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무비] ‘특별한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 연기한 대표 배우들…‘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말아톤’ 조승우·‘스플릿’ 이다윗
[NI무비] ‘특별한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 연기한 대표 배우들…‘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말아톤’ 조승우·‘스플릿’ 이다윗
  • 승인 2018.0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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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각 영화 스틸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자폐 성향을 가진 천재’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매력적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다. 이들은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의료,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보통 이러한 증세를 의학적으로는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한다. 서번트 증후군은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이 낮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으나 기억, 암산, 퍼즐이나 음악적인 부분 등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재능을 발휘하는 증후군이다. 자폐증 환자의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서번트 증후군은 과거부터 다양한 영화, 드라마 등의 소재로 활용됐다.

17일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한물간 전직 복서 형 조하(이병헌 분)와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은 피아노 연주에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서번트 증후군 캐릭터를 연기하며 동료 배우들과 감독에게 재능과 노력을 모두 갖춘 배우라는 극찬을 받았다.

최근 뉴스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건 서번트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겪는 분들과 그분들의 가족, 선생님, 복지사분들이 이 영화를 볼 때 절대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박정민은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갔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봉사활동에도 임했다.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연기로 좋은 선례를 남긴 영화 ‘말아톤’에 관해서는 “너무 의식해 좋은 연기를 피할 것 같아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에서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이 대표적인 서번트 증후군 연기를 펼친 배우라면 2000년대 한국 영화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배우는 ‘말아톤’의 조승우다. 2005년 개봉한 ‘말아톤’은 다섯 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자폐 청년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방송을 통해 소개된 배형진 군의 실화를 영화화 했다. ‘후아유’, ‘클래식’, ‘하류인생’ 등에 출연했던 조승우는 ‘말아톤’을 통해 아이같이 해맑은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조승우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군을 비롯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조승우는 특정 인물의 행동을 따라가기 보다는 일반적인 특징을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조승우는 그해 대종상 남자인기상, 남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 등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대중과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은 그의 연기는 이후 다양한 패러디를 낳았다. 더불어 이후 자폐증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불가피한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과 같이 음악적으로 두각을 보인 서번트 증후군을 다룬 영화로는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2009)가 있다. 장나라가 연기한 하늘은 6살의 지능을 가진 24살로 특별한 기억력과 천재적인 음악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장나라는 촬영에 앞서 4개월간 바이올린을 배우고 체중을 8kg 감량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최근에는 볼링도박을 다룬 ‘스플릿’(2016)에서 이다윗이 서번트 증후군을 연기했다. ‘스플릿’은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한 물 간 볼링스타 철종(유지태 분)과 통제불능 볼링천재 영훈(이다윗 분)이 펼치는 유쾌한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 이다윗은 기존의 감정 표현 방식과는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자폐증 환자들의 심리를 치료하는 사람을 만나 캐릭터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다윗은 캐릭터의 성향에 맞게 독특한 볼링 포즈와 습관 등을 만들어 갔다.

서번트 증후군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개봉한 ‘채비’에서 김성균은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박수를 받았다. 감독이 4년 전 우연히 보게 된 80대 노모와 50대 지적 장애인 아들의 삶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로 시작된 영화는 남다른 모자의 이별을 그리며 진한 감동을 안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던 김성균은 ‘채비’에서도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히 지운 새로운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