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안효섭 “‘서른이지만’, 안효섭이라는 배우를 깨워준 작품”
[NI인터뷰] 안효섭 “‘서른이지만’, 안효섭이라는 배우를 깨워준 작품”
  • 승인 2018.09.2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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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섭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다.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연출 조수원 l 극본 조성희)에서 순수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팠던 첫 사랑을 마주한 열아홉의 소년 유찬 역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안효섭.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주연 배우로서 또 한 발자국 성장을 거듭한 그와 최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끝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쉬운 마음 더 커요. 맨날 보던 사람들도 못 보니까요. 스태프 분들, 선배님들이 보고 싶을 것 같고, 무엇보다 유찬이를 보내줘야 한다는 게 아쉬워요. 너무 애정 했던 캐릭터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도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덕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극중 유찬은 브루스 리의 명대사 “Don't think feel”이 인생 모토인 인물. 호탕한 웃음이 매력 포인트인 쾌활한 소년이다. 하지만 안효섭은 이러한 유찬과 자신의 실제 성격은 정 반대라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제가 원래 많이 어둡고 조용한 편이에요. 제 자신을 가두고, 누군가한테 저를 오픈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그래서 대본을 받고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많이 웃으려고 노력했어요.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할 때도 뭐든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밝아진 것 같아요.”

   
 

실제 안효섭은 인터뷰 질문이 하나씩 나올 때 마다 선뜻 답하는 것 보다는 신중하게 고민과 생각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성격적으로 너무나도 차이점이 많은 캐릭터인 탓에 안효섭은 초반에 출연을 망설였다고. 그러면서도 “연기를 하면서 유찬이를 많이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라고 전한 그는 “분명 제 안에 유찬이가 가진 모습이 있을 텐데 연기로서 그걸 끌어내고 싶었다”라며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런 바람 덕분일까, 안효섭은 유찬을 연기하면서 실제 자신의 성격 역시 덩달아 밝아졌다고 전했다. “세상이 밝아 보이는 느낌? 그런 게 있더라”라고 설명한 그는 “신기한 경험이었다”라며 천진난만한 면모를 보였다.

“유찬이라는 인물에 저도 모르게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제 배우가 됐다는 걸 느꼈어요. 평소에는 잘 웃지도 않고 어두운 성격이었고, 모든 걸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부정적인 모습이 많았는데 유찬이를 만나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많이 웃게 됐죠. 그런 걸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몰입이 돼 있었구나’, ‘이런 게 배우인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극중 유찬은 조정 선수로 등장한다. 평소 도전해보지 못한 종목인 만큼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터. “촬영 들어가기 2달 전 부터 실제로 협회에서 나오신 코치님한테 배웠다”라고 빠듯했던 훈련을 떠올린 안효섭은 “그것 때문에 살이 많이 빠졌다. 힘들었는데 배가 점점 맞아가는 보이니까 재밌기도 했고, 나중에는 즐기고 있더라”라고 뿌듯했던 감정을 되새겼다.

“(살이) 8, 9kg 정도 빠졌어요. 많이 먹는데도 활동량이 넘치는 친구니까 계속 빠지더라고요. 그 부분이 제일 안타까웠어요. 실제 조정선수처럼 보이고 싶어서 운동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빠지는 걸 보니 아쉬웠죠.”

   
 

이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안효섭이 이루고자 했던 또 다른 목표는 “외적으로 신경을 아예 안 쓰는 것”이었다. 머리를 자른 것도, 살을 태운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안효섭은 “주위 반응은 ‘왜 이렇게 이상해 졌냐’였는데 오히려 연기하면서 얼굴 생각을 안 하니 좋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제가 드라마 촬영을 하면 외적인 부분을 칭찬하는 분들이 늘 있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 오히려 더 부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만약 변해서 이상해지면 이 사람들이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있어서 깨고 싶었어요. 외적인 부분에 끌려가기 싫었거든요. 제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주셨으면 했어요. 막상 해보니 마음이 편했죠. 어쨌든 보여 지는 직업이다 보니 ‘아예 신경을 안 쓰면 안 되는 걸까?’라는 갈등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관리도 받고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제 그걸 버리고 연기만 제대로 하고 싶어요.”

이와 같은 각고의 노력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안효섭은 자신이 연기한 유찬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렇게 좋은 친구를 두고 제가 더 풍부하게 표현 못한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항상 집 갈 때 한숨 쉬면서 갔다. 그냥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것 같다”라며 “그래도 워낙 예쁜 친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드라마가 너무 예뻤다”라고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안효섭은 서른 살이 된 자신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좀 더 성숙한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현재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생각차이”를 꼽았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중한가가 달라진 것 같아요. 대본을 겉핥기로 보는 게 아니라 좀 더 심도 있게 얘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깊게 고민하게 됐어요. 잠깐 그 장면의 인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물이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일부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진짜 겉핥기로 본 적은 없지만요. 물론 아직도 너무 부족하고 연구하는 단계다 보니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안효섭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큰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 것이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 대해 “쉼표 같은 드라마. 시청자분들이 잠깐 쉬어갈 수 있는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낸 안효섭은, 전에 없던 사랑을 받은 만큼 스스로도 “안효섭이라는 배우를 깨워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주연배우로서 걸어갈 그의 앞길에 기대가 모아진다.

“항상 현재에 충실하고 그 순간순간 진실 되게 연기하는 게 목표예요. 배우로서 어딘가의 위치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연기 하면서 계속 솔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