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세종 28년 서기 1446년 훈민정음 반포 572돌…맘충·한녀·틀딱충·학식충 등 차별적 언어 주의
한글날, 세종 28년 서기 1446년 훈민정음 반포 572돌…맘충·한녀·틀딱충·학식충 등 차별적 언어 주의
  • 승인 2018.10.09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 28년 서기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72돌을 맞은 한글날인 9일을 기념해 차별적 언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572돌을 맞은 한글날은 법정공휴일로 세종 28년 서기 1446년 반포한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8일 오후 서울시 시민청에서는 '2018 한글, 서울을 움직이다-차별적 언어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와 이화여대 국어문화원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국어학자와 사회언어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차별적 언어에 관한 견해를 나눴다. 

대구대 국어국문학과 이정복 교수는 최근 나타난 차별적 언어 사례를 소개했다.

성차별적 용어로는 김치녀(한국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된장녀(허영심 때문에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명품 등 사치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 한녀(한국여성을 비하하는 표현), 맘충(자녀를 둔 여성을 비하하는 말), 삼일한(여자는 하루에 3번 맞아야 된다는 뜻) 등이 있었다.  

인종차별적 용어로는 똥남아(동남아를 비하하는 말), 외노(외국인노동자를 비하하는 말), 흑형(흑인 형), 쭝꿔(중국인을 비하하는 말) 등이 있다.

장애차별적 용어는 애자(장애인을 비하하는 말), 병신크리(어처구니없이 병맛나는 행동을 하는 것), 셀카고자(셀카를 못 찍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 등이다.

지역차별적 용어는 경상디언, 개쌍도(이상 경상도 비하), 홍어족, 라도, 까보전(이상 전라도 비하) 등이었다. 

종교차별적 용어로는 개독교, 먹사, 개불, 개슬람 등이 있었다.

기타 차별적 용어로는 수꼴(수구꼴통), 좌좀(좌파좀비), 호모(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 틀딱충(틀니+딱딱+충의 합성어), 학식충(학교식당 밥을 먹는 대학생), 룸나무(룸살롱 꿈나무) 등이 있다. 

이 교수는 "틀딱충은 틀니를 딱딱거리며 말하는 벌레라는 노인 비하 표현"이라며 "갈수록 노인세대가 많아지는 시점에서 젊은 청소년과 중·장년층이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생각해서인지 모르지만 노인 비하 표현까지 등장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어느 기사를 보면 '명절에 가족이 모였는데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주인공 노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시간을 보냈다'는 표현이 있다. 꿀 먹은 벙어리도 오래된 차별적 표현"이라며 "꿀 먹은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인데도 생각 없이 쓴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것을 기자들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김치녀, 된장녀, 한녀, 맘충, 삼일한 등은 젊은 누리꾼이 쓰는 표현이다. 21세기 젊은 세대들도 수많은 차별언어를 새로 만들어 쓰고 있다"며 "위기를 느낀 남성들이 여성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고 그러니 뒤에서 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들은 여자는 군대도 가지 않는다면서 남자는 2~3년 자기 모든 것으로 쏟아서 나라를 위해 노력하는데 여성은 그 시간 동안 시험 공부해서 학점 잘 받고 취직 잘한다며 불만을 느낀다"며 "반대로 여성은 출산이나 육아가 시간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 부담 면에서 군대 못지않고 사회적으로도 기여함에도 남성들이 일방적으로 공격한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여성학자인 손달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차별적 언어 사용 사례를 소개했다. 

손 조교수는 "아이가 2돌 됐는데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로 가르치지 않고) 부모가 살고 계신 곳을 기준으로 충주 할아버지 할머니, 상도동 할아버지 할머니로 가르쳤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계시던 한 할머니가 '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로 구별하지 않았냐'며 아이를 잘못 가르쳤다고 하더라"라며 "이런 것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예전처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니 주변에서 애국했다고 하고 아이 성별을 묻더니 몇점짜리라고 점수까지 줬다"며 "저는 저의 생각으로 결혼하고 출산했다. 점수를 받거나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닌데 출산을 그렇게 평가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손 조교수는 일상적인 여성차별적 언어를 소개했다.

그는 유모차(乳母車), 저출산(低出産), 산부인과, 가임 여성, 부인병 등을 고정된 성역할을 부여하는 언어 표현으로 지목했다. '아빠가 비즈니스 하는 동안에도 이사는 계속됩니다. 엄마가 쇼핑하는 사이에도 집안 청소는 계속됩니다'란 이사광고 문구 역시 성역할을 강요하고 있다고 손 조교수는 지적했다. 

[뉴스인사이드 정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