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버닝’,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 세 남녀가 만드는 미스터리의 확장 (종합)
이창동 감독 ‘버닝’,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 세 남녀가 만드는 미스터리의 확장 (종합)
  • 승인 2018.04.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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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이 미스터리한 세 남녀의 강렬한 이야기를 예고한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 ‘버닝’은 오는 5월 8일부터 열리는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됐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제 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 2010년 제 63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시’에 이어 연출작 세편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날 이창동 감독은 “영화 개봉하기 전에는 기대와 긴장을 함께 한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버닝’은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라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은 흔히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로 카테고리화 할 수도 있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이야기에 대한, 혹은 영화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하는 영화다. 영화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고 영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창동 감독은 “항상 그랬지만 특히 이번 영화는 젊은 청춘에 대한 영화였다.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다”며 현장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가능하면 영화가 어떤 의지와 목표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지고,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느낌을 받길 바랐다”며 “그리고 모두가 발언할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 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는 것에 관해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된 것은 사실 작품 외적인 계기가 있었다. 이 짧은 단편 소설을 읽었을 때 그 소설이 갖고 있는 플롯, 기본적인 줄기가 ‘시’ 이후 긴 시간동안 고민했던 문제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제 것으로 가져올 땐 이제 제 영화로 출발해야 하니까 어떤 작가의 작품이든 그거는 독자적으로 두고 나는 나대로 영화적 고민과 함께 작업했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정도만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종수는 속을 알 수가 없는 인물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인 것 같은데 속내를 알 수 없다”며 본인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유아인은 “감독님이 만남을 제안하셨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며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더욱 ‘이래서 내가 하고 싶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창동’이라는 이름 안에 많은 것이 있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감독님 작품을 봐왔다. 그 작품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유아인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감정묘사가 디테일하다. 내가 연기한 종수 같은 경우는 대사가 많지 않다.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져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틀에 짜인 시나리오보다 훨씬 자유로웠던 것 같다”며 영화에 관해 언급했다.

유아인은 “초반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어느 한 신을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초반에 ‘버닝’과 감독님, 종수라는 캐릭터, 환경에 스며드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니까 그때 장면들이 편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벤이라는 인물은 설명하기 힘든 것보다 설명하면 보기에 재미없을 수 없다. 미스터리한 상태로 두고 싶다”며 본인이 연기한 벤에 관해 언급했다.

스티븐 연은 캐스팅 과정에 관해 “이창동 감독님이 불러주시면 가야하는 것도 있지만 나 역시 감독님 작품을 좋아한다. 같이 일하는 건 영광이었다. 꿈에도 생각 못 해봤다. 무엇 때문인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님이 전화 오셔서 이창동 감독님이 부르신다고 해서 빨리 연락드렸다” “시나리오를 보고 벤을 이해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같은 생각이라는 걸 느끼고 할 수 있을 거라 확신이 들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스티븐 연은 “미국에는 다양한 인물이 있어서 1차원 적으로 연기한다.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데 ‘버닝’은 복잡한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고 한국 사람으로서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며 “그리고 한국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벤을 연기 했다기보다는 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 씨 같은 경우는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을 거라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유아인 씨는 강렬한 캐릭터, 강렬한 행동을 드러내는 인물을 해왔다. 그런 면에서는 어떤 배우보다 뛰어난 걸 보여줬다“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강렬함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면에 엄청난 것을 지닌 인물이지만 겉으로는 무력해보이고 감정이 억제된 청년이다. 단순한 행동 속에서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이 보여야했다. 그게 사실 가장 힘들 거다. 드러내지 않고 내면을 보여주는 건 굉장히 힘든데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거다“고 유아인의 연기를 호평했다.

이어 감독은 “스티븐 연은 한국어가 힘들다고 했는데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하는 건 조금 힘들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완벽한 뉘앙스를 보인다. 상황에 따라 밸런스를 맞춰가는 인물인데 스티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전종서에 관해 감독은 “영화에서 전종서뿐만 아니라 어떤 경험이 많은 배우,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라도 하기 힘든 장면이 최소한 서너 장면은 나온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버닝’을 통해 데뷔한 전종서는 “너무나 배운 게 많았다. 선택을 받은 입장이니까 저도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던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종서는 “마임 수업을 배웠다. 테크닉적인 것을 배운 건 아니고 정서적으로 캐릭터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다”고 촬영 과정을 언급했다.

이창동 감독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관해 “칸 영화제가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세 명의 배우들이 그들의 연기를 가지고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평가받는 가장 좋은 기회이고 경험이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년에 ‘옥자’로 칸을 경험했지만 이번은 더 흥미롭다. 독특한 영화인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 기회를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은 “스케줄로 해외에 있다가 기사로 접했다.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다. 다들 대단하다고 하니까 대단한 것 같다. 스티븐 연의 말처럼 독특한 영화인데 이 영화가 알려질 수 있고 다양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가보고 싶던 나라였다. 영화를 통해서 갈 수 있어서 감독님께도 감사드리고 같이 연기했던 배우들과도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어떤 곳일지 궁금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버닝’은 오는 5월 17일 개봉 예정이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