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정인선, ‘와이키키’→‘테리우스’로 거듭해나간 성장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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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에서 시작해 그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성인배우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역만 연기해왔던 이들이 주연의 자리에서 극 전체를 이끈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정인선은 이번 ‘내 뒤에 테리우스’를 통해 첫 지상파 드라마 주인공을 성공적으로 연기하며 주연 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

실제로 정인선은 최근 진행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작품에서 큰 역할로 긴 시간을 달린 건 처음”이라며 “매일 매일 한계를 돌파하는 기분이었다. 한계를 절절하게 느끼고, 스스로 신기해하며 찍었다. ‘다들 이걸 다 거치며 찍었던 건가?’하는 놀라움이 있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길게 나와도 되는 건가?’ 생각했어요. 그렇게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건 선택받은 분들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를 길게 봐주시려면 제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매력적인 배우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죠. 작가님의 글이 워낙 재미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제 옆에 너무 든든한 소지섭 씨가 있었기 때문에 저만 거슬리지 않게 한다면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작품이라 압박으로 다가왔어요.”
   
 

결과적으로 ‘내 뒤에 테리우스’는 마지막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호평 속에 종영을 맞았지만, 정인선에게 있어서는 많은 우려 속에서 시작한 작품이었다. “자신감도 없던 상태고 캐릭터 난이도가 높아서 첫 화에 등장하는 저의 극단적인 서사에 공감을 느낄 수 있게만 한다면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는 그는 “거슬리지 않는 게 목표였는데 다행히 첫 방 이후에 칭찬을 받았다. 첫 방부터 목표 달성 했던 것”이라며 “제 안의 욕심을 발견 한 게, 이제는 ‘16부작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으로 칭찬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웃었다.

“인터뷰 전까지만 해도 ‘잘 완주 한 건가’ ‘5개월 동안 꿈꾼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제 생각을 얘기하다 보니까 ‘나 잘 끝낸 것 같다. 잘 마친 것 같다’라는 생각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한계에 부딪히면서 싸워 보니 제 스스로의 성장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연기를 대하는 측면이나 캐릭터를 풀어나는 것들을 큰 역할로서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게 된 작품이에요.”

특히 극중 정인선이 맡은 고애린은 여섯 살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살림 6년 차 프로 주부. 아직 결혼과는 거리감이 있는 정인선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앞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속 한윤아 역을 통해 갓난아이를 키우는 ‘엄마’ 역할을 소화해본 적 있었지만, 그보다 한 단계 레벨이 높아진 엄마를 표현해야하는 만큼 다방면에서 자료를 모았다고.

하지만 정인선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그저 ‘주부 고애린’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경력단절 여성의 고난, 프로엄마의 모습과 남편의 죽음까지 복잡한 서사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극 중반에서는 사회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능동적인 캐릭터라는 걸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초반에 등장한 대사 중에서 꽂혔던 것도 ‘나 정말 일 잘하던 여자였는데’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엄마와 아내로서의 모습이 능숙하고 프로다운 면모가 보였으면 했고, 그 다음에는 과도기를 적응해 나가고, 세상에 다시 튀어나가고 싶다는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그런 능동적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뒤에는 엄마나 아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인간 고애린으로서 편안하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부분을 잘 표현한다면 로코(로맨틱 코미디)적인 측면도 가능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로코의 그런 간질간질한 사랑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보통의 로코와는 다른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죠. 사랑에도 여러 가지 사랑이 있는 것처럼 인간애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이어 ‘내 뒤에 테리우스까지’, 연이어 엄마 캐릭터를 맡은 만큼 대중들이 실제 나이보다 높게 볼지도 모른다는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랐다. 이에 정인선은 “첫 엄마를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한윤아로 겪었기 때문에 엄마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다”라고 일축했다.

“엄마라는 타이틀이 부담되지 않았고, 지금도 그래요. 그 인물이 있고, 그 인물에게 부수적으로 설명되는 게 엄마일 뿐이잖아요. 애린이라는 인물은 엄마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엄마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다만 전작을 끝내면서 ‘직업을 좀 갖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었는데 이번에 직업을 한 6개 정도 하게 됐더라고요. 다음에는 직업을 하나를 진득하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제가 체구가 작다 보니 어떨 때 보면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봐 주시는 분도 계시고 더 많이 봐주시는 분도 계세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기도 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정인선은 정식으로 아역이 아닌, 주연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때문에 차기작 선택에 대한 부담감 역시 한층 더해졌을 터. “항상 시험 보는 기분”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은 그는 “다만 저를 봐주신 분들은 이제는 저라는 사람에 대한 인지가 조금 생겼으니 진입장벽이 낮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보고 싶다. 그걸 믿고 보는 정인선으로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정인선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한윤아를 통해 배우로서 한 층 더 성장했기 때문에 ‘내 뒤에 테리우스’ 속 고애린을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아역에서부터 출발한 정인선은 영겁의 시간동안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며 한걸음씩 내딛어 왔다.

아역 시절에 비해 연기에 대한 자세와 신념이 가장 달라졌다고 털어놓은 그는 “어렸을 때는 촬영장이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제 연기를 볼 수 없는 시점이 찾아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스스로의 연기에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고. 이후 또 다시 ‘인간 정인선’으로서 자아가 흔들리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친 정인선은 ‘나는 역시 연기가 좋은 거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계속 시행착오의 기간이었어요. 계속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자 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에 심취해 있던 아이라서 그랬던 거죠. 연기를 오래 하고 싶어서, 얇고 길게 가고 싶었어요. 굵고 굵게 간다는 생각을 하면 스스로 욕심 부리게 되고, 연기에 집중 못하고 다른 것들을 신경 쓸 것 같아서 ‘무소유’로 가려고 했거든요.(웃음) 이번에도 큰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 계속 그렇게 연기 생활을 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기회를 얻었고, 제 인생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회를 잡게 됐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하려고 했는데, 그런 와중에 스스로 제안에 욕심 자꾸 꿈틀대더라고요. 지금 또 한 번 신념을 정리해야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정인선은 가장 얻고 싶은 수식어를 묻는 질문에 “한 결 같이 스펙트럼 넓은 배우라는 말이 듣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경험에 열등감이 있는 타입이라 ‘아역으로 살아오지 않은 삶은 어떤 삶일까’에 대한 질투도 많이 느꼈던 만큼 그 이야기 속에서 그 인물로 여러 삶을 살고 싶다고. 연기를 하면서 인물에 푹 빠져서 보는 사람까지 이야기 속에 데리고 가고 싶다는 그는 “그러려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으면서 겉핥기가 아닌 배우가 돼야 하니 노력해야지”라고 덧붙였다.

“올 한해를 세 아이의 엄마로 써버렸는데, 작품이 다 끝나고 나니 28살이 한 달 남았더라고요.(웃음) 29살을 잘 쓰고 싶은데 아직 나의 20대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잘 안나요. 또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저한테 28살은 ‘내 뒤에 테리우스’와 ‘으라차차 와이키키’로 기억될 것 같은데, 29살 때는 더 사랑 받게 되면 좋겠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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