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영화 같은 현실·현실 같은 영화 사이…민족의 교감 버무린 한국형 첩보극 완성 (종합)
‘공작’ 영화 같은 현실·현실 같은 영화 사이…민족의 교감 버무린 한국형 첩보극 완성 (종합)
  • 승인 2018.07.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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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남과 북의 첨예한 대립과 민족적 교감이 버무려진 한국형 첩보 영화를 탄생시켰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황정민 분)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공작’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기며 첨예한 대립과 미묘한 민족적 교감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치열한 심리전에 무게를 둔 영화는 숨을 죽이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이 더해져 ‘한국형 첩보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윤종빈 감독은 “다른 영화를 준비하며 취재를 하던 과정에서 ‘흑금성 사건’에 관해 알게 됐다. 충격적이었고 호기심이 갔다. 우리나라에 정말 이런 스파이와 일이 있었나 싶은 마음으로 조사하면서 더 흥미가 갔다. 사실에 기반 한 첩보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윤종빈 감독은 “수소문해서 직접 연락을 했더니 당시는 수감 중이었다. 가족을 통해서 영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남과 북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과연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는 그렇게 싸우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에 관해 말했다.

이어 감독은 “처음에 영화로 각색할 때 너무 힘들었던 게 1991년부터 2005년까지의 이야기다. 두 시간의 호흡으로 담을 때 어떤 맥락으로 담아야할지 난감했다”며 “선택을 했던 기준점은 팩트에 집착하지 말고 영화의 내적 논리에 중심을 두자는 것이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본다면 실제 사건의 진행은 추후에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액션이 주를 이루는 다른 첩보극과 달리 인물의 심리극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관해 윤종빈 감독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첩보물이라고 하면 첩보 액션을 많이 떠올린다. 사실 정반대 지점으로 이 영화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스파이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실제 어떤 삶을 사는지, 한국의 스파이의 삶은 어떤지 이번에 처음 접했다.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이야기의 힘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흑금성 사건의 박채서 씨를 모델로 하는 박석영을 연기한 황정민은 “감독님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헐’이었다. 90년대를 안 살았던 사람도 아닌데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갔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창피했다”며 “뉴스화되지 않고 지나갔다는 것 자체가 모르는 관객이 많다고 생각했다. 흥미를 떠나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박채서 선생님을 뵙고 싶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그분의 행동을 모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눈을 보고 기운, 사람이 지닌 에너지와 느낌을 보고 싶었다”며 “만기출소하고 나서 만났다. 작년 5월 정도였다. 일련의 사건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풍채가 크신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이 많이 들었다”고 흑금성 박채서 씨에 관해 언급했다.

이어 황정민은 “처음에 촬영할 때는 힘들었다. 남과 북이 지금 같은 관계가 아니었다. 어느 공관을 빌려서 북쪽 촬영을 하려다 못해서 쫓겨나기도 했다. 순식간에 정세가 변하는 걸 보고 너무나 행복했다”며 달라진 남과 북의 정세에 관해 말했다.

황정민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고 영화가 지금 개봉했다면 또 다른 색안경을 쓰고 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고 더 좋게 변화하려는 염원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재밌게 관람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화해무드가 펼쳐진 게 아니라 정말 평화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화 통일은 모든 국민들의 염원이 아니겠나. 너무나 기쁘다. ‘공작’이라는 이야기는 거기에 화두를 던질 수 있어서 좋다”며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놀랐고 몰라서 창피했다. 출연한 배우로서 자랑스럽다. 영화적인 냄새로 맡아주셨으면 한다. 지금의 정세는 지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감독은 국가보안법으로 징역을 산 박채서 씨에 대한 해석을 두고 “첩보활동은 국제법상 전부 범죄행위다.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공식적으로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과연 이를 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그리고 국가보안법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과연 이 법이 실정에 맞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실존 인물인 박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의 주장도 그렇고 내 생각도 조작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