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줄기는 커녕 늘었다…제도 보완 필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줄기는 커녕 늘었다…제도 보완 필요
  • 승인 2018.06.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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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뉴시스

[뉴스인사이드 홍세기 기자]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의 경우에도 높은 내부거래 비중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집계돼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으로 인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도입됐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를 넘는 기업이 규제 대상 기업이다.

하지만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만 규제가 적용되고 상장회사의 규제 기준이 비상장회사와 달라 자회사 설립·지분 매각 등을 통한 규제 회피 의혹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규제 도입 직후 일시적으로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규모 및 비중은 감소했다가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지난 2013년 15.7% 이었던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에는 11.4%로 감소했지만 2015년 12.1%, 2016년 14.9%, 2017년에는 14.1%로 증가세를 보여왔다.

또 5년 연속 규제대상에 포함된 56개사의 경우 2014년 11.6%였던 내부거래 비중이 2017년에는 14.6%로 증가했다.

특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인 상장사는 2013년 15.7%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에는 21.5%까지 증가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와 비교해 내부거래 비중은 작았지만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2.9 ~ 3.9배 크다.

규제 도입 이후 지분율 하락 등으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회사 중 계열사로 남아있는 8개사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5.7%에서 내부거래 금액이 26.6%로 증가했다.

모회사의 지분율이 50%를 넘는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는 규제 도입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규제대상 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 상장사가 비상장사에 비해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 장치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 도입 당시 상장사는 상대적으로 감시·통제장치가 갖춰져 있는 점을 고려해 비상장사 대비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상장계열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50%를 넘어서고 있는 반면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은 여전히 1% 미만에 불과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장계열사의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 비율도 전체적으로 늘고 있지만 내부거래위원회에 상정된 안건(208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한건도 없었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일부 개선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