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화 결산③] 5년 연속 2억 관객 돌파, 천만 ‘택시운전사’·다크호스 ‘범죄도시’·여성중심 ‘아이 캔 스피크’ 등
[2017 영화 결산③] 5년 연속 2억 관객 돌파, 천만 ‘택시운전사’·다크호스 ‘범죄도시’·여성중심 ‘아이 캔 스피크’ 등
  • 승인 2017.12.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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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2017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극장가는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며 과거사를 다룬 영화들이 주목받았다. 5년 연속 2억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한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여전히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대작들이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지만 의외의 작품들이 성과를 보인 한해이기도 하다.

■ 5년 연속 관객수 2억명 돌파, 한 편의 천만 영화

2017년 극장가는 한 편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전체 관객수는 5년 연속 2억 명을 넘겼다. 2017년 한 해 동안 개봉한 영화는 1700여 편으로 한국 영화는 500편이 조금 안 된다. 한국 영화는 2011년부터 외국 영화와 점유율에서 우세한 수치를 보였지만 올해 2% 이내로 차이가 좁혀졌다.

올해 최고 흥행작은 12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다. 송강호는 ‘괴물’(2006), ‘변호인’(2013)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주연작을 손에 넣었다. 1월 개봉한 ‘공조’는 78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7년 흥행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럭키’로 697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유해진은 2017년에도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유해진은 ‘택시운전사’와 ‘공조’에 모두 출연하며 2017년 흥행의 주역이 됐다. 현빈은 11월 개봉한 ‘꾼’으로 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그동안의 스크린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 기대작의 부진, 의외의 흥행작

여름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한 ‘군함도’는 개봉 첫날 87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2017년 최초의 천만 영화 탄생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스크린 독과점, 역사 왜곡 등 논란을 낳으며 659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추석 기대작인 ‘남한산성’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배우들의 묵직한 열연에도 불구 38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기대작의 부진이 있었다면 의외의 흥행작도 탄생했다. ‘군함도’, ‘택시운전사’에 이어 뒤늦게 여름 극장가에 뛰어든 ‘청년경찰’은 관객수 565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인 200만을 가뿐히 넘고 흥행에 성공했다. 김주환 감독의 첫 상업 장편작인 ‘청년경찰’은 티켓파워가 검증되지 않은 젊은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초반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사회 이후 늘어난 호평이 흥행으로 이어졌다. ‘청년경찰’을 통해 강하늘과 박서준은 스크린에서도 연기력과 흥행력을 입증했다.

추석 황금연휴 기간에 개봉한 ‘범죄도시’는 개봉 첫날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에 밀려 3위로 시작했지만 폭발적인 입소문으로 역주행하며 정상을 차지했다. 조선족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도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687만 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청불 한국영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범죄도시’를 통해 마동석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자신의 티켓파워를 증명했고 윤계상 역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흥행에 대한 갈증 역시 해소했다. 또한 조선족 위성락으로 분한 진선규는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하며 데뷔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연말에는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이 순차적으로 개봉하며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신과함께-죄와 벌’은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수 500만을 돌파하며 흥행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묵직한 메시지 담은 실화 모티브 영화

올해 극장가는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진상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를 그리며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재심’은 하루아침에 목격자에서 살인자로 몰린 한 청년과 그를 돕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작 당시 청년은 만기출소 후 재심이 진행 중이었으며 이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저예산으로 ‘박열’을 만들어내며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박열’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연인이자 동지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네코 후미코 역의 최희서는 제5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초로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극장가를 마무리하는 ‘1987’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6월 항쟁까지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권력 수뇌부, 이에 맞선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이 광장으로 확산되기까지 철저한 고증과 탄탄한 연출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에는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후배인 김윤석, 오달수와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을 직접 이끈 우현이 출연해 그 의미를 더한다.

■ 나문희, 2017년 여성 영화의 중심

지난해 ‘덕혜옹주’, ‘미씽: 사라진 여자’ 등으로 충무로에 불었던 여풍이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나문희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가 있다.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아이 캔 스피크’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으며 32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아이 캔 스피크’는 그동안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 역으로 극의 주변을 맴돌던 중년의 여성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며 묵직한 감동과 유쾌한 재미를 이끌었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제1회 더서울어워즈,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38회 청룡영화상, 2017 여성영화인상 올해의 배우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아이 캔 스피크’가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면 여성 느와르의 도전도 값진 한 해였다.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의 복수극을 다룬 ‘악녀’는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악녀’에서 킬러 숙희로 분한 김옥빈은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시선을 사로잡는 액션을 완성했다. ‘악녀’는 화려한 액션에 비해 부실한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성 단독 주연의 액션영화로서 의미를 더했다.

‘차이나타운’을 통해 강력한 느와르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김혜수는 ‘미옥’에서도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픈 조직의 언더보스와 해결사, 검사, 세 사람의 욕망을 그린 영화 ‘미옥’에서 김혜수는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을 연기했다. 김혜수는 짧은 백금발에 화려한 코트를 입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보였다. 김혜수는 ‘미옥’ 언론인터뷰를 통해 “계속 스펙트럼을 넓히고 다른 방식의 목소리를 내는 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여성 영화의 발전에 관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