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독특한 리듬으로 그려내는 미묘한 소통 (종합)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독특한 리듬으로 그려내는 미묘한 소통 (종합)
  • 승인 2018.10.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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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조금은 독특한 리듬으로 미묘한 감정과 소통을 그려낸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23rd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감독 장률) 기자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률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참석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미묘한 감정을 품은 두 남녀가 군산을 여행하며 엇갈리고 굽이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장률 감독은 “재작년에 이야기가 떠올랐다. 몇 년 전에 목포를 갔다. 목포라는 공간이 주는 인상이 깊었다. 목포에는 일제강점기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고 정서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목포에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떤 인물이 목포에 갈지 생각했고 가장 먼저 박해일 씨가 떠올랐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장률 감독은 “둘이서 목포를 갔다. 목포가 다른 건 좋은데 영화 속에 나오는 민박집 같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군산에 갔는데 일제강점기 시대의 건물이 목포보다 많아서 좋다고 생각했다”며 “두 장소의 질감은 달랐다. 군산은 좀 더 부드럽게 보였다. 부드럽다면 남녀가 연애를 하는 분위기도 나오지 않겠나 싶었다. 영화의 정서가 공간을 군산으로 바꾸면서 변화했다. 박해일 씨는 목포에서 출발했고 다른 배우들은 장소를 군산으로 바꾼 후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박해일은 “‘경주’에 이어서 장률 감독님과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게 되어 기쁘다. ‘경주’ 때도 그렇지만 감독님과의 작업은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실 지가 첫 번째는 아니었다”며 “시간이 날 때 자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지켜볼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감독님과 목포를 함께 다녀왔는데 목포에서 작품을 만들겠다고 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군산으로 지역을 바뀌면서 군산에 촬영하러 내려가면서 또 다른 감독님의 이야기가 나오겠다고 느꼈다. 촬영 전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률 감독은 박해일 캐릭터가 반복하는 ‘죄송합니다’ 대사의 암시에 관해 “어떤 집단을 염두에 두고 반복한 대사는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죄송하다는 생각은 있을 거다.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 많이 하고 적게 하기도 한다”며 “일상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완벽주의자다. 직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더 생각하고 마음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할 때 그런 말을 한다. 박해일 씨가 실제로도 일상생활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저는 일상에서는 적게 하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위를 노래하다’ 시에 관해서는 “‘거위를 노래하다’ 시는 영화 전체의 상징은 아니다. 극 중에서 윤영이 화교 학교에서 2년을 다녔던 설정이 있다. 중국에서는 유치원부터 그 시를 안다. 그런 설정으로 시가 영화에 나오게 됐다”며 “실제 그 시는 시인이 7살에 지었다. 윤영은 어린 아이 같은 구석도 있다. 박해일 씨가 그 시를 읊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녹음해서 주고 박해일 씨가 연습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조선족에 대한 내용 역시 “조선족에 대한 내용은 내가 그쪽 출신이라서 그렇다. 일상의 디테일한 부분을 그리려고 했다, 한국에서 사는 조선족에 대한 큰 갈등은 다른 영화에서도 다루는 것 같다. 나는 그쪽 출신이니 디테일한 일상적인 면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장률 감독은 “감독은 답을 줄 수 없다. 감독은 삶에서 자신의 리듬 안에서 궁금함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소신을 밝혔다.

‘경주’, ‘필름시대사랑’에 이어 세 번째로 장률 감독과 작업한 박해일은 “장률 감독님과의 작업을 다들 궁금해 한다. 감독님이 섬세한 감정을 지닌 배우들을 보듬어주는 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다. 그런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5년 정도 감독님과 시간을 보내고 세 작품을 했는데 감독님과 내가 섞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호기심이 관심이 됐고 감독님은 이를 작품의 캐릭터로 녹여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나는 장률 감독님이 한국에서 만드는 작품과 과거 작품의 질감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공간에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감독님은 앞으로도 지역명을 쓰면서 영화를 찍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박해일은 “국내 모든 배우들과 만나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께 예산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큰 영화도 가능하신 분이다. 감독님의 상상력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무한하신 것 같다. 그리고 속은 알 수가 없다. 시인 같기도 하다”며 장률 감독에 관해 설명했다.

박해일은 “한 번도 감독님의 작품을 해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그냥 모든 걸 맡기고 현장에서 감독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서 카메라 앞에서 공기를 느껴 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며 작업해 왔다. 이는 신뢰가 없으면 나올 수 없다. 감독님이 섬세하게 다른 시선으로 지켜봐주셨다가 새롭게 만들어주신다”며 “배우에겐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연기적으로 하는 것 같다. ‘경주’ 때 몇 번을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관객에게 어떨지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역시 같은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률 감독은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박해일인 것 같다. 친구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을 이 사람이 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배우와 감독의 관계를 그런 것 같다”며 박해일에 관해 언급했다.

장률 감독은 “해일 씨는 나와 반대다. 젠틀한 사람이다. 일상에서 사실 젠틀한 사람의 속마음은 알기 힘들다. 궁금증을 주는 친구다. 사람이 궁금증이 없으면 관계도 재미없어지는 것 같다. 호기심이 있다는 면에서는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해일 씨 연기에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어떤 친구들은 연기를 잘 하는 방향이 하나다. 하지만 해일 씨는 그 방향, 가능성이 많다. 내가 느끼는 리듬을 누가 가장 잘 표현할지 생각하면 해일 씨가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률 감독은 “일상에서 어떨 때는 시인 같은 면이 있다. 시인들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자신 만의 리듬이 있다”고 박해일을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