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박해진 “영화 ‘치즈인더트랩’, 마지막 숙제와 같은 존재”
2018.03.15
   
 

우리의 ‘유정 선배’가 다시 돌아왔다. 웹툰으로 시작한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제작됐다. 훤칠한 키에 샤프한 외모, 다정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서늘한 비밀을 지닌 인물인 유정. 박해진이 아닌 유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드라마에서 완벽한 캐릭터 연기를 펼쳤다. 영화로 넘어오면서 대부분의 배역이 변했지만 박해진은 그 중심에서 ‘치인트’의 아이덴티티를 지켰다.

실제로 만난 박해진은 유정과 닮아있었다. 만화 같은 비율의 외모도 그렇지만 유려한 말솜씨가 그러하다. 자신의 소신과 생각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듯한 박해진은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해진은 그 속에 따뜻함과 유쾌함이 담겨 있다.

“같은 캐릭터지만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똑같이 연기할거면 굳이 극장을 찾을 이유가 없잖아요.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다르게 표현하려고 고민했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숙제 같은 느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겠어요.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하고 후회하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해요. 드라마를 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제가 아니어도 드라마나 웹툰 팬의 갈증을 해소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고은에서 오연서, 서강준에서 박기웅, 이성경에서 유인영 등 드라마에서 영화로 넘어오며 새로운 배우진이 꾸려졌다. 박해진은 이 같은 변화를 의식하기 보다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캐스팅은 제가 하는 게 아니니까(웃음). 개인적으로는 같이 했던 배우들과 다 같이 영화를 하면 어떨지 궁금했어요. 새롭게 함께 한 연서씨, 인영씨, 기웅씨, 종혁이까지 충분히 드라마 이상으로 어울리는 캐스팅이라 생각해서 완성도도 높은 것 같아요. 감독님과 드라마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어요. 차별화에 관한 이야기보다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노력했어요. 원작에 갇히기 보다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드라마를 보셨던 분들이나 원작의 팬들만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니까 그 부분을 크게 개의치 않고 걱정하지 않았어요. 영화만의 매력이 있으니 영화를 보시고 어떤 이야기든 나누셨으면 해요.”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두 시간에 담기 위해 영화는 큼직한 에피소드들을 선별했다. 미묘한 감정선을 길게 늘어뜨리는 것보다 감정표현의 폭을 넓혀 몰입도를 높였다. 의구심을 남기는 유정의 행동 역시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됐다. 파악하기 힘든 성격을 지닌 유정 캐릭터와 다시 한 번 만난 박해진은 자신과 닮은 구석들을 발견하며 그를 이해했다.

“저는 유정을 이해해요.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어요. 어떻게든 합리화해서 이해하고 있어요. 유정은 착하고 순수하지만 방식에 있어서 어떤 것이 잘못된 건지 인지를 못하는 사람인거죠. 기본적인 인성이 나쁜 인물은 아니에요. 유정처럼 저도 실제로 조금 차가워 보이는 편이에요. 말하지 않고 있으면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연서씨도 저와 연기하기 전에 첫인상이 차가워 보인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먼저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에요. 다만 저는 다가오면 벽을 치진 않아요(웃음). 그리고 여자 친구에겐 한없이 달콤할 수 있고 불편한 사람에겐 압박을 가할 수도 있어요. 그런 모습들은 유정과 제가 닮은 것 같아요.”

드라마가 나오기 이전, ‘치인트’ 웹툰 팬들은 유정과 홍설의 가상 캐스팅으로 박해진과 오연서를 0순위로 꼽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두 명의 홍설과 만난 박해진은 김고은의 홍설에겐 통통 튀는 매력이, 오연서의 홍설에겐 똑 부러지는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고은씨는 사랑스러운 친구예요. 귀엽고 솔직한 매력이 있고 통통 튀는 홍설을 창조했다면 연서씨는 똑 부러지는 매력이 있어요. 속이 깊은 친구예요. 배려도 많고요. 그런 부분을 토대로 외적인 싱크로율까지 높아서 웹툰과 내외가 정말 가까운 홍설이 탄생한 것 같아요. 영화 현장에선 대부분이 또래 배우였어요. 84년생, 빠른 84년생, 83년생, 빠른 83년생이고 연서씨가 그나마 조금 어려요. 다라씨는 나이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저와 한 살 차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웃음). 또래 배우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를 펼쳐온 박해진이지만 영화 경험은 비교적 적다. 영화를 향한 욕심이 클 법도 한데 박해진은 필모그래피를 위한 작품 선택은 지양했다. 그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찾아 묵묵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채워나갈 생각이다.

“앞으로 영화만 하거나 드라마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일단 드라마 ‘사자’를 아마 5월 말까지 촬영해야 할 것 같아요. 잘 끝내고 다음 작품이 들어온다면 스케줄을 조정해야죠. 마음에 맞으면 일정이 안 맞고 일정을 맞추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을 때도 있어요. 쉽지 않죠. 그래도 현재 필모그래피에 영화가 부족하다고 굳이 영화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채우는 게 필모그래피라고 생각해요. 컬렉터도 아니고 없다고 채울 필요는 없잖아요.”
   
 

과거 막연하게 연기를 잘하고 싶었던 박해진은 구체적인 연기의 욕심이 생겼다. 서툴렀던 신인 시절 준비한 연기밖에 펼칠 수 없었다면, 이제는 리액션에 맞춰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본격적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낀 건 중국활동 후 한국에서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할 때부터다. 

“연기 욕심은 늘 생겨요. 다른 욕심보다 연기 욕심이 많아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면 이제는 캐릭터나 표현 방식 등 구체적인 욕심들이 있어요. 처음 연기했을 때는 답이 하나였어요. 준비한 연기 밖에 보여드릴 수 없었어요. 상대방이 어떻게 연기해도 같은 리액션이 나오는 거죠. 이제는 좀 더 여유로워졌어요. 리액션을 맞춰갈 수 있는 유연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중국에 진출하고 ‘내 딸 서영이’로 한국에서 다시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 전에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연기하는 것에 대한 갈증과 언어가 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연기하니까 그런 것들이 해소되면서 정답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내 딸 서영이’에 이어 ‘나쁜 녀석들’로 연기의 본격적인 재미를 느끼고 캐릭터 욕심도 생겼어요.”

2011년 중국어를 하나도 못한 채 중국에 진출했다. 첫 파트너로 이소염(리샤오란)과 호흡을 맞춘 박해진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후 확신이 생긴 박해진은 중국에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박해진은 중국 배우들과 교류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박해진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타인을 돕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박해진은 지난해 드라마 ‘사자’ 팀과 매년 해오던 연탄봉사활동도 함께 했다. 4월에는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다. 

“언제 어떻게 끊길지 모르는 게 인간관계이고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만나는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기부도 애초에 시작했을 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꾸준히 할 수 있을 때 시작하려 했어요. 예전에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더부살이를 많이 했죠. 어머니, 아버지와 따로 지내야 했고 친척집에서 지냈어요. 17년 정도 만에 어머니와 살고 있는데 그래서 제가 형편이 되면 남을 돕고 싶었어요. 이제 기부도 할 수 있고 남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게 저 자신에게 대견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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