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감독과 배우의 진심이 키워낸 뜨거운 희망의 불씨 (종합)
‘1987’ 감독과 배우의 진심이 키워낸 뜨거운 희망의 불씨 (종합)
  • 승인 2017.12.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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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1987’이 뜨거웠던 1987년 그때의 우리를 그려내며 가슴 속에 뜨거운 불씨를 키워냈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1987’은 불의에 맞선 사람들이 광장의 거대한 함성을 만들기까지의 6개월을 다룬다. 영화는 한 젊은이의 죽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그때를 살아가던 평범했던 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그려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장준환 감독은 “남영동 차가운 물속에서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를 시작으로 이한열 열사로 마무리 짓는 6월 항쟁까지를 구조로 생각했다. 이한열 열사는 박종철 사건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위치에 있지 직접적으로 사건에 얽히진 않는다”며 “그런 부분을 조화롭게 매끄럽게 만들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평범한 보통 사람의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인물과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워낙 인물들이 많아서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스토리와 상황을 주면 좋겠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극 안에 들어갈 수 있게 구성이 됐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장준환 감독은 상업영화로서의 ‘1987’에 관해 “상업이라는 건 뭔가를 판다는 건데 여러 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의 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 정성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성을 다하면 팔릴 것이라 생각했다. 진심을 다해서 만들었을 뿐이지 세대별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중요한 건 이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공을 들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장준환 감독은 다양한 인물을 그리는 영화적 구조에 관해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를 담고 싶었다.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서 대통령 직선제를 자각하고 쟁취한 해다. 그 거리로 뛰어나오기까지 계속 열이 가해지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들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가치와 의미,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그렇게 뜨겁지도 순수하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87년을 바라봤을 때 그 사람들의 온기를 생각하면서 많은 용기와 힘이 됐다. 캐릭터의 열전, 각기 다른 캐릭터가 다 주인공이 되는, 결국은 전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하려는 박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은 “내가 맡은 역을 미워하게 될지 몰랐다”며 말문을 열어 웃음을 자아냈다.

   
 

김윤석은 “장준환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이다. 초고부터 봤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상황이었다. 영화적인 재미를 담아서 진실을 알릴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있었다. 당시 나도 대학생이었다. 흔쾌히 하게 됐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윤석은 “최검사 역의 하정우 씨와 나눈 대화 중에 사냥개끼리 싸워서 지면 주인에게 어떻게 되는지 묻는 말이 있다. 박처장은 본인의 정체성을 알고 있다. 결국 그 사람은 신념, 애국심이라 할 수 없는 권력의 도구일 뿐이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잘못된 노선을 탔는데 결국 그 버스가 퍼질 때까지 가다가 주저 않는 모습, 이중성에 관해 생각했다. 앞으로 더 지혜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이중성에 관해 정신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윤석은 “‘탁’치니 ‘억’이라는 대사를 내가 할 줄은 몰랐다. 그 말이 일간지 신문에 도배된 걸 본 세대다. 이 말을 30년 뒤에 내가 하게 될 건 생각도 못했다”며 “박종철 열사가 고등학교 2회 선배님이다. 이 배역을 누군가가 해야 이 영화가 만들어지니 기왕 하는 거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하정우는 박종철고문치사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에 맞서 부검명령서를 발부하는 최검사를 연기했다. 하정우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87년도에 초등학생이었다. 강 건너서 대학생 형들이 뭔가를 하고 있었고 최루탄 냄새가 났다. 대학생이 돼서 이런 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부분들이 굉장히 그럴싸했다. 그리고 놀라웠다. 어떤 시나리오보다 어떤 소설보다도 굉장히 밀도가 높았다.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재미라는 말을 하기 조심스럽다. 충격적이어서 결정하게 됐다”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하정우는 “시나리오에 그려지는 남영동 아저씨들의 모습은 수직적이고 딱딱하고 타협이 없을 것 같았다”며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물렁함이라고 일차원적으로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유연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물론 시나리오 안에도 최검사의 캐릭터는 물렁물렁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진실이 알려지는데 기여한 교도관 한병용을 연기한 유해진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공감이 됐다. 밀도가 있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마지막 부분 시나리오를 넘길 때 아픈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끝내는 희망을 하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시대 평범한 대학생 연희 역을 맡은 김태리는 “겉핥기로 알던 지식과 사건을 알게 돼서 재밌게 읽었다. 상황과 말이 속도가 붙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잘 보여주는 시나리오였다”며 “전반부는 속도감과 실화임에도 실소가 터져 나오는 장면들로 재밌게 봤다면 후반부는 지금 우리와 맞닿아있어 공감이 많이 됐다. 지금 내 또래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태리는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연희가 어떤지 묻기보다는 지금 광화문 광장이나 시대를 대하는 생각이 어떤지 물었다. 그러면서 정리가 안 되는 생각들을 정리했다. 시간이 되는 한 매번 광장에 나가려고 했었다”며 “광장에 나갈 때의 마음은 ‘나 하나 백만에 섞인다고 뭐가 이러지고 세상이 변할까’였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희로서 연기할 때 전율에 가까운 함성과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무슨 생각이 들까, 어떤 감정이 들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안 들으려고 하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숨어있던 작은 희망이 확 타오르는 듯한, 희망이 불 지펴지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진실을 보도하는 윤기자 역 이희준은 “시나리오를 읽고 1987년도에 관해 조사했다. 유튜브를 보다가 한참 울었다. 당시 촛불집회가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나갔다. 이후에 집회에 나갔다. 눈감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너무 이영화가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공형사 조반장 역의 박희순은 “과거는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잊고 싶겠지만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용기 있는 시민의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가해자 역할을 해서 죄송하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끝으로 박희순은 “아픈 과거는 잊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인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마주할 수 있었음 한다”고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한편 ‘1987’는 오는 12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