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제3의 매력’ 민우혁 “뮤지컬배우 아닌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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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에서 가수, 그리고 뮤지컬배우까지. 민우혁의 삶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가 15년간 차근히 밟아왔던 시행착오들은 고스란히 깨달음으로 남아 지금의 ‘대세’ 민우혁을 만들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부터 ‘프랑켄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무대 활동을 쉼 없이 이어오던 민우혁은, 이에 그치지 않고 브라운관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민우혁은 지난 17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최호철 역으로 서강준·이솜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앞서 OCN ‘뱀파이어 검사 시즌2’·MBC ‘천 번째 남자’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바 있는 그였지만, 정식으로 극을 끝까지 이끌어 나간 것은 이번 ‘제3의 매력’이 처음이었다. 무대와는 확연히 다른 환경 탓에 그는 “적응 못 했다”라며 첫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뮤지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쌓아가는 형식이기도 하고 한두 달 전부터 호흡 연습을 많이 하는데, 드라마는 그렇지 않잖아요. 순서대로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장소가 잡히는 대로 뒤죽박죽이더라고요. 포르투갈도 두 번째 촬영 때 갔어요. 엔딩을 먼저 찍은 셈이죠. 배우들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고 서먹한 상태에서 결혼 하고, 애도 있고, 헤어지기도 하고. 그런 신을 찍다 보니 적응을 못했던 것 같아요.”

민우혁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험이 있고 나서 연기를 했으면 좀 더 여유 있게 잘 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눈치 보기 바빴다”라는 그는 “드라마를 통해 내가 어떤 배우인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 거 아니냐. 그런 것 보다는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다”라고 전했다.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큰 극장에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과장해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것 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고, 눈으로도 표현 되는 연기를 해보고 싶고, 배우고 싶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의 디테일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노래만 부르던 사람이다 보니 벽이 있었어요. 그래도 뮤지컬을 통해 연기에 대한 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하다 보니 또 다르더라고요. 또 다른 벽이 생겼죠. 분위기도 달라서 처음엔 눈치 보느라 바빴는데, ‘이제 조금 알겠다’ 싶었을 때 드라마가 끝났어요.(웃음)”
   
 

예전부터 드라마에 도전 해보고 싶었다는 그. 6개월, 빠르면 1년 전 부터 캐스팅을 확정짓는 뮤지컬 특성상 드라마 출연의 기회를 쉽게 잡지 못했던 민우혁은 운 좋게 함께하게 된 ‘제3의 매력’을 통해 “많은 걸 얻게 됐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드라마 촬영 중에 지방 공연을 갔었는데 제가 힘이 많이 빠져있더라고요. 오랜 기간 공백이 있었음에도 더 많은 디테일이 생겼죠. 제 스스로 만족했던 공연이었어요. 요즘은 마이크도 있고 음향이 잘 돼 있어서 예전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되는데 버릇이 돼서 힘이 많이 들어가곤 했었거든요. 드라마를 통해 힘을 빼는 게 목표였는데 제가 의도한대로 조금은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무대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죠.”

뮤지컬 공연부터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드라마 ‘제3의 매력’까지. 민우혁의 열일은 무대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작년에만 ‘불후의 명곡’에 20회 가량 출연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이토록 다방면에서 열일하는 이유를 묻자 민우혁은 “한 가지 일만 오래 하다보면 딜레마에 빠진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원래 단순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못해요. 그래서 예전에는 뮤지컬만 했었는데, 한 작품을 계속 하다보면 같은 게 반복되다 보니 이상하게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바쁜데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해서 그런지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회사에 ‘하나만 제대로 하고 싶다’라고 요청 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장르를 하는 데 익숙해져서 그런지 스스로 긴장하게 되고 장르는 다르지만 각각의 장점들만 계속 흡수돼서 점점 업그레이드 돼 가는 걸 느꼈어요.”
   
 

지난 2003년, 처음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다는 그는 그 때를 돌이켜 보며 “뭐가 될 줄 알았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현실에 자존감이 지하까지 내려갔다고. 그럼에도 쉽게 가수의 꿈을 놓치지 못했던 것은 부모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야구를 그만두던 당시 전했던 ‘나의 꿈을 위해 성공하는 모습 보여 주겠다’라는 당찬 포부와 함께 아버지의 따끔한 쓴 소리가 포기하지 못하도록 그의 발목을 잡았다.

“운동을 10년하고 가수를 10년 했는데, 막막하더라고요. 포기하려고 했는데, 야구를 포기할 때 ‘지금 야구 포기하면 나중에 또 포기한다. 아무것도 못 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나서 포기 못 했죠.”

데뷔 후 전성기를 맞이하기 까지 15년이 걸렸다. 민우혁은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난다. 유명한 뮤지컬 배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나도 저런 배우들과 무대에 서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뮤지컬 배우들이 저한테 그런 얘기 한다. 그럼 기분이 묘하다. 내가 예전에 그 사람들 보며 느꼈던 걸 다른 사람이 날 보고 느꼈다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라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오디션을 볼 때 무슨 작품 했냐고 물어보잖아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을 얘기했는데 잘 모르면 민망하더라고요. 창작뮤지컬을 많이 하고 유명한 작품을 안했을 때거든요. 뮤지컬 배우라고 말하기 민망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 때는 ‘내 이름 앞에 뮤지컬 배우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돼야 겠다’라는 게 목표였어요. 제가 어디에서든 ‘뮤지컬 배우’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이제 서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이에요.”

민우혁은 자신의 무명시절에 대해 “겉멋만 들어있는 가수”라며 “배우라고 얘기하면 창피할 정도였다”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게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화려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멋있는 모습만 생각했다고.

“‘어떻게 하면 잘할까’가 아니라 외형적인 것 만 신경 썼던 것 같다. 보이는 것에 급급한 상태였다”는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된 것은 바로 2015년에 출연했던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라는 창작뮤지컬이었다. 그는 불운의 야구 선수를 다룬 이야기가 자신의 상황과 너무 똑같이 느껴졌다며 “‘제가 이런 상황에 있어봐서 아는데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얘기도 하고, 안무 감독님도 야구 자세 알려달라고 해서 그걸로 안무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를 제대로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내가 이 직업을 왜 선택했을까. 왜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을까’ 하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극을 보고 치유와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까 단지 무대 위에서 멋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죠. 그래서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사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대사일수 있다는 생각 하다 보니 점점 완벽주의자가 됐죠.”

이런 생각을 한 게 불과 3, 4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그. 그렇게 마음가짐을 바꿔나가자, 자연스럽게 더 많은 관객들이 민우혁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들어주고, 응원하게 됐다. ‘불후의 명곡’ 역시 ‘노래를 정말 잘하겠다’라는 방향성이 아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성적인 부분을 더 건드려야겠다고 의도했던 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는 민우혁은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분명 10년 전에 지금보다 나았을 텐데. 겉모습이나 소리나 더 힘도 있었는데 왜 안 됐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다 마음가짐의 문제였죠. 너무 껍데기만 치장하고 멋있으려고 노력했던 거예요. 겉모습이 멋있으면 처음에는 감탄할 수 있죠. 하지만 그냥 ‘잘하네’ 하고 끝나는 사람 있는 반면, 실력을 떠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찡해지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껍데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외형적인 칭찬만 들었을 때는 ‘내 노래와 연기가 감흥이 없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얘기든 안 좋은 얘기든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해요. ‘목소리에 감동 받았어요’ ‘제 얘기랑 많이 비슷했어요’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기쁘죠.”

드라마가 끝나기 무섭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에 돌입한 민우혁은 차후 드라마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실 처음에는 ‘다시는 못 하겠다’라고 생각했다”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을 뿐더러 생각한 것에 비해 ‘발연기’를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더 연마해서 나중에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집에 가서 계속 연습했어요. 연습을 하다 보니 조금씩 적응 됐고, ‘이래서 드라마 하는 구나’하고 매력을 느꼈죠. 이제는 빨리 드라마를 다시하고 싶어요. 만회하고 싶거든요. 다양하게, 이런 것 저런 것 다 입어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람이 다 적응하는구나, 힘든 만큼 얻는 게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연기적으로 모든 걸 할 자신이 있어요. 저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웃음)”

뮤지컬에 예능, 드라마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맞이한 지금, 민우혁은 “언제 또 이렇게 일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잘 되고 있는 만큼 언젠간 내려갈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고. 좋은 작품을 만날 때마다 점점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그는 “지금 하고 있는 걸 꾸준히 잘 하고 싶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길게 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연기적인 부분에 욕심이 생겼어요. 노래를 잘하는 것도 결국 연기를 잘 하는 거더라고요. 기교나 음이 어디까지 올라가는가 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노래했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깨달았죠. 이제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배우는 뮤지컬만 하잖아요. 그게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큐로홀딩스컬쳐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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