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을 때 다시 꺼내볼 작품”
[NI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을 때 다시 꺼내볼 작품”
  • 승인 2018.03.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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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지섭이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려냈다. 애틋하고 따뜻한 사랑이야기는 소지섭의 결혼에 대한 생각마저도 변화시켰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분)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의 판타지적인 설정에 현실적이고 섬세한 감정연기를 더했다. 소지섭은 절제된 연기와 눈빛으로 우진의 감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만족해요. 원작과의 비교를 고민 안했다면 거짓말이고 많이 차지하진 않았어요. 영화보다는 책에 가깝고요.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했고 한국 정서에 맞게 수정하신 것 같아요. 원작과 다른 걸 부각시키기 보다는 저와 감독님은 조금 유쾌한 부분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신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쪽으로 너무 몰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통한 것 같아요. 배우가 슬픈 것보단 보시는 분들이 슬펐으면 했어요.”

‘영화는 영화다’, ‘회사원’, 지난해 ‘군함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지섭은 오랜만에 관객들에게 소중한 사랑을 일깨운다.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가 부재한 극장가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관객들에게도 소지섭에게도 반가운 작품이 됐다.

“‘군함도’처럼 센 작품을 촬영하고 힐링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때 타이밍이 좋게 만난 것 같아요. ‘오직 그대만’을 찍을 때만해도 이런 영화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또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영화가 아니더라도 멜로 영화가 잘 돼서 앞으로도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소지섭이 출연을 결심한 건 아니었다. 소지섭은 아이가 있는 아버지 역할과 자신이 영화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소지섭은 촬영 외적으로도 아들 역의 김지환 군과 부자관계처럼 지내며 정을 나눴다. 소지섭은 “아이와 계속 놀아주니까 체력적으로 약한 편이 아닌데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 아빠 역할이라서 거절한 건 아니고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어요. 그런 상태도 작품에 들어가면 민폐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했고.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아이와 몸을 부딪치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캐스팅이 된 후로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좋더라고요.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할 줄 알았는데 실제처럼 느껴지고 그래야 했으니 좋았어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만큼 소지섭은 다양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아내를 잃고 아들과 살아가는 아빠, 병으로 인해 국가대표의 꿈이 좌절된 전 수영선수 등 소지섭은 우진의 외적인 모습보다는 그의 심정과 상황에 집중하며 인물을 만들어 갔다.

“우진이라는 인물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잖아요. 어딘가 문제도 있고.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실제로 수영선수 생활을 했고 부상으로 위기가 있었는데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처음에 설정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 때문에 바뀐 부분이 아니라 원래 시나리오에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제가 캐스팅 0순위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너무나 잘 할 수 있는 거니까. 수영하는 모습을 보인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우진은 기억을 잃고 나타난 수아를 다시 만나 과거에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이야기한다. 회상 신에서 펼쳐지는 우진과 수아의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촬영하면서 옛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때는 손 한번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며칠 고민하고 계획해도 마음대로 안 되던 경험이 있었죠. 저는 학교 앞에서 처음 둘이 어색하게 만나는 신이 좋았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잡으려고 하는 그 설레는 느낌을 많이 이야기할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 중에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예전 첫사랑이 생각이 날 텐데 옆에 있는 분이 첫사랑은 아닐 것 같네요. 그건 비밀로 해야죠(웃음). 저도 예전을 떠올리면 집 앞에서 4시간 정도 기다린 적도 있어요. 그런 경험은 많지 않을까요. 그리고 흘리면서 이야기한 걸 잘 기억하는 것 같아요. 대놓고 이야기한 건 기억 못하고 안 하나 봐요(웃음).”

   
 

소지섭과 마찬가지로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을 통해 청순의 대명사가 된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모습부터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디테일한 감정 변화와 모성애까지 완벽하게 연기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예쁜 건 너무 당연한 거고 촬영하면서 놀란 건 완벽주의가 있더라고요. 본인이 느낌이 와야 납득하는 부분이 있나 봐요. 몇 번씩 반복하고 공부도 많이 해요. 그리고 완성본을 보니까 당시 뭘 원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배우로서 지켜보면서 왜 ‘멜로퀸’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더라고요. 퀸의 자리는 계속 갈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킹이 됐어요(웃음).”

그간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들을 선보였던 소지섭이지만 관객으로서 그가 좋아하는 장르는 멜로다. 평소 패턴화 된 생활을 하고 같은 사람만 만나는 걸로 유명한 것처럼 그는 좋아하는 영화도 반복해서 본다. 소지섭에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배우로서 반가운 작품이었고, 이제는 관객으로서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가 됐다.

“관객으로서 멜로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첫 키스만 50번째’를 좋아해요. 볼 때마다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매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에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그 영화를 자주 보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올리비아 핫세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했어요. 영화를 봤을 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작품 같은 경우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풀리지 않을 때 가끔 봐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저에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거나 울고 싶을 때 꺼내 보면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피프티원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