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골든슬럼버’ 강동원 “‘기대 이상을 해내는 배우’라는 말 듣고 싶어”
[NI인터뷰] ‘골든슬럼버’ 강동원 “‘기대 이상을 해내는 배우’라는 말 듣고 싶어”
  • 승인 2018.02.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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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강동원은 일본 소설이자 영화로 제작된 ‘골든슬럼버’의 한국 영화화를 제안했다. 7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강동원은 ‘군도: 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마스터’ 등 흥행작을 쏟아내며 필모그래피를 더욱 탄탄하게 채웠다. 쉴 새 없이 달려온 강동원의 행보만큼 ‘골든슬럼버’는 밀도 있는 전개와 열연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다. 원작에 없는 통쾌함까지 더한 영화는 강동원이라는 사람을 조금은 더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책임감을 더 느끼는 건 있지만 일에 있어 다른 건 없어요. 개봉이 다가오니까 ‘안 되면 어쩌지’하는 느낌은 있었어요. 제가 제안했는데 안 되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거니까 책임감이 남다른 것 같긴 해요. 영화를 보고나서는 편해졌어요. 관객 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에선 없었던 통쾌한 지점들이 감정을 해소시켜주는 것 같아요.”

강동원은 원작의 주제가 현재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권력으로 인해 희생되는 개인, 사람 간의 믿음과 우정 등을 통해 영화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믿음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말한다.

“영화의 스토리와 메시지, 주제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지금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을 못 받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상업영화니까 깊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재미와 함께 그런 메시지를 끌어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주인공이 멋지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믿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았어요. 원작은 조금 허망한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서 좋아요.”

   
 

극 중 건우(강동원 분)는 미련하게 보일 정도로 선한 인물이다. 친구나 고객의 부탁을 거절할 줄 모르고 위기가 닥친 순간에도 언제나 타인을 배려한다. 민씨(김의성 분)는 그런 건우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일갈하지만 건우는 “손해 좀 보면 어때요”라며 반박한다. 마치 관객을 향해 외치는 듯 들리는 건우의 대사는 평소 강동원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손해를 보면 어떠냐는 말을 실제로 자주 해요. 그래서 대사에 들어간 건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예를 들어 누군가 저에게 ‘그건 너무 손해 보는 일 아니야’라고 할 때 저는 ‘손해 좀 보면 어때’라고 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건우와 저는 비슷한 편이 있어요. 물론 저는 건우처럼 헐렁하진 않아요. 제가 예전부터 공자의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말을 좋아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남에게 상처 주며 살지 말자’라는 말을 해왔어요. 그런 지점들도 건우와 제가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는 도주극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유독 달리는 장면이 많다. 강동원은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은 물론 하수구까지 거침없이 뛰어다니고 물에 휩쓸리며 도주극을 완성시켰다.

“가장 많이 뛴 작품인 것 같아요. 육상선수 역이 아닌 이상 더 뛰진 않을 것 같아요. 무작정 뛰었어요. 도둑촬영을 한 적도 있어요. 물론 허가는 받았지만 시민들의 공간인데 거리에 있는 사람을 모두 나가라고 할 순 없잖아요. 성신여대 쪽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연기를 하라고 했어요. 너무 창피했어요. 저 혼자 연기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 어디서 많인 본 앤데’라고 하고(웃음). 하수구에서 물에 휩쓸리는 장면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무술팀이 물을 5톤을 넣고 했어요. 테스트하고는 제가 직접 하면 될 거라고 해서 했는데 재밌었어요. 그런데 물이 적다고 10톤으로 올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오케이’하고 했는데 진짜 세더라고요. 그래도 더 재미있었어요(웃음).”

   
 

강동원은 김지운 감독의 ‘인랑’ 촬영을 마치고 3월부터 할리우드 재난 영화인 ‘쓰나미LA’(감독 사이먼 웨스트) 준비에 들어간다.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 영화의 시장을 넓히고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전부터 피력한 바 있는 강동원은 영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미국 영화인데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찍더라고요. 곧 촬영 들어가요. 3월부터 준비하고 4월에 촬영 시작할 것 같아요. 원래 그 팀과 다른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미뤄지고 불명확해져서 이번 작품을 하게 됐어요. 원래 2월에 들어가고 했는데 제 스케줄을 맞춰준다고 해서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직접 영화화를 제안한 ‘골든슬럼버’가 개봉하고 해외 진출 역시 순조롭다. 강동원은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를 흥행시키며 관객은 물론 제작, 투자에도 믿음을 줬다. 이제 그는 꾸준히 시나리오 작업까지 하며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취미 삼아서 쓰고 있어요. 의미 있는 이야기 같아서 생각만 하고 있는 게 있어요. 정리가 되면 시놉시스을 써서 작가 분께 넘기고 아니면 제가 쓸 수도 있어요. 다 쓴 것도 있어요. 시간이 있어서 트리트먼트를 썼다가 신도 구분하고 대사를 쓰고 하다 보니 완성이 됐어요. 근데 쭉 읽어보니 아닌 것 같아서 접었어요. 시나리오가 만족스럽게 나오면 감독님께 드리고 영화화도 되는 거고 아니면 다른 감독을 찾을 수도 있죠(웃음). 안될 가능성이 높지만 저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골든슬럼버’에서 건우는 거대 권력에 의해 이미지가 조작되고 내몰린다. 배우 역시 작품과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강동원은 ‘기대 이상을 해내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린다.

“갖고 싶은 이미지는 없어요. 다만 좋은 배우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어요. ‘저사람 영화는 정말 믿을 만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발전이 없다는 이미지가 너무 싫어요.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해내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