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암수살인’ 김윤석, 고착화된 형사물 벗어난 새로운 길 제시
[NI인터뷰] ‘암수살인’ 김윤석, 고착화된 형사물 벗어난 새로운 길 제시
  • 승인 2018.10.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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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이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극비수사’ 등에 이어 또 다시 형사를 맡았다.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암수살인’에서 김윤석은 형사 김형민으로 분했다. 연쇄살인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형사와 살인범의 대결을 그리는 점에서 ‘추격자’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공개된 영화는 그 결을 완전히 달리 했다.

‘추격자’에서 하정우와 거침없이 달리며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켰다면 ‘암수살인’에서 김윤석은 주지훈과 어떠한 물리적 충돌도 없이 한정된 장소에서 심리전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전개는 새로운 울림과 영화적 재미를 자아낸다. 김윤석이 분한 김형민은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책임감을 동력으로 끝까지 사건을 추적한다. 김윤석은 형사물의 클리셰를 모조리 깨부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Q. 기존 영화에서 그려지던 형사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다.
A. 영화로 옮기는데 있어서 형사물은 만들기 수월한 장르 중 하나죠. 통쾌하고 정의가 이기는 카타르시스도 있고요. 상업적 요소를 가미하다보니 형사물의 형사는 히어로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죠. 육체적으로 힘이 있고 에너지 넘치고 정의감에 불타죠. 이번에 제가 맡은 ‘암수살인’은 그런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더라고요. 그런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이번에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또 이 작품은 범인이 체포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아닌 한 번 더 생각할 부분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죠. 체포로 시작해서 피해자를 찾아다니는 것이 동력이 되는 부분이 독특하고 실화가 주는 힘도 있어요. 보통 ‘치열한 심리전’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말이 쉽지 만들기는 되게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하나 만들었구나. 이 영화 이후에 나오는 범죄물은 조금은 다른 경우로 갈 수도 있겠다’하는 것도 느꼈어요.

Q.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아 이전처럼 강렬한 인상은 없다.
A. 어린 시절 좋아하던 미드가 ‘형사 콜롬보’였어요. 형사 콜롬보는 카체이싱을 하거나 우월한 신체능력으로 액션을 보이는 게 전혀 없었어요. 트렌치코트 한 벌만 입고 다니면서 혼자 수첩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범인을 잡아내요. 저는 그런 형사 콜롬보가 믿음직스러웠어요. 허허실실하면서 접근해 범인을 실토하게 만드는 그 두뇌와 끈기. 이번 영화에서도 김윤석의 끈기를 봐주시고 카리스마는 주지훈을 통해 봐주셨으면 합니다.

Q. 살인범을 앞에 두고 전혀 밀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깅형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A. 사실 형민은 태오(주지훈 분)가 무섭지 않아요. 잡혀있는 애가 뭐가 무섭겠어요. 단 하나 무서운 건 그가 입을 닫는 것이죠. 당근과 채찍을 이용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는데 대화가 단절되면 게임이 끝나니 그게 가장 두려운 거죠. 극 중에서 그런 말이 나오잖아요. ‘만약 당신이 하는 게 헛방이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형민은 ‘그러면 차라리 다행이다. 나하나 바보 되면 다행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피해자가 있다는 거다’라고 해요. 살인을 묵과하는 것, 형사에겐 그것이 두려운 거 아닐까요.

Q.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A.예를 들어 이순신 역을 맡았다면 이미 이미지가 구축된 인물이라 연기하는데 부담이 있었겠죠. 제가 맡은 형사는 알려진 사람도 아니고 영화로 재탄생된 거라 그런 부담은 없었어요. 다만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을 간과하게 될까 걱정이 있었죠.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까지 감독은 4~5년을 붙들고 조사했어요. 그런 리얼리티의 정보는 툭 치면 나올 정도지만 영화가 전할 메시지를 놓치면 안 됐죠. 그리고 상업영화로서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놓쳐선 안 되는 부분이었죠.

   
 

Q. 주지훈이 분한 강태오는 배우로서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캐릭터다. 선배 배우로서 바라봤을 때 어땠나.
A. 강태오 같은 캐릭터가 배우로선 탐나는 역은 맞아요. 이와 동시에 부담스러운 역할이죠. 우리는 많진 않지만 인상적인 배역을 봐왔어요.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다크나이트’ 히스 레저, ‘추격자’의 하정우가 있고 ‘황해’, ‘타짜’의 저도 있죠(웃음). 캐릭터로 승부하는 강력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이를 극복해야 했고 주지훈 씨는 서울 토박이인데 대사 전체를 부산 사투리로 소화했으니 힘든 숙제를 안고 갔죠. 정말 그 친구가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했어요.

Q. 앞서 주지훈이 ‘김윤석은 카스텔라 같은 선배’라고 말했다. 화답을 한다면.
A. 주지훈은 만두라고 합시다. 만둣국으로 만들어도 되고 구워 먹으면 군만두, 찌면 찐만두, 크게 만들면 왕만두, 김치를 넣으면 김치만두가 되죠. 마인드가 오픈된 친구예요.

Q.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거쳤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A.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입니다. 배역은 그 다음이죠. 그 생각은 처음부터 변함이 없어요. 할 만한 이야기고 완성도 있는 영화로 만들어질 만한 이야기이며 설계도가 치밀한지가 가장 중요하죠. 캐릭터를 구상할 때는 일단 대화를 많이 해요. 제 생각을 밝히고 창조한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그 외에는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혼자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죠. 유일한 조력자는 감독님이에요.

Q. ‘암수살인’에서 형민은 피해자를 향한 연민과 형사로서 책임감을 지니고 끝까지 사건을 파헤친다. 작품을 마치고 이러한 암수살인과 피해자에 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형민에게 단서는 실종신고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누군가 실종신고를 했기 때문에 풀어낼 수 있는 단서가 됐죠. 만약 실종신고조차 없었다면 아무런 단서가 없기 때문에 끔찍한 일이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친구가 ‘너 예전에 누구 알지? 걔 죽었대’ 이런 이야기를 듣잖아요. 이제 그럴 나이가 됐거든요. 암수살인에 있어 중요한 예방은 관심이에요. 타인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가질 필요가 있어요. 

Q. ‘암수살인’이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나.
A. 앞서 짙은 커피처럼 여운이 많이 남길 바란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니 바쁘게 살다보니 놓친 것들이 생각났어요. 그 대상이 사람이든 일이든 그런 순간들에 대해 돌이켜봤으면 좋겠어요. 

Q. 배우 김윤석과 개인 김윤석의 올해 바람은.
A. 일단 올해는 ‘1987’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좋은 평을 받아서 좋았어요. ‘암수살인’이 개봉하는데 그만큼 평가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