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목격자’ 곽시양 “악역 욕심 있을 때 들어온 작품…연기 늘었다는 말 듣고 싶어”
[NI인터뷰] ‘목격자’ 곽시양 “악역 욕심 있을 때 들어온 작품…연기 늘었다는 말 듣고 싶어”
  • 승인 2018.08.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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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6층에 살던 평범한 가장은 우연히 이를 목격하고 살인범은 불이 켜진 아파트의 층수를 손으로 세며 확인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섬뜩한 현실을 그린 스릴러 ‘목격자’에서 곽시양은 살인범으로 분했다. 이전에 보여줬던 달콤한 모습을 완벽히 지워낸 파격 변신이다.

“제가 지금까지 달달하고 애잔한 역을 했다면 아무래도 연쇄살인범이라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캐릭터를 접하니 심장이 떨리고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관객 분들에게 ‘곽시양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이런 연기도 소화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서 참여했어요. 무서운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항상 바라고만 있었는데 제안을 주시니 마다할 이유가 없이 꼭 하고 싶다고 했죠.”

아파트 한복판에서 대담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태호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곽시양은 13kg을 찌웠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체격을 키우는 게 캐릭터에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한 현실적인 스릴러 톤을 유지하는 영화와 섞이기 위해 캐릭터의 설정을 최대한 심플하게 가져갔다. 때문에 곽시양은 극 중에서 대사도 거의 없고 캐릭터적으로 돋보이는 지점도 없다. 대사가 많다면 관객들에게 설명하긴 쉽지만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눈빛과 행동만으로 오싹함을 자아내야 했다.

“평범한 게 더 무서울 거라 생각했어요. 다른 영화 속 캐릭터도 분명 좋지만 저희 영화는 아무래도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다들 이를 반영해서 연기했어요. 보면서 살을 찌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 답사 갈 때 아파트가 굉장히 커 보였어요. 그리고 영화에서 처음부터 얼굴을 오픈하고 등장하는데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시시해질 것 같아서 감독님과 상의하고 단기간에 살을 찌웠죠. 총 13kg을 찌웠어요. 다른 사람들과 섞일 때 너무 돋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벌크업을 하진 않았어요. 운동 없이 살만 찌우게 됐죠. 처음에는 행복하게 먹었죠. 피자, 치킨을 먹었는데 2주정도 되니까 물리더라고요. 치킨이 어떻게 물릴 수 있냐고 할 수도 있는데 똑같은 곳에서만 시키니까(웃음). 살찌우는데 술도 한몫했어요. 지금은 다시 빼는 중인데 아직 3kg 정도 남았어요.”

   
 

지금까지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른 캐릭터와 연기였기에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 인물에 몰입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낀 곽시양은 감독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캐릭터를 다듬어 갔다. 

“낯설음은 분명 있었죠. 초반에는 연기하는데 공감하기가 힘들었어요. 배우는 많은 걸 겪어봐야 한다고 하는데 살인은 겪어보지 못하니 어떤 느낌이고 어떤 리액션이 나올지도 몰라 고민했죠. 처음에 혼란스러워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어느 한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가면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정남규라는 연쇄살인범을 참고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어요.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에요. 족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신발 밑창도 자르고 잡히지 않으려고 운동도 했다고 해요.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생각하니 소름끼치고 무섭더라고요.”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곽시양은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이성민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캐릭터에 깊게 빠져 감정적으로 지쳐있을 때면 이성민은 먼저 다가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어느덧 ‘로봇, 소리’, ‘굿바이 싱글’에 이어 세 번째 작품으로 만난 이성민에 관해 그는 ‘우리 형’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성민 선배님이 인형뽑기 하듯 캐릭터에서 절 빼주셨어요. 말도 걸어주시고 재밌게 이야기도 주고받으면서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셨죠. 촬영이 없을 때도 자주 나오셔서 조언도 해주시고 지켜봐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어떻게 하면 현실적이고 무서운 장면이 나올 수 있을지 고민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생각지 못한 것들을 짚어주셔서 태호 캐릭터가 더 강렬해진 것 같아요. 성민 선배님은 절보고 아기라고 했는데(웃음) 선배님은 동네 형 같아요. 동생을 챙기는 마음이 각별해요. 저와 어느덧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했는데 푸근하고 친근한 우리 형 같아요.”

‘목격자’에서 태호의 존재만큼 관객들을 서늘하게 한 건 현대인의 집단 이기주의다. 살인이 일어나도 피해자보다는 집값을 걱정하고 방관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저도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저희 층과는 유대가 좋은데 다른 층과는 그런 게 없어요. 현대인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이 영화 속 메시지이기도 해서 영화 속 상황에 처했을 때 누가 날 도와줄까 혹은 나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희 집 베란다에서 살인자와 눈이 마주치면 제 가족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고가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줘야죠.”

   
 

‘목격자’는 ‘인랑’,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에 이어 마지막으로 여름 극장가를 장식했다. 대작들이 쏟아지는 7, 8월 극장가 중심에 들어선 곽시양은 ‘목격자’가 송곳 같은 작품이 되길 기원했다.

“제가 찍은 영화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로도 감사해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생각하면 저희 영화는 지금 개봉한 영화들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름이고 스릴러 영화가 잘 나와서 큰 영화들 사이에 송곳 같은 영화가 됐으면 해요. 송곳처럼 뚫고 퍼져나가는 느낌이 저희 영화 ‘목격자’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곽시양은 ‘목격자’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았고 캐릭터 적으로 완벽한 변신을 꾀했다. ‘목격자’는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었던 그의 마음 속 갈증을 풀어 준 작품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해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는 ‘목격자’를 통해 새로운 숙제를 안고 다음 계단에 발을 올렸다.

“‘목격자’는 몰입도가 좋은 영화예요. ‘나라면 어떨까’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고 더울 때 극장에서 시원한 스릴러 한 편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연기 변신에 성공했구나’ 혹은 ‘연기가 많이 늘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어떤 이야기라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람 챙기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성민 선배님, 상호 선배님, 진경 선배님을 보면서 사람 사는 냄새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연기적으로도 느낀 게 많아요. 저도 선배님들처럼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경험을 많이 쌓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연기의 숙제를 많이 얻고 배웠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