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남지현 “‘백일의 낭군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로 기억 됐으면 좋겠어요”
[NI인터뷰] 남지현 “‘백일의 낭군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로 기억 됐으면 좋겠어요”
  • 승인 2018.11.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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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란 배우’. 남지현을 칭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남지현은, 아역의 이미지를 벗고 성인 배우로서 거듭나기 위해 고전하는 일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2016년 ‘쇼핑왕 루이’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주연에 첫 도전한 그는 이후 ‘수상한 파트너’에 이어 ‘백일의 낭군님’까지 연타석 흥행에 성공, 신흥 로코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연출 이종재 l 극본 노지설) 주연 배우 남지현의 종영인터뷰가 진행됐다. ‘백일의 낭군님’은 완전무결 왕세자에서 졸지에 무쓸모남으로 전락한 원득과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의 전대미문 100일 로맨스.

특히 ‘백일의 낭군님’은 케이블이라는 한계점에도 불구, 뭇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처음 도전하는 사극 로맨스였음에도 역대급 흥행 성적을 거두며 대표작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해 “다 같이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했을 정도로 놀라고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힌 그는 “꿈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월화극이 워낙 시청률이 잘나오기 힘든 자리잖아요. 저희 팀 자체도 예상치가 지금보다 낮았어요. 찍을 때도 ‘(시청률)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즐겁게 찍는 데에 집중하자’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얼떨떨했죠. 행복한 얼떨떨함(웃음). 저 스스로는 사실 되게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사전제작이 처음이다 보니 ‘사전제작 할 때는 이런 점을 좀 더 신경 써야 겠구나’하고 깨달은 것도 많았고요. 하지만 사랑 받아서 행복해요. 무더운 여름날 고생했던 걸 보상받는 느낌이라 뿌듯합니다.”

   
 

남지현은 ‘백일의 낭군님’에 대해 “사전제작 할 때 어떤 걸 신경써야할지 많이 알려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으면서 촬영할 수 없다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특성을 처음 겪어본 만큼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그러면서 “이번을 바탕으로 다음에 또 사전제작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이때 아쉬웠던 점들을 다시 상기해서 메꿀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배우들의 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어요. 항상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였지만 뼈저리게 느꼈다고 해야 하나. 다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이란 걸 많이 느꼈죠. 시청자분들도 여러 가지가 담겨있던 드라마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처음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초반에는 티격태격하고 요리조리 통통튀고, 중간에는 풋풋하고 설레는 장면이 나왔다가, 마지막은 애절하고 애틋하고. 다양한 멜로가 다 담겨있다고 느꼈거든요. 시청자분들한테도 웃고, 울고, 같이 분노 했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로 기억 됐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남지현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겨진 ‘백일의 낭군님’이었지만, 남지현은 처음 드라마 출연을 확정지었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남자주인공이 기억을 잃고, 그로 인해 신분이 전락한다는 설정이 전전작인 ‘쇼핑왕 루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4부까지 나온 대본을 보고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낀 그는 감독에게 직접 찾아가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가 이전에 연기 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로 쭉 가버리면 작품에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여쭤봤죠. 그런데 감독님이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사극이기 때문에 많이 달라 질 거다’라면서 ‘캐릭터 자체가 복실이랑 결이 다르다. 덜 착하고 세다. 억센 면도 있고. 그런 캐릭터가 다른 사람들하고 만났을 때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테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대본을 다시 보니 저도 다르게 연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해결책을 찾고 작품에 임했죠.”

   
 

아역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남지현은 “저도 부담감을 느낄 줄 알았는데 20살 넘어오면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자고 했다”라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환경이 많이 바뀌는 것도 사실이고, 성인 배우로서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넘어온 이유로 성인 배우로서의 첫 작품인 ‘가족끼리 왜이래’를 꼽았다.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함께 출연하신 선생님이나 선배님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인연기를 할 때 편안하게 웃으면서 해도 되는구나. 내가 8개월 동안 한 작품을 연기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 얻었죠. 그러면서 그냥 20살 때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전의 경력을 없던 걸로 칠 수는 없지만, 그걸 참고로 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그래서 ‘잘 해야 된다. 성공해야 된다’하는 부담감이 없었어요.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생각 하니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죠. 또 드라마는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부담감은 지금도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성인 배우로서 성공적인 첫 발걸음을 뗀 그는 이후로 출연작마다 뭇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흥행 불패를 이어갈 수 있었던 남지현 만의 비법은 대본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캐릭터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에 있었다.

“우선 캐릭터 위주로 많이 봐요. 그리고 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더 자세하고 뚜렷할수록 작품이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머릿속에 있는 걸 표현해야 되다 보니 대본을 보고 생각을 떠올린 다음에 대사를 읽어봐요. 그리고 생각한대로 표현이 되는지 확인하고, 잘 되면 그 작품을 하는 거죠. 그 다음에 스토리도 보고, 상대배우나 다른 역할과 붙었을 때 어떻게 나올까 생각도 많이 해봐요.”

   
 

이처럼 연이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남지현이지만, 그 역시도 슬럼프는 피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크게 슬럼프는 겪은 적 없지만, 매 작품마다 작은 순간순간으로 오곤 한다고. 특히 남지현은 “‘가족끼리 왜 이래’는 기간이 길어서 중간에 (슬럼프가) 크게 한 번 오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연기자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는 거잖아요. 캐릭터의 인생은 제가 못 살아본 인생이니 연기를 하다보면 문득문득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해도 되나? 맞게 표현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숙명이잖아요. 그걸 이겨내야 작품을 끝낼 수 있으니까 가볍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남지현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해볼 수 있으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실제로도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탓인지, 여태껏 그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을 맡아 왔던 바. 이에 그는 “좀 더 진지하고 어두운 면이 있는 역할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제가 어떻게 하다 보니 로코를 많이 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위기가 아닌 다른 분위기의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긍정적이고 밝은이미지가 강한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10년 후인 30대 중반쯤엔 좀 더 중간으로 와서 선악이 공존하는 느낌의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노력해야죠.”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