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 “언제나 진행형”…멈춤을 거부하는 열정
2017.11.28트위터페이스북RSS
   
 

“저는 ‘진행형’, ‘-ing’를 참 좋아해요.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백윤식은 ‘진행형’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했다. ‘싸움의 기술’, ‘타짜’, ‘관상’, ‘내부자들’ 등 수없이 많은 작품에서 그는 대체가 불가능한 캐릭터들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길고 긴 연기 인생을 걸어오며 쌓인 축적물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그의 행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9일 개봉하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는 30년 전 미제 연쇄살인사건이 다시 발생하며, 동네를 꿰뚫고 있는 심덕수(백윤식 분)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 분)이 힘을 합쳐 범인을 추격하는 영화다. 이 작품에서 백윤식은 꼬장꼬장한 성격을 지닌 열쇠수리공이자 맨션의 주인 심덕수로 분해 색다른 중년 버디무비를 완성시켰다.

“처음에 일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볼 때는 전체 틀을 봐요. 저를 필요로 하는 역할만 보는 게 아니라 책이 전체적으로 좋아야 그 안에 캐릭터도 존재감이 사는 거니까. 그런 과정이 시작이에요. 처음에는 원작 웹툰과 동일하게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였어요. 사실 처음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책이라는 게 완성본이 나올 때까지 변화가 있잖아요.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진행이 되는 과정에서 원작을 접하게 됐죠. 원작이 재미있더라고요. 우선 재미있어야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요. 그리고 소재도 특이하다고 할까, 한국 영화에서 손을 대지 않았던 소재라 관심이 갔죠. 그리고 제피가루 작가의 작품 후기도 보게 됐어요. 캐릭터의 원래 콘셉트도 알게 됐어요. 원래는 심덕수 한 명이 끌고 가는 건데 당시 작가의 원래 콘셉트와 동일한 사건이 터지면서 바뀌었죠. 박평달이라는 인물이 새로 형성됐는데 어찌 보면 한 인물이 둘로 분신이 된 거지. 원작을 접하고 작가의 후기까지 보면서 작품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고 오늘까지 오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중년의 백윤식은 이전에 없던 치열한 액션을 선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리슨이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반드시 잡는다’에서 백윤식은 처절하게 부딪치고 구른다. 그동안 작품에서 한 분야의 ‘고수’를 맡아오던 그가 이번에는 싸움의 고수가 아닌 ‘버티기 고수’로 분했다.

“할리우드로 통용되는 미국영화라고 하면 앞길을 걷는 건 사실인데 우리도 아이템이 많잖아요.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품과 비교해주시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한 건 의지력이 보이는 정신적인 액션이죠. 이전에는 일당백의 고수 액션을 했다면 이번에는 몸으로 때우는 대신 정신력이 살아있어요. 심덕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끝까지 205호를 구하기 위해 고난의 행보를 가잖아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지질하나 싶었죠(웃음). 영화 속에서 구르고 맞고 하면서 많은 인물을 상대했어요.”

백윤식은 가장 고생했던 장면으로 마지막 액션신을 꼽았다. 3일에 걸쳐 촬영했던 장면에서 백윤식은 겨울밤에 비를 맞으며 진흙탕을 뒹군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인위적인 날씨 때문에 고생했어요. 비 내리는 겨울밤에 진흙탕에서 뒹굴잖아요. 영화적으로 담아야 할 인위적인 환경인데 생각해보세요. 몇 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장면을 위해서 3일을 촬영했어요. 밤에 찍는데 겨울은 밤도 길잖아요. 그리고 비는 한여름 대낮에 맞아도 추워요. 겨울밤에 비를 맞고 온몸의 체온을 뺏기니 그런 상황에 애를 먹었습니다.”
   
 

백윤식은 1970년 KBS 공채 탤런트 9기로 정식 데뷔했다. 그 전에는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기인생 50년을 바라보는 백윤식은 인터뷰 도중 그가 걸어왔던 긴 세월을 돌아봤다. 작품 하나하나 소중하게 짚어가던 백윤식은 여전히 자신은 진행형이라며 완성을 거부했다.

“과거에는 ‘회색도시 속 고뇌에 빠진 지식인상’이 나의 주된 이미지였지(웃음). KBS ‘TV문학관’ 최다출연자예요. 한국문학전집을 순회하고 오리지널 창작물까지 방송했죠. 일주일에 한 편 내보냈을 때예요. 그땐 필름으로 촬영하고 후시녹음했어요. 120분짜리 주연을 맡으면 종일 녹음해야 돼요. 그때는 틀리면 시퀀스 전체를 다시 했어요. 자정 넘어 끝나곤 했는데 우스갯소리로 ‘혀에 쥐가 난다’고 했어요. 천재적인 우리 화가 이중섭 선생님을 다룬 것도 했고, 천재시인 이상화 선생님에 관한 영상 시극도 했죠. 춘사 나운규 감독님을 다룬 ‘아리랑’이란 작품도 3부작으로 했어요. 젊은 시절 왕성한 작품 활동이 오늘, 지금 진행형인 백윤식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진행형’, ‘-ing’를 참 좋아해요.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요.”

모든 배우가 시대의, 세월의 흐름에 따라 포지션이 변한다. 청년이 중년이 되고,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를 연기하게 된다. 백윤식은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아닌 독자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비결을 묻는 말에 그는 다소 무던하게 답했다.

“특별한 건 없어요. 배우는 작품 선택도 하나의 과정이지만 선택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에요. 선택해주는 분들의 이미지나 마인드가 중요하죠. ‘이 배우를 캐스팅하면 목적하는 캐릭터가 바람직하게 형성되지 않을까’하는 의도가 있겠죠. 제가 그런 해택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오랜 기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특별히 설명하기보단 그냥 가는 거예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데 우리 직업은 끝이 없어요. 검토하고 연구하고 창작하면서 하나의 캐릭터를 소화시키고 끝나면 또 다른 새로운 작품에 접목하는 거죠.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슬럼프가 있었는지 묻는 말에 백윤식은 “슬럼프라는 말 자체를 안 한다”고 답했다. 그는 작품에는 시기가 있는 거라며 깊은 내공을 드러냈다. 끝으로 백윤식은 ‘반드시 잡는다’와 같이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많아지길 기원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죠. 작품도 잘 됐으면 좋겠고. 이런 작품이 잘 돼야 한 쪽 장르로 몰리지 않고 소재가 다양해지잖아요.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다양한 음식을 즐기듯 관객 분들도 좋잖아요. 저희는 그저 현장에서 잘하면 되지 않나 싶어요. 자리를 만들어주면 최선을 다하는 거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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