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독전’ 조진웅 “많은 질문 다가온 작품”…그가 말한 ‘불친절한 배려’
[NI인터뷰] ‘독전’ 조진웅 “많은 질문 다가온 작품”…그가 말한 ‘불친절한 배려’
  • 승인 2018.05.24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으로 시작해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처음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15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그는 5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매 작품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넘어서는 작업을 반복해온 그에게 ‘독전’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됐다.

“저희가 의도했던 지점들은 그래도 말이 되게 잘 지켜낸 것 같아요. 항상 촬영을 마치면 막차를 놓친 기분이 들어요. 돌이킬 수는 없죠. 그런 것들이 계속 쌓이면서 완성된 영화가 나오는 거죠. 시나리오를 이미 봤던 지인들이 영화를 보고는 잘 지켜낸 것 같다는 말을 해줘서 힘이 됐죠.”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형사 원호(조진웅 분)는 조직에 버림받은 락(류준열 분)과 함께 다양한 인물들과 조우하며 마약 조직을 이끄는 ‘이선생’의 뒤를 쫓는다. 조진웅은 처음 ‘독전’을 접하고 거침없이 몰아치는 뜨거운 범죄오락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에 임하면서 조진웅은 달리다 머뭇거리기를 반복하게 됐다. 

“처음에 작업을 제안 받았을 때 이건 직진하는 영화고 답도 나왔는데 뭐가 어렵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망설이게 되고 뭔가를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락이 등장하면서 원호는 그 친구에게 연민까지는 아니라도 시선을 주게 돼요. 사실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이면 그냥 지시만 하면 되는데 계속 보게 되는 게 영화의 묘미예요. 저 역시 원호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브레이크 없이 내려가는데 머뭇거리게 되는 거죠. 그런 원호의 모습이 저 같아요. 배우를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우연히 군대 고참을 만났는데 당시 ‘말죽거리 잔혹사’ 연출부였어요. 사무실에 놀러 갔는데 권상우가 지나갔죠. 고참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죠. 당시 연극을 하던 사람들은 영화는 다 편집이고 거짓말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두 작품 이어졌고 지금까지 오게 됐죠. 영화에서 원호의 마지막 말은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어요. 2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마지막 촬영 분을 찍었는데 가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했어요.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어요. 저에게는 많은 질문이 다가온 작품이에요.”

‘독전’은 원호와 조진웅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고 여전히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는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감독이 관철했던 결말이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각자의 해석과 판단의 여지를 주기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나름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한 가지 입장을 정해두고 싶지 않아요. 열린 결말이라는 게 관객의 생각에 맡기는 건데 어찌 보면 이 영화의 ‘불친절한 배려’인 거죠. 정말로 해석이 제작사 대표, 저희 회사 대표와도 다 달라요.”

   
 

‘독전’에서 원호는 ‘도장 깨기’를 하듯 다양한 인물을 만난다. 각 캐릭터들은 영화적 장치로 소모되는 것을 거부한 듯 화려하게 스크린을 채운다. 특히 故 김주혁은 이전에 없던 진한 카리스마로 그의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주혁 선배와 첫 작업이었지만 이전부터 김주혁 선배가 했던 작업들은 보면서 지내왔죠. 저는 저대로 준비를 하니까 의상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준비 과정을 못 봤죠. 현장에서 딱 만날 때는 정말 책에서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았어요. 성령 선배의 빨간 의상도 멋졌어요. 원래는 남자 캐릭터였는데 성령 선배가 한다고 해서 좋았어요. 차승원 선배님의 캐릭터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유쾌했어요. 그렇게 힘든 액션을 유쾌하게 촬영한 건 처음이었어요. 당 떨어진 사람이 초콜릿을 먹는 것 같은 현장이었어요. 자기관리도 잘 하시고 체력도 굉장하시더라고요. 다들 잘해서 부러웠어요. 해준이 같은 경우는 ‘화이’도 같이 해서 잘 아는 동갑 친구예요. 이번에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너무 부러웠죠. 이에 비해 원호는 진짜 뭘 안 해요. 준열이도 대사가 별로 없으니까 ‘너랑 나는 뭐하는 거니’라며 한탄했죠(웃음).”

강한 캐릭터 사이에서 한 일이 별로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조진웅은 영화 속 가장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극중 원호가 마약 조직의 임원 앞에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조진웅은 핏줄이 잔뜩 선 눈빛과 생사를 오가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독전’에 가장 어울리는 독한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이 장면을 위해 실제 소금과 분필가루를 코로 들이마시기까지 했다.

“마약 가루로 나온 게 하나는 소금가루 하나는 분필가루였어요. 원래는 코담배라고 박하향이 나는 가루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색이 안 맞았어요. 촬영하면서 컷을 안 하니까 가루를 코로 들이마셨죠. 그랬더니 머리를 딱 치는 것 같았어요. 소금이랑 분필가루라고 말을 안 해줬어요. 그 장면까지 안 찍고 시늉만하고 넘어가는 줄 알았나 봐요. 제가 고통스러워하니까 잠시 촬영이 중단됐어요. 계속 콜록거리다 화장실가서 보니 눈이 빨갛게 핏줄이 섰더라고요. 딱 화면상으로 좋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바로 찍자고 했죠. 다시 세팅해서 소금을 넣는데 그 눈이 너무 좋았어요. 분장 하나도 안했어요. 정말 미칠 것 같았죠. 모니터를 보는데 감독님도 만족했어요. 나중에 소품 담당하는 친구가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데 ‘너 때문에 하나 건졌다’고 말해줬어요.”

조진웅은 매번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아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충무로 중심에 서있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독전’으로 올해의 시작을 알린 그는 올해 ‘공작’, ‘완벽한 타인’, ‘광대들’(가제)로 또다시 관객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