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정치권·정부 정책 마련에 '분주'
헌재,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정치권·정부 정책 마련에 '분주'
  • 승인 2018.06.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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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뉴시스

[뉴스인사이드 홍세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군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내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라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합헌 결정을 내린 지 7년만에 다시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병역법 5조1항 등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하고, 오는 2019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법을 개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법적 공백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예상돼 법의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병역법 5조1항은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 병역의 종류를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병역의 종류를 한정적으로 열거하는데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므로 양심적 병역의무자에게 이를 부과할 경우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한다고 해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어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형평성을 확보해 회피 요인을 제거한다면 병역의무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그 도입을 미루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헌재는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대단히 중요하나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이를 규정하지 않을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6개월 이상의 징역형과 전과자에 대한 냉대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국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종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이같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안창호·조용호·김창종 재판관은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할 수 없다"며 "대체복무를 규정하라고 하는 것은 병역법 및 병역종류조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행된 병역법 88조1항 등에 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병역법 88조1항1호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헌 의견을 낸 강일원·서기석·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병역기피행위에 대한 강제수단으로서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조항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하기 어려운 반면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커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도 분주한 모습이다.

국방부는 이날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 "그간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없고,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최단시간내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대체복무 방안에 대해 검토는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확정은 안됐고, 큰 틀에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시절 군복무 대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대체복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대체복무제를 공약으로 주장하며 “양심과 신념에 기초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의 특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같은 사안의 경우, 국제 인권 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밝혔었다.

현재 국회에도 대체복무와 관련된 입법안이 3건이 제출돼 있는 만큼 정치권의 협의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은 수시간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