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이성민 “‘목격자’의 가장 큰 미덕은 ‘일상성’”…현실적 공감 더한 스릴러
[NI인터뷰] 이성민 “‘목격자’의 가장 큰 미덕은 ‘일상성’”…현실적 공감 더한 스릴러
  • 승인 2018.08.14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작’이 ‘신과함께-인과 연’과 함께 쌍끌이 흥행 중이다. ‘공작’에서 이성민은 완벽히 정제된 연기로 긴장감 넘치는 극의 공기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미생’, 영화 ‘보안관’, ‘바람 바람 바람’ 등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의 모습은 늘 설득력을 갖춘다. 15일 개봉하는 ‘목격자’(감독 조규장)에서 이성민은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을 목격한 평범한 가장으로 분해 ‘공작’과는 정반대의 뜨거운 연기를 펼친다. 8월 극장 성수기에 이성민은 서로 다른 두 얼굴로 관객을 찾아 간다.

“‘목격자’를 촬영할 때 늘 들었던 생각이 있어요. 스릴러를 잘 안 해봤고 스릴러의 문법도 익숙하지 않아서 관객들이 얼마나 놀랄까 고민했어요. 저는 직접 촬영하고 다음 컷과 결말을 아는 상황이라서 제가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가 궁금했던 지점이에요.” 

‘목격자’를 통해 본격 스릴러에 도전한 이성민은 서늘할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출연을 결정했다. 로맨틱 코미디 ‘그날의 분위기’를 연출했던 조규장 감독은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현상을 스릴러 장르 안에 담으며 서스펜스를 강화했다.

“감독님의 전작은 사실 이 영화를 만나기 전에 본 상황은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읽은 뒤에 전작을 봤어요. 완전히 다른 영화였고 저는 이번 작품과 관련해서는 시나리오 자체만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의 플롯이 탄탄했어요. 처음에 쭉 읽혔어요. 두 번 읽고 잘 만들면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다 싶어서 감독님을 만났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상성’이에요. 흔히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거죠. 실제로 섭외한 아파트를 가보고 깜짝 놀란 게 너무나 평범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부분이 제 취향과도 맞았고 장점이라 생각해서 참여하기로 결정했죠.”

   
 

영화는 시작부터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며, 범인을 쫓는 것이 아닌 범인이 목격자를 압박해오는 색다른 전개로 긴장감을 높인다. 또한 많은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한복판에서조차 살인의 목격자가 등장하지 않는 설정으로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집단 이기주의의 섬뜩한 단면을 직시한다. 이성민은 상훈의 행동이 관객들에게 납득되지 않는다면 이야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그는 캐릭터의 감정과 논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복해서 복기하고 감독과 상의했다. 

“상훈의 입장을 관객들이 공감하고 따라와야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생각했어요. 상훈이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설득력을 갖추는 게 저의 숙제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숙제였죠. 주변 사람들이 무슨 영화 찍고 있냐고 물으면 ‘목격자’에 관해서 말해줬어요. 그러면 ‘왜 신고 안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상황을 쭉 설명하고 ‘너 같으면 신고 할 수 있어?’라고 다시 물으면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영화의 가장 큰 설정이고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에요. 처음 사건을 목격할 때 상훈은 방관자이기도 해요. 살인범도 자신의 얼굴과 집을 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신고를 할까 갈등하다가 범인이 자신의 집을 확인하고 오는 것 같아서 두려워하죠. 본인이 아니어도 누군가 보고 신고했으리라 생각했고, 만약 본인이 신고한다면 그 뒤에 찾아오는 복잡한 일에 관해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가족들이 걱정됐죠. 이런 상훈의 입장을 따라온다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거라 판단했고 감독님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행히 영화를 봤는데 충분히 따라갈 만하더라고요.”

이성민이 연기한 상훈은 평범한 가장이지만 계속해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 캐릭터의 접근 방식은 익숙했지만 소비되는 에너지는 컸다. 이성민은 ‘공작’과 ‘목격자’ 두 작품을 두고 심장 박동으로 비교했다.

“‘목격자’는 상황도 명확하고 캐릭터도 평범해서 제 안에 있는 여러 상황에 대입해서 작용하는 현상을 표현하면 됐어요. 물론 두 작품 모두 쉽지 않았지만 ‘목격자’는 익숙한 방법인 거죠. ‘공작’은 공간의 공기와 긴장감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차가운 대사를 해야 했죠. ‘목격자’에서는 뜨겁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연기였어요. ‘공작’에서는 심장이 일정하게 뛰었다면 ‘목격자’는 빠르게 뛰었죠.”

   
 

곽시양은 ‘목격자’에서 아파트 한복판에서 대담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으로 분해 이성민과 대치한다. 상훈이 두려움에 떨고 계속해서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인물이기에 곽시양은 체중을 13kg 증량하면서 더욱 위압감 있는 외형을 만들었다. 이성민은 이전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맡으며 연기 변신을 시도한 곽시양을 ‘극적인 눈을 지닌 배우’라며 칭찬했다. 

“처음에 곽시양의 캐스팅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감독님이 몸집이 컸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큰 사람과 마주쳤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 압도적인 존재감이 필요했죠. 그래서 곽시양을 캐스팅하고 살도 찌웠어요. 평소에 시양이의 눈빛이 배우로서 좋았어요. 요즘 젊은 배우들이 지닌 온화하고 순하게 보이는 눈빛이 아니라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눈빛도 있고 어찌 보면 섹시하고 여자에게 호감을 사는 눈빛도 있어요. 영화배우로서 좋은 극적인 눈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스팅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많이 어리더라고요(웃음). 현실과 연기가 뒤섞여있는 스타일로 몰입하는 친구더라고요. 평소에도 진지해서 그걸 풀어주려고 장난을 많이 쳤죠. 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 건 없고 그냥 옆에 있어줬어요.”

매 작품마다 사람냄새를 풍기는 이성민. 차가운 심장과 뜨거운 심장으로 각기 연기한 두 작품의 개봉에 이어 그는 차기작 ‘미스터 주’ 촬영에 매진 중이다. 사고 이후 동물과 소통이 가능해진 국가정보국 에이스 역을 맡은 이성민은 그가 만들어 낼 새로운 인물에 기대를 높인다.

“제 성향이 원래 말이 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나오는 극적인 부분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이미지도 그렇게 비취지는 것 같고. 물론 늘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 안 되는 걸 해야 할 때도 있죠. 현재는 말이 안 되는 걸 촬영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십쇼(웃음).”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