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리뷰]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박정민, 진부함을 진정성으로 다듬은 열연
[NI리뷰]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박정민, 진부함을 진정성으로 다듬은 열연
  • 승인 2018.01.17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그것만이 내 세상’이 가장 가까이 있지만 잊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따뜻한 웃음과 눈물로 일깨운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시달린 조하(이병헌 분). 생모 인숙(윤여정 분)은 남편의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중학생인 조하를 남겨둔 채 도망쳤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안고 살아온 조하는 한때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스파링 상대와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우연히 식당에서 인숙과 만난 조하. 17년 만에 만난 인숙은 식당에서 일하면서 이부동생 진태(박정민 분)를 키우고 있었다. 캐나다로 떠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인숙의 집에 머물기로 한 조하는 진태가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눌한 진태 역시 거친 언행에 손부터 나가는 조하의 모습에 겁을 먹고 오줌까지 지린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히말라야’, ‘공조’ 등을 제작한 JK필름의 신작으로 특유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다만 영화는 ‘선웃음 후감동’이라는 정형화된 공식을 따르고 있는 만큼 예상 가능한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과 배우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는 이러한 단점을 상쇄한다.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것만이 내 세상’은 가정폭력, 장애 등을 다루고 있지만 억지 눈물이 없다. 가정 폭력을 겪고 어머니에게까지 버림받은 조하,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태, 사고로 다리를 잃고 삶의 의욕을 잃은 피아니스트 가율(한가인 분), 평생 자식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사는 인숙까지. 각 인물의 고통과 비극을 신파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장면들을 배치해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을 하다 티격태격하는 모습, 오랜만에 외식을 나와 들뜬 모습, 가족이라 오히려 속마음을 잘 꺼내지 못하고 답답해하는 모습 등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들이 펼쳐지며 관객은 스크린 속 인물들 중 한명에 자신을 대입하게 된다.

진부함을 진정성으로 다듬은 것은 배우들의 공이 크다. 이병헌은 무게감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생활연기로 스크린을 마음껏 누볐다. 이병헌은 대사부터 장면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헐거울 수 있는 짜임새를 촘촘하게 채웠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유머코드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유효하다. 이병헌은 작은 장면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깨알 같은 대사와 애드리브를 펼치며 박정민과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한다. 

‘동주’로 그해 신인상을 휩쓴 박정민은 그에게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연기와 수준급 피아노 연주를 모두 소화하며 동료 배우들과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전에 피아노를 배운 적 없는 박정민은 6개월에 걸쳐 연습에 매진하며 대역 없이 모든 연주신을 소화했다. 박정민은 진태 캐릭터가 희화화되거나 가볍게 표현되는 것을 가장 우려했던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영화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는 다양한 클래식과 가요는 영화의 또 다른 주연으로서 몫을 한다. 1월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