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김동욱 “‘손 the guest’,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작품…다시 찾아올 것 같아요”
[NI인터뷰] 김동욱 “‘손 the guest’,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작품…다시 찾아올 것 같아요”
  • 승인 2018.11.09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 8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국가대표’(2009) 등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배우 김동욱. 그런 그가 약 10년 만에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룬 김동욱은 OCN 수목 블록의 포문을 연 드라마 ‘손 the guest’까지 연 타석 흥행에 성공,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손 the guest’(손 더 게스트)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한국의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을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화제를 모았다. 극중 김동욱은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윤화평 역으로 분해 극을 이끌어나갔다.

숨 가빴던 5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후 최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김동욱은 연신 “후련했다”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고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라며 “마지막은 특히 거의 라이브 생방처럼 타이트하게 찍었는데, 그런 스케줄에도 우려했던 것에 비해 너무 완성도 있게 잘 나오고 좋은 평을 들으면서 끝낼 수 있어서 후련한 마음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소재나 장르도 드라마로 접하기에는 힘들고, 채널과 방송 시간대도 대중들에게 낯선 시간대였잖아요. 그런 우려와 기대감이 동시에 있었던 작품이에요. 그런데도 우연찮게 큰 사랑을 받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행복하죠.”

   
 

방영 전부터 ‘손 the guest’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이란 타이틀을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김동욱은 “어떤 의도로 마케팅을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재와 사건들의 원인은 비현실적이지만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사건은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고 있는 것들”이라며 “그래서 저는 리얼 엑소시즘이라는 이야기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2004년부터 배우로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김동욱이지만,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엑소시즘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만큼 ‘손 the guest’에 출연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도 도전이었을 터. 더불어 OCN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수목극인 만큼 부담감과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걱정 많이 됐죠. 제가 느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나 연기적인 고민 외에 ‘이렇게 욕심나고 애정 가는 작품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봐주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이 분명 있었어요. 드라마로서 처음 시도하는 장르인데다가 장르뿐만 아니라 사실적인 이야기를 무겁게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거든요. 이런 것들이 어떤 분들에게는 강한 충격으로 다가와서 흥미나 재미를 끌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용기가 나지 않는 작품이 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도 있었어요.”

   
 

특히 역대급 무더위를 자랑했던 6월부터 28년 만에 가장 추운 가을을 기록했던 10월 말까지 극한의 상황 속에서 100회차가 넘는 촬영을 강행한 만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김동욱은 ‘손 the guest’에 대해 “역대급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작품”이라며 힘들었던 촬영을 회상했다. 그는 “끝나고 이렇게 체력적인 휴유증이 많이 남은 작품은 처음이다. 정신적인 것도 같이 고갈돼서 더 그런 것 같다. 촬영 끝난 지 얼마 안됐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회복이 안 되는 작품이 처음인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화평이라는 인물이 극중에서 박일도를 찾아서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캐릭터잖아요.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은 장소에 항상 있어요. 부마자들이 그렇게 도망을 가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저도 몰랐죠. 액션은 길영이가 다 할 줄 알았는데 후반 갈수록 화평이가 더 많더라고요. 리얼 엑소시즘이 아니라 추격 액션 스릴러로 바뀌는 것 같다는 농담도 했었죠. 또 감정적인 연기가 에너지와 집중력을 많이 필요로 해서 진이 빠진다고 해야 하나,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됐어요. 육체적 보다는 정신적인 에너지소비가 동반되는 거다 보니까 더 힘들었죠.”

김동욱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 마지막회에 등장했던 바닷가 신을 꼽았다. 해당 장면에서 수중촬영까지 감행했던 그는 “너무 추웠다. (빙의신은) 시간적으로 여유도 없어서 연기 모니터링을 못하면서 찍었다.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촬영하는 내내 정말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으로 찍었다”라며 “특히 바닷가신은 그것만 8시간 찍었다. 그 시간동안 스태프, 배우들 모두가 몰입해서 춥고 지치는 걸 견뎌내면서 찍었다. ‘손 the guest’를 찍으면서 가장 많은 집중력과 인내심, 체력을 필요로 했던 때인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극중 김동욱이 맡은 윤화평은 박일도라는 악령에 의해 가족을 잃을 비극적인 인물. 김동욱은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린 게 가장 가혹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오히려 윤화평을 연기할 때 “쿨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상황과 관계에 있어서 때로는 뻔뻔하리만큼 스스로 쿨하고 냉정하면서도 감성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는 “화평이는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라며 “사람들, 특히 최윤(김재욱 분)과 길영이(정은채 분)처럼 과거에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진 인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쿨함과 뻔뻔함이 없다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할 상황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제가 누구보다 화평이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만 하잖아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조심스러운 건 화평이 자체가 너무 자기연민에 빠지면 안 되는 캐릭터라는 거죠.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감독님께 ‘어떻게 이렇게 살수 있냐’라는 얘기를 했는데, 화평이는 그렇게 자기 스스로 자기연민에 빠져서 좌절할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그런 캐릭터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은 있었지만, 자칫 제가 느끼는 슬픔과 연민으로 잘못 가다보면 화평이가 하는 행동과 말과 상황이 이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제 입장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가혹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제가 느낀 화평이가 아니라 화평이로서 느껴야 되는 걸 이성적으로 찾아야 되는 게 쉽지 않았죠.” 

‘신과 함께’ 김수홍과 ‘손 the guest’ 윤화평까지, 안타까운 서사부터 힘들었던 촬영 현장의 연속이었다. 김동욱은 이런 ‘짠내’나는 캐릭터를 연이어 맡은 것에 대해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솔직히 끝나고 난 지금 입장은 밝고, 맑고, 깨끗한데서 촬영하고 싶다. 우스갯소리로 ‘난 이제 서울에서만 찍을 거다’ ‘에어컨 잘 나오는 데서만 찍을 거다’ 그런 농담도 했었다”라며 웃었다.

   
 

이렇듯 여러 방면에서 가혹했던 상황에도 불구, 여러 차례 메이킹 영상을 통해 공개된 것처럼 김동욱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진중한 극의 전개와는 상반되게 서로 장난을 치는 등 웃음꽃이 만발했던 촬영 현장에 대해 김동욱은 “드라마 분위기가 진중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가볍게, 편하게, 또는 웃음을 줄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다 보니 작품 자체도 무겁고 어둡잖아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더라고요. 특히 저는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같이 준비하거나 기다리는 시간동안이라도 웃고 장난치면서 에너지도 얻고, 기분을 환기 시키고 노력했어요.”

김동욱은 ‘손 the guest’가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드라마”라고 운을 뗐다. “제목과 마지막화의 내레이션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한 그는 “다시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라며 진한 여운을 드러냈다.

“감독님께서 마지막 크레딧에 쓰신 얘기가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예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엔딩에 물속으로 가라앉는 화평이의 모습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도 그런 거거든요. 극중 박일도라는 악령의 힘이 어느 정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너무나 강한 존재의 악령으로 묘사되잖아요. 그런데 결국 악령이 죽고 살고는 화평이라는 인간의 의지로 결정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무 능력도 가진 것도 없고, ‘과연 박일도랑 부딪혀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은 인물이지만 결국 박일도라는 존재를 의지로 이겨내고 박일도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박일도는 누군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무엇이든 될 수 있겠죠.”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