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탐정: 리턴즈’ 권상우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 되고 싶어”
[NI인터뷰] ‘탐정: 리턴즈’ 권상우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 되고 싶어”
  • 승인 2018.06.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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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 모두 지금이 편한 것 같아요. 안정기에 도달한 느낌이에요. 계기는 정확히 없지만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을 확실히 받았어요.”

권상우가 ‘탐정: 더 비기닝’(2015)에 이어 후속작 ‘탐정: 리턴즈’로 스크린 컴백을 알렸다. 전작인 ‘탐정: 더 비기닝’은 개봉 초기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며 흥행에 성공했다. ‘탐정: 리턴즈’에서 권상우는 아내 몰래 운영하던 만화책방을 처분하고 탐정사무소를 차린 유부남 강대만으로 분했다. 생활비가 없어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육아를 분담하느라 아이를 데리고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는 등 소시민 가장의 향이 짙게 배어있다. 근육질의 몸매로 쌍절곤을 휘두르던 청춘스타 권상우는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면서 자신의 영역을 더욱 넓혀갔다.

“속편이 나온 것 자체가 배우에게 감개무량하고 감사한 일이죠. ‘탐정: 더 비기닝’을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잘 찍었는데 속편이 나오기엔 스코어가 좀 쑥스러웠어요. 이번에는 전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시리즈물이 흔치 않은 한국 영화계에 ‘탐정’은 그 명맥을 이을 반가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탐정: 리턴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건이 발생하고 추리하는 단순한 전개가 아닌 각 캐릭터의 맛과 사연을 살린 생활밀착형 코믹추리로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끼리 ‘탐정’은 시리즈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CSI 같은 경우를 봐도 널린 게 사건이잖아요(웃음). 그리고 저는 강대만이 추리력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신들보다는 노태수와 강대만이 서로의 가정을 먹여 살리고 아내의 눈을 피해 사건에 뛰어드는 소소한 재미들이 우리 영화의 특징이고 개성이자 주된 맥이라고 봤어요. 그런 부분이 재밌어서 사실 ‘탐정’을 선택했고요. 서영희 씨에게 너무 고마워요. 2편에서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지만 존재감이 상당해요. 대만을 살려주는 역할을 했고, 연기는 물론이고 몸도 잘 쓰는 배우예요. 납치 위기에서 넘어지는 모습도 딱 대만이 와이프 같아요. 그게 너무 좋아서 웃었어요. 영희 씨 덕분에 장면이 잘 살아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탐정: 리턴즈’는 전편을 통해 검증된 권상우, 성동일의 케미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권상우는 ‘탐정’을 통해 성동일과 단순한 선후배 이상의 애정을 과시했다. 전편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케미는 속편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권상우는 ‘탐정’, ‘추리의 여왕’ 모두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에 관해 “사람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영화 ‘두번 할까요?’에서도 성동일과 함께 한다.

“캐스팅되고 맨 처음에는 성동일 선배님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냥 코미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울리는 능력이 있어요. 울렸다 웃겼다 하는 선배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요. 그래서 좋았고 더 친해지고 싶었죠. 선배가 술을 좋아하시는데 그렇다고 매일 마시거나 강요하진 않아요. 그냥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은 거죠. 컨디션에 맞춰서 마셨어요(웃음). 이제 그냥 동료의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찍고 있는 작품에도 선배님이 나오세요. 제가 부탁해서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탐정: 리턴즈’는 이광수를 투입하며 활력을 더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전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광수는 특유의 웃음코드로 더욱 강력해진 웃음을 보장한다.

“광수와의 호흡은 처음부터 버퍼링이 없었어요.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와서 낯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연기를 할지는 처음에 만나서 예의를 표하는 방법에서 느껴지잖아요. 서로를 인정하고 작품에 들어가면 편한 거죠. 광수는 인성이 좋고 착해요. ‘런닝맨’의 모습과 다르죠. ‘런닝맨’이 오히려 연기하는 것 같아요(웃음). 원래는 생각이 많아요.”

청춘스타로 청춘물과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포섭했던 권상우가 어느덧 결혼을 하고 슬하에 자식을 둔 40대가 됐다. 배우로서 방향성을 고민하던 시기 권상우는 ‘탐정’ 시나리오를 받고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누구나 알다시피 룩희의 아빠고 손태영의 남편이니 유부남 역할을 재밌게 살리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탐정’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함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이가 들어감을 인정하면서 여유와 편안함을 얻었다. 

“언제까지 나를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써주실까 고민했어요. 어느덧 43살인데 액션도 할 수 있고 멋진 몸도 유지할 수 있는 배우 권상우의 유효기간을 생각해봤을 때 정말 잘 관리하면 6~7년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그 기간 동안 쉬지 못할 것 같아요. 그때는 아들딸도 세상을 인지할 나이인데 열심히 일하는 아빠이자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직장인으로 치면 정년퇴임에 가까워지는 건데 열심히 해야죠. 사실 이전까지 해외활동도 하면서 단절된 느낌이 있었어요. 외국에 있어서 시나리오를 못 받는 경우도 있었고. 제가 영화로 시작해서 애착이 있는데 아쉬웠죠. 지금 찍고 있는 영화부터 내년 봄까지 각기 다른 작품들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관객들에게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권상우에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천국의 계단’, ‘슬픈 연가’, 등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이 많다. 시간이 흐른 뒤 특정 장면들이 코믹하게 재생산되기도 했다. 진지하게 연기한 배우의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이 들 수 있지만 그는 이 모든 걸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삶과 연기 모두에서 여유를 찾은 그는 ‘탐정’ 이후에도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 현상에 관해 고무적이에요. 저는 SNS를 안 하는데 사람들이 ‘소라게 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슬픈 연가’의 한 장면인데 용평스키장에서 급하게 찍은 거예요. 사람도 많았는데 순간 감정에 몰입해서 찍고 칭찬받았어요. 진지한 장면이고 당시엔 최고의 신이었는데 웃음거리가 됐어요(웃음). 우리는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멀어지면 소외되는 거잖아요. 요즘도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가 많은데 보면 유쾌하고 저를 리마인드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숙명’의 한 신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수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