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①] 하정우 “‘신과함께’와 ‘1987’, 보편적 정서와 감사의 눈물 자아내는 영화”
[NI인터뷰①] 하정우 “‘신과함께’와 ‘1987’, 보편적 정서와 감사의 눈물 자아내는 영화”
  • 승인 2017.12.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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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2017년 극장가는 하정우가 마무리한다. 12월 빅3로 꼽히는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이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개봉한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두 편에 주연을 맡아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하정우는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신과함께’는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한 것은 물론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CG로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당초 올해 여름에 개봉을 계획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2월로 일정을 변경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1987’은 불의에 맞선 사람들이 광장의 거대한 함성을 만들기까지의 6개월을 다룬다. ‘1987’에서 하정우는 고문치사를 덮기 위한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최검사를 연기했다.

본의 아니게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홍보하게 된 하정우는 영화 공개에 앞서 하와이를 다녀오며 생각을 정리했다.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취재진을 만난 하정우는 특유의 입담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Q.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두 영화가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개봉한다. 심정이 어떤가.

A. 하와이에 가서 260km를 걷고 왔어요. ‘PMC’ 촬영 끝나자마자 갔어요. 영화 홍보를 앞두고 마음을 다잡고 일주일 사이에 두 작품이 개봉하는 상황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생각했죠. 이것도 나의 운명이구나, 40살에 개봉한 첫 영화죠. 내년이면 세계적 기준으로도 마흔이 됩니다. 그것에 대한 선물이라 생각해요. 너무나 결이 다르고 눈물의 질도 다르고 투자사도 다른 영화입니다.

Q. 두 영화의 눈물의 질이 다르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나.

A. 일단 ‘신과함께-죄와 벌’, ‘1978’ 두 영화의 공통점은 감정이 폭발한다는 거죠. 눈물이 흐르는데 그 진원지는 다른 것 같아요. ‘신과함께’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는 그런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에서 오는 눈물이라면 ‘1987’은 감사의 눈물이라고 생각해요. 30년 전 너무나 말도 안 되는 그 사건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영화를 찍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니 그런 감사함에 대한 눈물이 아닌가 싶어요.

Q. ‘신과함께’에서 저승차사를 연기했는데 연기 톤을 어떻게 설정했나.

A. 단순히 저승과 이승의 대사 톤으로 나눠야 할지, 혹은 이걸 합쳐서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이승에 내려왔을 때 ‘1987’처럼 사실적인 톤으로 했어요. 그리고 저승에 올라가서는 사극톤처럼 했죠. 그런데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두 캐릭터를 합쳐놓은 것 같고 1인2역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 중간 지점을 찾았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무대미술 시간에 교수님이 배경을 칠할 때 색이 고민되면 검정으로 가라고 했어요. 많이 절제하고 덜어놔야겠다 싶었죠.

Q. ‘신과함께’의 강림은 어떤 인물인가.

A. 1부만 보고 강림이라는 인물을 이야기하긴 힘들어요. 2부에서 비로소 강림이 어떤 인물인지 나와요. 1부에선 드라마의 중심이 자홍과 수홍, 그들의 어머니이고 삼차사는 자홍을 재판에 올리고 무사히 마치려는 목적만 있는 거죠. 일하는 모습만 보는 거예요. 사생활은 볼 수 없어요. 2부를 보면 천 년 전 과거부터 어떻게 삼차사가 됐는지, 그들의 관계는 어떤지 나와요.

   
 

Q. ‘신과함께’는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A. 동시에 진행해서 한편을 찍은 느낌이에요. 11개월을 찍었는데 이렇게 오래 찍은 게 사실 처음은 아니에요. ‘황해’도 만만치 않았죠. ‘국가대표’도 8개월을 찍었어요. 이건 ‘일타이피’니까 나쁘지 않죠(웃음). 2부는 30퍼센트 이상이 사극이에요. 굉장히 재밌어요. 수홍의 재판 여정과 이승의 이야기, 강림의 과거, 이렇게 세 개의 스토리라인이 진행돼요.

Q. 영화에 CG, VFX(시각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간다. 아무것도 없는 그린 매트에서 연기해보니 어떤가.

A. 역시 창피하고 민망했어요. 하늘을 보고 이야기하잖아요. 집중이 정말 안돼요. 그리고 사실 칼이 없이 모션만 취하고 순간이동도 하고. 그런 것 자체가 웃겨요.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보면서 위안이 됐어요. 그 연배의 깊이 있는 선배도 더 쑥스러운 옷 입고 가슴에 달고 연기하는데 우리 정도야 뭐.

Q. 하정우하면 먹방이 떠오른다. ‘신과함께’에서도 육개장을 먹으며 등장한다. 먹방 이미지에 대한 우려는 없나.

A. 이전엔 그런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황해’ 김을 시작으로 먹방이 수면위로 올라와서 ‘큰일 났다. 내 캐릭터를 안 봐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에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크림빵과 중국 음식 3종 세트까지 먹어서 더 큰일이 난 거죠. 그 중국집에는 하정우 자리, 하정우 세트까지 있다고 해서. 당시 편의점에도 하정우 황해세트가 있었어요. 걱정이 됐는데 그 뒤로 찍은 영화들의 반응을 보니 관객들도 그런 부분과 작품은 별개로 보시는 것 같아요. 혼자 걱정한 거죠. 어느 순간부터는 시나리오에 그런 설정이 있어도 ‘그래, 뭐’ 이러고 말아요. 피하진 말자는 거죠. 걱정이 없어졌어요. 이번에 ‘강철비’에서 도원이형 우성이형이 잔치국수와 햄버거 먹방을 찍었는데 타이틀이 욕심난다면 충분히 물려줄 용의가 있어요.

Q. ‘신과함께’를 위해 할리우드 영화 ‘라이프’ 제의를 거절했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A. ‘신과함께’를 먼저 결정했어요. 의리까지도 아니고 도리라고 생각해요. 상도 같은 거죠. 물론 스케줄이 가능할지 알아봤는데 ‘라이프’는 워낙 촉박하게 들어왔어요. 할리우드든 중국이든 진출은 염두에 두고는 있어요. 어디든 어릴 때처럼 거대한 신비감은 없어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마음은 열려있어요. ‘PMC’ 같은 경우도 거의 외국영화예요. 한국자본이지만 80% 이상이 영어대사고. 어쩌면 ‘PMC’ 이후에 더 좋은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는 거죠.

Q. 차태현과 영화로는 처음 만나는데 어땠나.

A. 제 동생이랑 친한 선후배관계예요. 같은 동네에 살았는데 제가 군입대를 며칠 앞두고 태현이 형이 술을 사준다고 해서 동생이랑 동네 포장마차에서 같이 만났어요. 그때 처음 봤어요. 그때도 톱스타였죠. 너무나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동네형처럼 잘 다녀오라고 해서 첫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추격자’를 개봉하고 부산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축하해주더라고요. 그렇게 띄엄띄엄 보다가 이번 작품으로 만났는데 자연스러웠어요. 어려서부터 친한 사이 같고 작업하면서 든든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죠. 영화도 찍고 예능도 하고 드라마 연출도 하고, 이렇게 다재다능한 사람이 자기 관리도 잘하고 가정도 잘 꾸리고 살아요. 엄청난 거죠. 배울 점이 많은 선배 같아요. 그 모든 걸 책임지고 이정도로 일하는 건 상상도 못하겠어요. 저는 개 두 마리 챙기기도 힘든데(웃음).

Q. 많은 작품을 거쳤고 빠르게 달려왔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가.

A.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기점으로 12년이 됐어요. 그동안 미친 듯이 달려왔다고 하면 요즘은 걷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걸으면서 쉬고 숨 돌리고 가는 방법을 찾았어요. 긴 시간을 할애해서 쉬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슬기롭게 쉬는 타이밍을 중간에 잘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열흘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하와이에 갔고 하루에 열 시간씩 걷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휴대폰을 내려놓았죠. 이번에 개봉하는 두 영화를 돌이켜보고 근 2년을 되짚어봤고 그러면서 더 과거도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마음의 정리도 했고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휴식을 취할 것 같아요.

[NI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