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이슈] ‘가정사 공개→마이크로닷 잠적설’…연예계에 드리운 ‘빚투’의 그림자
[NI이슈] ‘가정사 공개→마이크로닷 잠적설’…연예계에 드리운 ‘빚투’의 그림자
  • 승인 2018.12.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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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가족에게 사기를 당했던 이들이 공개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른바 ‘빚투’(빚 Too, 나도 떼였다) 논란이 몇 주째 뜨거운 감자로 남았다. 의도치 않은 스타들의 연이은 가정사 공개 이후 잠시 잠잠해진 듯 했지만, ‘빚투’ 행렬의 시발점이 됐던 마이크로닷 가족이 잠적설에 휩싸이며 다시금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빚투’ 논란은 지난달 19일, 마이크로닷의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의 글에서 시작됐다. 20년 전 마이크로닷 가족이 충북 제천에 거주했던 당시,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주변인들에게 연대보증을 부탁해 막대한 빚을 대신 지게 만든 후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것.

당시 마이크로닷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지만, 연이어 드러나는 증거들과 실제로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과거 주변 사람들에게 수억 원을 편취, 잠적한 내용으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마이크로닷은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듣겠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마이크로닷의 논란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곧바로 도끼까지 ‘빚투’ 폭로의 대상이 된 것. 당시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과거 천만 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내세워지자 “천 만 원은 내 한 달 밥 값”이라는 경솔한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이후 비, 마동석, 휘인, 차예련, 이영자, 이상엽, 티파니 등 연달아 ‘빚투’ 폭로가 쏟아지며 논란의 규모는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휘인을 비롯해 한고은과 조여정이 ‘빚투’로 인해 원치 않은 가정사를 밝히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빚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휘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2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저는 친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은 예기치 못한 빚에 시달리는 등 늘 위태로웠고, 이로 인해 부모님은 2012년 이혼하셨다”라며 “이혼 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고, 지금까지 몇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 교류도 없었을 뿐더러 연락이 오간 적도 없다”라고 응수했다.

한고은 측 역시 38년전 부모가 지인에게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를 부탁하고 잠적,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의혹에 사과의 말과 함께 “아버지와 결혼식, 어머니 장례식 2차례 만남 외에 20여년 이상 연락조차 않고 살아왔다”라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산 상속 문제로 또 한 번 가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많은걸 또다시 포기하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조여정은 부친이 과거 지인에게 3억에 이르는 금액을 요양원 설립 목적으로 빌렸으나 갚지 않았다는 주장에 “과거 아버지의 채무로 인해 부모님은 이혼하게 됐다. 이후 아버지와는 어떠한 교류나 연락이 되지 않았던 상황으로 이를 관련한 내용, 해결된 사항에 대하여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기점으로 대중들의 여론은 서서히 바뀌어갔다. 구태여 밝힐 필요가 없었던 아픈 가정사를 스스로 밝히고, 그럼에도 자식으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세 사람의 모습에 응원의 물결이 이어진 것. 여기에 이영자의 ‘빚투’ 논란 역시 이미 해결된 사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서히 ‘빚투’는 그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비난 여론에 잠잠해지는 듯 했던 ‘빚투’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다름 아닌 그 시초가 됐던 마이크로닷이었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라던 그가 잠적설에 휩싸였기 때문. 지난 11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는 ‘빚투’와 관련된 취재를 위해 방송을 통해 공개된 바 있던 마이크로닷의 집을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밤에 짐을 빼는 걸 봤다더라”라는 이웃의 말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역시 “주인이 바뀌었다. 마이크로닷이 집을 내 놓았는데 얼마 전에 계약됐다”라고 증언했다.

   
 

실제로 마이크로닷이 잠적을 위해 방을 내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논란이후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행방이 묘연한 마이크로닷, 그리고 지난 6일 신곡 발표를 예고했지만 감감무소식인 그의 형 산체스. 이 두 형제의 근황은 ‘잠적설’에 힘을 싣기에는 충분했다. 이들의 부모 역시 운영 중이던 뉴질랜드의 레스토랑을 처분했다고.

국내에서 연좌제는 폐지된 지 오래다. 온전히 부모의 잘못인 일에 아무런 죄가 없는 자식까지 책임을 물고 피해를 입어야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일반인에 비해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인 만큼 본인이 아닌 가족의 논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건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론의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합당한 것은 아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의 답답하고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부모의 사기 사실조차 몰랐을 뿐더러 오랫동안 연을 끊고 살았던 이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를 보상해야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마이크로닷의 경우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부모의 잘못을 알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스스로 약속한 상태에서 별다른 입장 없이 가족들과 함께 잠적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있어서 부모의 범죄를 묵인하고 동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닷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을 의무는 없지만, 의무 이전에 양심의 문제다. 공식입장을 통해 본인이 직접 발 벗고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상 그 말들을 조금이라도 행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대외적으로는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자신에게 쏠린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자취를 감추는 행동은 대중을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동에 마이크로닷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졌고, 나아가 이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는 주변인들까지 피해를 보게 생겼다. 과연 마이크로닷 부모의 처벌이 성사되며 성공적인 ‘빚투’ 사례로 남을까. 

마이크로닷 가족의 잠적으로 사기사건 수사는 장기화 조짐을 보였고, ‘빚투’ 폭로 행렬 역시 새 국면을 맞음에 따라 그 관심이 식지 않고 계속되며 연예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만큼 그 끝이 맺어지기 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Mnet, 뉴스인사이드DB, SBS ‘본격연예 한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