있어서 마음껏 누리고 있어요(웃음).”

   
 

영화에 다양한 댄스 시퀀스가 있지만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각각 포로수용소와 길거리를 질주하며 자유롭게 춤을 추는 로기수와 양판래의 모습은 대사 한마디 없이 오롯이 춤만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모던 러브’ 장면을 찍으며 난생처음 느끼는 감정이 있었어요. 시원하면서 서러운 무언가가 막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을 느꼈어요. 이 신을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많이 뛰어다녔어요. 동선 때문에 연습실에서 할 수 없어서 한겨울에 한강이나 운동장에서 뛰던 기억도 나요. 춤을 추면서 판래의 복잡한 심정, 현실에 대한 서러움, 춤을 추고 싶으면서도 스스로 이기적이라 느끼는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죠. 그러면서 ‘나는 정말 춤이 추고 싶다. 격렬하게 추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국어국문학과 전공의 박혜수는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 4’에 출연하며 가수에 도전했고 소속사에 들어가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글과 음악 대신 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그녀는 더욱 넓은 시야를 갖추며 많은 변화와 성과들을 일궈왔다.

“지금의 모습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대학교에서 밴드부를 하면서 마냥 신나게 지내고 있었어요. 미래에 대한 설계도 없었고 그저 ‘글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 되겠어’라는 생각 정도였어요. 지금은 연기를 하고 있는데 하고 싶었던 글과 노래를 일부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래와 비슷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고 대본을 보면서 계속 글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글과 음악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연기 전후로 시각이 변했어요. 그래서 연기를 만난 게 너무 너무 행복하고 시작하게 된 이상 정말 잘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연기가 뭘까?’부터 시작했어요. 몇 년간 운이 좋았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하니 이번 작품은 뭔가 숙제검사를 받는 느낌이기도 해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 분명 훨씬 많이 알고 있는데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런 모순이 연기의 매력인가 봐요. 몇 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하고 많은 걸 경험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모르겠어요. 끊임없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괴로워하고 고민하면서 연기하지 않을까 싶어요. 선배님께 여쭤 봐도 ‘나도 아직 몰라’라고 하시는 걸 보면 한참 멀었고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춤을 보러 와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갈 영화”라며 ‘스윙키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에게 ‘스윙키즈’는 스물네 살 박혜수의 고민과 희망, 변화를 오롯이 담아낸 선물 같은 영화가 됐다.

“스물네 살의 저를 전부 담은 작품인 것 같아요. 판래가 하는 고민과 제 고민이 완벽히 일치하진 않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되고 싶은 모습과 돼야 하는 것의 괴리를 느끼며 살아가잖아요. 그런 면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됐고 너무나 좋은 사람들과 시기를 만나서 여러모로 선물 같은 작업이고 작품이었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