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미쓰백’ 한지민 “불편한 감정이지만 목소리가 모이면 변화 생길 것”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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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피부와 붉은 입술, 공허한 눈빛으로 내뱉는 담배 연기에 이전에 한지민은 없었다. 세상을 등진 전과자 백상아(한지민 분)와 세상에 내몰린 아이 지은(김시아 분)의 이야기를 다룬 ‘미쓰백’(감독 이지원)에서 한지민은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오롯이 백상아가 되어 스크린에서 살아 숨 쉬었다.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영화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 비춰질지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 필요한 영화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백상아와 지은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 다음에 연기하면서 백상아처럼 보이길 바랐고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겁이 났어요. 그래서 상아의 감정을 생각하고 왜 이런 사람이 됐는지 과거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고 쌓아갔어요. ‘상아라면 이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빠져 작업했는데 막상 선보이는 날이 다가오니까 너무 긴장되더라고요(웃음). 스태프들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임했는지 아니까 개봉을 앞두고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언론시사회를 하고 평이 좋아서 주변에서도 캡처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믿어지진 않았어요(웃음).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는지가 더 중요한 일로 남아있으니 아직도 긴장돼요.”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파격적인 변신에 도전한 한지민은 ‘미쓰백’에서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향해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강해보이지만 그 안에는 아픔과 연민이 담긴 캐릭터를 위해 한지민은 백상아의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감정을 쌓아가고 인물 속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저와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그 안에서 쉽고 편안함을 찾았다면 어느 순간 저라는 사람의 성격도 바뀌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생각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한 작품 한 작품하면서 느낀 건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인물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였어요. 백상아는 저와 닮은 점이 많지 않았고 그녀의 삶을 머리로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관객에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시나리오에 담기지 않았던 그녀의 삶에 물음표를 던지고 하나하나 짚어가는 절차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감독님과 상아의 과거와 그려지지 않은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전과자로 세상을 직면할 때의 감정도 쌓아갔어요. 시나리오에서 시작하는 상아의 모습 이전의 삶을 쌓아야 비로소 시작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시간을 오래 가졌어요.”

‘미쓰백’에서 한지민은 첫 등장부터 침을 뱉고 담배를 피우는 등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한지민은 영화의 시작부터 이전의 이미지를 지우지 못한다면 관객들이 몰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탈색을 감행하고 푸석푸석한 피부와 강해보이는 의상으로 외향을 꾸몄다.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달라졌겠지만 제가 연기한 상아는 체구가 작잖아요. 세상이 자신을 내몰았고 학대받고 기댈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모든 것들이 적처럼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진한 립스틱을 칠하고 가죽재킷도 입었을 거예요. 처음에 테스트할 때는 검은 머리에 거친 피부만 표현했는데 날카로운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아서 염색도 하기로 했어요. 염색 전에 탈색을 했는데 감독님이 보시고 이대로 가자고 했어요. 마치 맥주로 감은 듯 거친 느낌이 백상아스러웠죠.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며 백상아를 만들었어요.”
   
 

한지민은 ‘미쓰백’을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라 말했다. 본인의 필모그래피에 변곡점을 만들어낸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연들이 겹친 묘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지민은 어려움이 많은 도전적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시나리오를 읽고 감성에 젖어 출연을 결정했다. 연출을 맡은 이지원 감독 역시 이전까지 한지민과 백상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밀정’ 뒤풀이 장소에서 우연히 평소 한지민의 모습을 보고 그녀를 향한 선입견을 버리게 됐다. 

“이 작품은 운명처럼 만났어요. 예전에 ‘밀정’ 뒤풀이를 갔는데 마침 그 장소에 이지원 감독님과 연출부가 ‘미쓰백’ 트리트먼트 작업 중에 맥주를 한 잔 마시러 왔어요. 그 전에 감독님은 ‘미쓰백’ 백상아 역 캐스팅 리스트업에 제 이름을 보고 관심도 없었대요(웃음). 뒤풀이 장소에서 제가 검정 슬랙스에 맨투맨을 입고 클러치가방을 옆에 낀 채 지나갔는데 그 모습을 우연히 보고 평소 생각하던 이미지와 달라서 놀랐다고 했어요. 저는 ‘미쓰백’ 시나리오를 읽고 평소 저와 많이 달라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지만 두렵지 않았어요. 어디선가 일어나는 일 같았고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관객에게 부드럽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정을 깊게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미팅을 하는데 ‘밀정’ 뒤풀이에서 절 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듣고 놀랐죠. 사람 사이에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과 그런 인연으로 ‘미쓰백’을 만난 것 같아요.”

영화는 아동학대와 그 치유의 과정을 다룬다.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사건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은 그 동안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처럼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한지민은 “목소리를 모아 변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편하고 화가 나죠.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다가도 조금 지나면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돈을 주고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는 건 선택에 있어서 쉽지 않아요. 어떤 영화는 웃음을 주지만 저희 영화는 많은 관객이 모이고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힘은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상아와 지은은 왜 하필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서 아픈 성장을 겪었을까 보면 우리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관심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인 것 같아요.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지만 목소리가 모이면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영화는 한지민의 변신과 더불어 아역 김시아의 연기가 돋보인다. 김시아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을 더하고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시나리오를 볼 때 감정적으로 어려운 것들이 보여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처음 만날 때 눈이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 같은 해맑음이 없다기보다는 눈에 담긴 감정이 많아 보였어요. 이야기를 나눌 때도 어른처럼 신중했어요. 행여 어머니의 욕심으로 연기를 시켰을까봐 걱정했는데 시아 자체가 연기를 하고 싶어 했고 지은이 입장으로 매일 일기도 쓰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든든했어요. 시아는 지은이처럼 실제로 먹지도 씻지도 않고 손톱까지 기르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노력할 수 있지’ 싶었어요. 현장에선 물론 심리상담가가 계속해서 상담을 해주셨고 감독님, 스태프 모두 시아와 지은을 분리해서 감정적으로 너무 빠지지 않도록 했어요. 힘든 연기였지만 시아는 NG가 거의 없었어요. 너무 놀라웠고 그래서 저의 가슴을 치는 순간이 많았어요. 지은의 모습이 되어 서있는 시아의 느낌을 받아 연기하면 저도 백상아가 될 수 있었어요.”

광고 모델로 시작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한지민은 처음에는 그녀조차도 지금까지 배우를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데뷔 초에는 남들보다 다소 쉽게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한 작품 한 작품 더해가며 부족함과 재미를 동시에 느낀 그녀는 어느덧 진지하게 작품과 연기를 생각하게 됐다. 자기 복제를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나날을 지나 그녀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내고 있다.

“처음에는 연기가 좋아서 배우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고 연기를 하는 직업이 어떤 것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청연’ 때였어요. 그전에 드라마를 할 땐 대화도 없이 ‘레디’와 ‘컷’만 있었고 혼도 많이 나서 무서웠어요. 윤종찬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드리는 게 당시 제가 모자란 부분이 많았을 텐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정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조금은 뿌듯함을 느꼈죠. 그러면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고 싶었고 드라마를 하면서 무턱대고 열심히만 했어요. 이후 편해졌지만 어느 순간 비슷하게만 하고 있는 저에게 부끄러움도 생겼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갈증도 생겼어요. 그 시기에 ‘조선명탐정’을 만났어요. 새로운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뒤로도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꾸준히 변화들이 있었어요. 분량에 있어서도 주인공이 아니어도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장수상회’도 했어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병헌 선배와 마주하고 대사를 나누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작품마다 선택 기준은 다른 것 같아요. ‘밀정’을 하면서는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생각도 바뀌었어요.”

한편 ‘미쓰백’은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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