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1차협력사 '갑질'에 우는 2차협력사…"제조업 속 숨은 갑질들이 뿌리뽑히길"
현대자동차 1차협력사 '갑질'에 우는 2차협력사…"제조업 속 숨은 갑질들이 뿌리뽑히길"
  • 승인 2018.06.14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타까운 선택한 2차 협력사 대표의 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청원'
   
▲ ⓒ청와대 청원게시판

[뉴스인사이드 홍세기 기자] 현대·기아자동차 2차 협력사 사장이 1차 협력사의 갑질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딸은 "법으로 해결해 보고자 했지만 법은 너무 멀리 있다. 법이 보호해줄 수 있을때까지 버티기가 아니 버틸 수가 없다"며 하소연했다.

1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제조업 속 숨은 갑질들이 뿌리뽑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청원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 글을 올린 이는 현대·기아자동차의 2차 협력사 대표의 딸이다.

청원 글에 따르면, 2차 협력사는 지난 2003년에 설립돼 1차 협력사와 15년간 거래를 해온 업체로 적자가 이어져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 거래중인 1차 협력사에 손실부분(부당한 납품단가 및 영업비)에 대해 재정지원을 요청했고 이를 갑 회사가 인정해 어음을 발행해 줘 어려움을 극복하는가 했다.

하지만 어음 발행기한 마지막 날, 갑 회사에서 어음을 피사취부도 처리를 해버리면서 부도위기에 빠진 버린 상황이다. 특히, 갑 회사는 손실부분에 대한 배상이 아닌 전도자금이니 갚으라며 상환계획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청원자는 그러면서 "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접했다"며 갑 회사가 을 회사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던 모든 제품을 다른 업체를 통해 생산하고 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원자는 "소요기간을 따져보았을 때 갑 회사에서 손실부분에대한 배상을 인정해주었던 그 시점부터 시작 된 것이었다"며 "갑은 애초에 배상을 해 줄 생각도 없었다. 갑이 3개월짜리 길고 긴 어음발행을 해줬던 건 갑이 다른업체에서 저희회사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시간을 벌어야만했던 미끼였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원화 (복제) 된 다른업체 생산품을 사용하지않고, 저희가 생산한 제품들을 사용해달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압박을 견디다 못한 2차 협력사 대표는 딸과 아내에게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이다.

청원자는 "저희에게는 직접적 '갑' 인 1차협력사의 횡포에는 저희가 당한 일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저희같이 제품 이원화를 당하는 일, 무력으로 회사 내의 모든 자산을 빼앗아가는 일, 맞지도않는 납품단가, 부당한 CR 등 수도 없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정당하게 법으로 해결해보고자 했지만 법은 너무 멀리있다. 법이 저희를 보호해줄 수 있을때까지 버티기가 아니 버틸 수가 없다. 버틸 시간도, 여건도, 여력도...힘이 없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말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고 울분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지금까지 크게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었던 건 대한항공이나 남양유업사건 같은 대기업들의 횡포다. 저희같이 작은 소기업과 중견기업간의 갑질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저희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 작은 협력사들을 위해 그리고 또 어디선가 저희 아버지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 부탁드리겠다. 제일 밑에서 고통 받고 있는 저희들의 피해를 알아달라. 제조업 속 숨은 갑질이 뿌리 뽑히길 간절한 마음을 담아 청원드린다"고 청원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사인 가진테크이며, 갑회사인 1차 협력사는 (주)명신이다.

가진테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1차 협력회사인 명신이 2차 협력회사와 협의도 없이 똑같은 금형을 제작한 뒤 타 회사에서 같은 부품을 공급받아 왔던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가진테크는 상위 밴더의 지속적인 가격후려치기에 경영압박을 받아 왔음에도 계속 납품을 하길 원했으나 1차 협력사인 명신은 꼬투리를 잡아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버린 상황.

이같은 1차 협력사의 2, 3차 협력사에 대한 갑질은 이번 사례 말고도 또 있다. 가진테크와 비슷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또다른 2차 협력사도 지난달 16일 1차협력사로부터 금형을 빼앗겨 도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차 협력사인 S사는 2차 협력사인 M사에게 회사를 20억원에 인수하겠다며 2억원을 준 뒤 금형을 반출해 갔다.

해당 M사는 S사의 대표이사와 임원 등 7명을 사기와 특수절도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하도급 '갑질'을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1차 협력사에 의한 갑질이 성행하고 있어 이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1차 협력사와 2차협력사간의 문제라 직접적으로 끼어들기는 어렵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법적인 결과가 나와야 그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확인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