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바람 바람 바람’ 송지효 “영화·드라마·예능, 모두 같은 의미의 ‘작품’”
[NI인터뷰] ‘바람 바람 바람’ 송지효 “영화·드라마·예능, 모두 같은 의미의 ‘작품’”
  • 승인 2018.04.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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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오랜만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낯설어요. 저는 ‘영화’, ‘드라마’ 구분하기보다 모두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런닝맨’도 저에겐 호흡이 긴 작품이죠. 그래서 영화라고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는 건 없어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송지효가 ‘신세계’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그녀는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다 같은 ‘작품’이라고 답했다. ‘런닝맨’에서 보여준 꾸밈없는 모습처럼 송지효는 특별히 무게를 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스물’로 특유의 유머 코드와 말맛을 살린 이병헌 감독의 신작 ‘바람 바람 바람’은 20년 경력의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과 뒤늦게 바람에 빠진 봉수(신하균 분), 그의 아내 미영(송지효 분) 앞에 치명적 매력의 제니(이엘 분)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평소 바람이었던 올 로케이션 촬영을 제주도에서 했다. 제주도서의 촬영은 그녀 개인에게도 좋은 추억들을 남겼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배우들과 맛집도 함께 다니며 돈독한 관계를 만들었다. 

“80~90%가 지방촬영이었어요. 원래 제 소원 중 하나가 지방 올 로케이션 촬영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짐을 챙기면서도 들떠있었어요. 지방에 가면 맞지 않는 사람도 의지하게 되는데 성향이 잘 맞는 사람들과 가니 더 좋았고 추억도 많이 생겼어요. 영화를 보면서 저희는 어디에서 찍었는지 다 아니까 장면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생각났어요. 작년 이맘때 찍었는데 진짜 추웠어요. 기온을 숫자로 보면 춥지 않은데 바람이 부니까 체감온도가 다르더라고요.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를 상상했다가 호되게 당했죠. 그래도 즐거웠어요.”

   
 

‘바람 바람 바람’에서 송지효는 이성민과는 남매, 신하균과는 부부 간의 케미를 만들어내며, 이엘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호흡을 선보인다. 송지효는 캐릭터의 개성을 더하는 연기보다는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리고 현실적인 연기에 중점을 뒀다.

“생활연기라서 조금은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감독님 특유의 대사와 호흡법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열심히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저희는 글로 먼저 보고 이를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그 축을 감독님이 세워주셨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영화죠. 결과물을 보니까 왜 당시에 감독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돼서 아쉬움이 있어요. 초반에 더 빨리 캐치를 했다면 지금의 미영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잘 나왔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이어 또 불륜 소재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연이어 예민한 문제를 다뤘다. 불륜을 옹호하는 입장은 전혀 아니다. 현실에 가까운 소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이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바람은 저도 반대 입장이고 죄라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론 없어졌지만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전작도 바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작품을 보여드릴 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재가 어렵거나 정말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작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도 완벽한 워킹맘이 모든 걸 해내려고 하니까 어느 순간 자신이 없어진 거예요. 나를 찾아주는 상대가 남자였고 그러면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죠. 물론 정당화는 될 수 없어요. 하지만 ‘내 옆 사람이 외로울 수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가 되는 거죠. 이번에도 네 명의 캐릭터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예요. 바람이라는 소재가 사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해서 작품 선택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았어요.”

송지효는 “영화를 통해 결혼관이 바뀐 건 없다. ‘진짜 부부가 저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있지만 영화는 영화인 거다”며 “영화가 바람을 정당화 시키려고 한 것도 아니고 많은 분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네 명의 인물을 이야기하기 위한 소재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일탈을 꿈꾼다. 그리고 다른 것은 안보일 정도로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봉수에게 제니는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존재예요. 개인적으로 사람은 한 번쯤은 꽂히는 게 있고 일탈을 꿈꾸는 것 같아요. 시기의 문제인 거죠.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도 있잖아요.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빠지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봉수는 그게 제니인 거죠.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것보다 음식에 집착해요. 예전에는 삼겹살에 꽂혀서 한 달 반 동안 점심 저녁을 한 식당에서 먹었어요. 그리고 질려서 이제는 근처도 안가요(웃음). 영화에서 봉수는 제니였고 다른 분들은 그게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옷이 될 수도 있죠. 한번쯤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2003년 영화 ‘여고괴담 3: 여우계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송지효. 조금은 차가운 외모를 지니고 있던 그녀는 2010년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하면서 털털한 모습으로 ‘멍지효’라는 별명을 얻었다. 꾸밈없는 모습과 남자 멤버들에게 밀리지 않는 당찬 승부욕으로 지금까지도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송지효에게 ‘런닝맨’은 배우이자 개인으로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원래 학창시절에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폐쇄적일정도로 교류를 안했어요. 주목 받으면 긴장되고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트러블도 많았고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도 있었어요. 그리고 서른에 ‘런닝맨’을 시작하고 8년이 됐어요. ‘런닝맨’은 제 모습을 정확히 봐준 프로그램이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 프로그램이에요. 저의 삼십대에 ‘런닝맨’이 없다면 추억도 없어요. 가장 오래됐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죠. 아시아에서의 인기도 너무 감사하죠. 저의 능력은 아니고 많은 분들의 공으로 인한 성과라고 생각해요.”

영화, 드라마, 예능 구분 없이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온 송지효는 최근 뷰티 프로그램의 MC로도 발탁됐다. 이번 방송을 통해 뷰티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도 공유하고 싶다는 송지효는 앞으로도 장르의 구분 없이 꾸준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에 있어서 비슷한 류를 꼭 피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은 많아요.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저에게 이런 모습도 있어요’라는 걸 보여드렸으니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계속해서 다른 모습을 찾고 시도하는 건 배우인생이 끝날 때가지 숙제인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