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김선호 “‘백일의 낭군님’, 갇혀있던 저를 일깨워준 작품이죠”
[NI인터뷰] 김선호 “‘백일의 낭군님’, 갇혀있던 저를 일깨워준 작품이죠”
  • 승인 2018.11.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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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작·인생캐 경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처음 브라운관에 발을 들인 이후, 김선호는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 쉼 없이 드라마 활동을 이어왔다. 이런 바쁜 행보에도 불구, 그는 약 10년 간 무대에서 쌓아왔던 연기내공을 바탕으로 맡은 캐릭터를 빈틈없이 찰떡소화 해내며 극중에 녹아들었다. 이번 ‘백일의 낭군님’ 역시 마찬가지. ‘김과장’부터 이어진 김선호의 열일행보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또 한 번 진가를 발휘, 무대가 아닌 안방극장에서도 제대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연출 이종재 l 극본 노지설) 주연 배우 김선호의 종영인터뷰가 진행됐다. ‘백일의 낭군님’은 완전무결 왕세자에서 졸지에 무쓸모남으로 전락한 원득과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의 전대미문 100일 로맨스.

극중 김선호는 조선 최고의 뇌섹남 정제윤 역으로 분한 그는 ‘인생캐’라는 평에 “보시는 분들이 인생캐라고 하면 인생캐가 맞다”라며 “앞으로 욕심 부려서 더 많은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야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좋아서 정제윤이라는 인물을 만나는 내내 좋았던 건 사실”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특히 ‘백일의 낭군님’은 첫 방 시청률 5%로 출발, 파죽지세 상승세를 그리며 14.4%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을 맞았던 바. 최근 모든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두 자릿수 돌파마저도 어려움을 겪는 등 기근인 가운데, ‘백일의 낭군님’은 지상파마저 제치며 당당히 수목극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김선호는 “예상치 못했다. 워낙 한치 앞도 모르지 않나. 아마 감독님도 몰랐을 것”이라며 당시 심정을 회상했다.

“그간의 평균치가 있다 보니 너무 기대하기도 무섭더라고요. 잘나오면 7, 8%정도? 그 정도 나오면 행복 하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기대 이상이 나와서 하루하루 깜짝 놀라고 좋더라고요. 첫 방송 시청률이 5%가 나와서 ‘역시 엑소의 힘’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인기가 많은 배우가 있더라도 시청률을 유지하는 건 모두가 일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정확히 자기 위치에서 고민하고 도움 줬더라고요. 제가 나온 드라만데 이렇게 웃어보긴 처음이었어요.”

   
 

‘백일의 낭군님’은 김선호에게 있어서 도전이었다. 한 번도 사극 연기를 해 본적이 없는 만큼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대본 리딩 전날이 돼서야 뒤늦게 출연을 확정지은 그는 “시간이 없다고 느껴졌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출연을 결정짓게 된 계기는 바로 출연진들 때문이었다.

“작품의 색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행히 (도)경수와 (남)지현을 아는 모든 분들이 인성을 칭찬하더라고요. 계속 고민 했는데, (김)기두형 역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 했고 연극계에서 많이 봤던 형들도 있다 보니 기운 좋고 에너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지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고민이 따랐던 선택인 만큼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사극 특성상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말투 때문. 김선호는 “차라리 사투리처럼 ‘사극 말투는 이렇다’라는 기준이 있으면 괜찮았을 텐데 정해진 게 없었다. 선배들께 물어봐도 다들 다르시더라”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다행히 판소리 같은 걸 보면 음율이 있잖아요. 그런 게 좀 들어가면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사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고민도 많이 했고, 낯설었고, 어려웠어요. 그래서 정제윤이라는 역할을 만나는 과정이 더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선배들이 항상 ‘사극이 끝나면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발전해 있을 거다’라고 조언해주셨거든요. 말하는 것부터, 그 말에 감정을 싣는 것까지 고민을 많이 해야 되잖아요. 평소 말하는 것에 감정을 싣는 건 익숙하고 편하지만, 사극이다 보니 ‘더 명확화고 정확해야하는구나’하고 고민 하다 보니 발전했던 것 같아요. 어렵지만 좋은 경험이었죠.”

   
 

김선호는 ‘백일의 낭군님’에 대해 “갇혀있는 저를 일깨워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극중 정제윤은 율(도경수 분)과 이서(남지현 분)의 사랑이 더 빛나고, 사건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키포인트’ 역할이었던 만큼, 이는 고스란히 김선호에게 압박이 돼서 돌아왔다고. “날씨도 덥고, 한복도 처음이고, 사전제작도 처음이었다”라며 갇혀있었던 이유에 대해 털어놓은 그는 “모든 날이 불편했나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다 보니 스스로 아닌 척 하면서도 갇혀있었어요. ‘부족한 것 같아. 어떤 것 같아. 그래서 이럴 거야’라고 채찍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저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작품 결과도 좋다 보니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레짐작이란 게 필요가 없는 거였죠. 항상 열려있어야 하고,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더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젠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브라운관에 발을 들인지 2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백일의 낭군님’은 벌써 김선호에게 5번째 작품이 됐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만큼 힘들었던 순간 역시 있었을 터. 실제로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졌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촬영 중 주저앉은 적도 있다”라며 웃었다.

“‘투깝스’ 때는 뛰다가 숨이 안 쉬어 지기도 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지현이한테 물어봤어요. 지현이는 새벽에도 늘 웃고, 체력이 좋더라고요. 먹는 비타민부터 준비운동까지 모든 걸 물어봤어요. 어느 날은 새벽 5시에 갑자기 내려서 몸을 풀더라고요. 저도 같이 풀었죠.(웃음) 지쳐요. 체력적으로 저도 모르게 지쳤던 것 같아요. 다행히 이 일을 좋아하고 재밌어 해서 힘든 걸 감안했죠.”

김선호는 “이제는 좀 더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선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 늘어놨다. 그는 “사실 처음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면 부족한 게 보이지 않나”라며 “저도 모르게 ‘이건 이렇게 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지금 몇 달 쉬다보니 또 (작품이)하고 싶어진다”라고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제가 눈빛이 선하다고 얘기 하시는데, 나쁜 사람들 인상이 ‘나쁜 놈’이라고 안 써져 있잖아요. 저한테서 발현되는 악역은 어떨까 기대감과 설렘이 있어요.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야죠. 제윤이가 정돈되고 위트있는 캐릭터였으니 악역, 선역 상관없이 감정 폭 넓은 캐릭터를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사람이 살면서 힘들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 폭이 자유로우면 재밌을 것 같아서, 사람 냄새 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김선호는 브라운관 속에서 밝고 능글맞은 이미지로 많이 소비돼 왔다. 하지만 그는 밝은 역할이라고 해서 그 캐릭터에 대해 진중하지 않게 다가간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백일의 낭군님’ 속 정제윤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대본에 적혀있지 않은 캐릭터의 서사를 스스로 만들어 냈을 만큼 배역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진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앞으로도 저 배우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늘 한결 같은 게, 시청자뿐만 아니라 팀에게 있어서도 ‘다음에도 저 사람이랑 작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거든요. 그 속에는 연기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나 인성도 포함되겠죠. 같은 이미지의 역할을 맡더라도 앞으로가 궁금한 배우 가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김선호는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라고 밝혔다. 다섯 작품을 하면서 어느 순간 촬영장에서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는 “‘너무 일처럼 느끼는 게 아닐까?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새 해 목표가 있다면 모든 걸 털어버리고 처음부터 하는 느낌으로 다시 즐기면서 스텝을 밟아나가려고요. 배역을 맡았을 때 기초부터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걸 털어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영화도 너무 해 보고 싶어요. 연기라는 맥락은 같지만 새로운 장르에 도전 한다는 게 늘 신선하고 재밌고 설레더라고요. 해보고 싶고,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