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강철비’ 정우성 “혼자 행복한 건 행복이 아니잖아요” 존중을 위한 행동
[NI인터뷰] ‘강철비’ 정우성 “혼자 행복한 건 행복이 아니잖아요” 존중을 위한 행동
  • 승인 2017.1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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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NEW 제공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남한과 북한의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 보다는 그것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 받는다.”

인터뷰 도중 ‘강철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는 말에 정우성은 해당 대사를 읊었다. 화해의 손길을 뻗어야 하는 한민족,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주적. 우리는 상반된 두 시점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 핵전쟁 시나리오를 그린 ‘강철비’는 대규모 군사 장면과 복잡한 국제 관계를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대담하고도 현실적으로 그러내며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로 분한 정우성은 우리가 잊거나 외면했던 감정을 되살린다.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불리며 정상에 군림하고 있는 정우성은 여전히 뜨겁게 움직였다.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누구보다 처절하게 노력했고, 소신을 밝히는데 거침없었다.

Q.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A. 기발한 상상력이다. 있을법한 이야기를 굉장히 큰 사건으로 말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잊힌 감정을 되짚어보는 이야기구나 싶었죠.

Q.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어떤가.

A. 관객으로서 보자면 무서웠어요.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냉철하게 표현하니까 우리가 무디게 생각했던 요소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이해관계들을 잘 짚어줘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내용은 차갑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A. 철우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두 명의 철우를 굉장히 인간적으로 그리잖아요. 정치적 인물이 아니잖아요. 물론 곽철우는 외교안보수석이라는 정치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외교안보수석이라 다양한 나라와 정치교류를 담당하니 오히려 엄철우를 대할 때 다른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사람이에요.

   
 

Q. 엄철우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에 접근했나.

A. 엄철우는 불행한 체제에 살고 있는 한 아버지예요. 가족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죠. 사실 엄철우라는 캐릭터는 거기서 다 완성이 됐어요. 그 감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죠. 물론 체제 안에서 교육된 충성심이 있지만 이는 금방 깨지는 살얼음판일 수 있어요. 실질적으로 북한의 체제붕괴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이니까.

Q. 영화를 보면 양우석 감독의 공이 느껴진다. 함께 작업해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A. 엄청나게 ‘열공’하는 사람이죠. 관심이 많으니 깊이 파고들어가고, 깊이 파고들어가니 새로운 것들이 생기고. 알고하자는 욕구와 파고들어가는 에너지가 엄청나요. 그런 결과로 박학다식한 사람이 된 거죠. 예를 들어 영화에 병원신이 많으니까 자문해주시는 의사들이 있을 텐데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웬만한 의학상식은 다 주고받아요. 총기나 무기 담당과 말할 때도 무기 종류를 쭉 나열하고요. 결국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만큼 다방면으로 공부했다는 거잖아요.

Q. 곽도원과 ‘아수라’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 특히 두 사람의 케미가 좋았다.

A. 좋았어요. 첫 번째 인연에 이어서 꽃을 피운 것 같아요. 꽃봉오리가 활짝 폈어요(웃음). ‘아수라’ 촬영할 때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곽도원을 ‘꽉꽉이’라고 불러서 저도 그때부터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사실 도원씨는 드세고 성격 있는 역할들을 맡아왔지만 인간 곽도원은 되게 여려요. 요새 ‘곽블리’라고도 불리는데 귀여운 애교도 있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곽철우와 엄철우의 관계들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죠.

   
 

Q. 그동안 소신 발언을 자주 했고 화제가 됐다. 거기에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뭉쳤다. 그 때문에 ‘강철비’를 두고 일각에선 좌파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A. ‘강철비’는 그냥 이 시대가 살고 있는 우리에게 좌도 우도 아닌 중립적이고 보편타당하게 필요한 화두를 던지는 이야기예요. 영화를 보시면 확실히 아실 거예요. 그런 선입견을 갖고 안 보실 분은 설명해도 안 보시지 않을까요. 저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소신을 밝히는 거예요. 정치적 발언이라는 것은 정치적 지향을 갖고 어떤 정당을 지지하거나 한 후보에 관해 말하는 거죠. 제가 말하는 건 한 국민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걸 정치를 잘못한 지도자에게 타박하는 거죠. 소비자가 물건에 불만이 있으면 고발센터에 고발하고, 시민이 시에 불만이 있으면 시청에 말할 수 있어요. 국민이 국가에 불만이 있으면 말할 수 있어요. 그걸 두고 정치적 소신이 있고 관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처럼 대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보편타당하게 느낄 수 있는 울분정도인 거죠.

Q. ‘강철비’를 찍으면서 통일에 관해 생각해 봤나.

A. 통일을 한다면 투기 세력부터 먼저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웃음). 땅투기하면 큰 일 나죠. 투기 세력 먼저 단속하고 그 다음에는 동서독이 통일됐을 때의 프로그램을 살펴봐야할 것 같아요.

Q.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최근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찾았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궁금하다.

A. 유엔난민기구는 분쟁지역이나 난민이 발생하는 곳이 있으면 지원하고 보호하는 책임기구의 역할을 해요. 캠프에서 많은 사람들이 임시 생활을 하는데 그 안에는 아이, 여성이 있고 교육, 의료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 단체 기구들이 지원하는 거죠. 협력기구단체에는 유니세프, 국경없는 의사회 등과 다양한 NGO가 있어요. 유엔난민기구는 UNHCR입니다. 난민을 이야기할 때 힘든 건 국가, 정치, 종교적 대립이 껴있어요. 유엔난민기구의 입장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인도주의적 보호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거죠. 방글라데시에는 9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에서 넘어온 30만 명의 로힝야 족이 생활하고 있어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19세기 영국 식민지시대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그런 대립이 있었는데 현재 살고 있는 로힝야족은 다음 세대잖아요. 그래서 박해의 이유를 몰라요. 3개월 사이에 63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어요. 현재 총 보호대상자가 90만 명이에요. 소도시를 이룰 수 있는 규모라서 엄청난 물량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사정을 직접 보고 세상에 알리는 게 친선대사의 일이에요.

Q. 예전부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A.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사회에 툭 튀어나와 아무 것도 없는 애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의 불합리를 얼마나 많이 봤겠어요. 그런 어린 시절이 있어서 관심이 많았죠. 한때는 가장 중요한 단어를 ‘존중’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혼자 행복한 건 행복이 아니잖아요. 같이 행복해야 즐겁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