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남한산성’ 김윤석 “정통사극 대사, 어느 순간 희한한 리얼리즘 붙어”
2017.10.11트위터페이스북RSS
   
 

완성된 ‘남한산성’을 본 소감을 묻는 말에 김윤석은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그대로 나와서 좋았어요”라며 만족을 표했다. 매 작품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불같은 배우 김윤석이 ‘남한산성’에서 그 어떤 액션보다 치열한 설전(舌戰)을 펼친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조선의 운명이 걸린 47일간의 남한산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상헌으로 분한 김윤석은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이병헌 분)과 첨예한 대립을 펼치며 다른 이념을 가진 두 충신을 그린다.

“스펙터클이나 히어로 서사가 없어서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히어로가 나오고 스펙터클이 크면 그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하면 실패의 역사고 인조는 조선 최악의 왕이라는 것으로 끝을 내는데 그것만 있었나요. 천민도 있었고 장수도 있었어요. 최명길, 김상헌과 같이 치열하게 움직였던 이들의 발자취는 알아야하지 않나 싶었죠. 이 영화를 통해 알렸으면 했어요. 그리고 소설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 믿음이 있었죠.”

‘남한산성’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임에도 기존 영화들의 흥행코드를 답습하지 않는다. 극을 이끄는 한 명의 영웅이 등장하거나 화려한 스펙터클과 승리의 카타르시스도 없다. 그래서 영화는 오히려 더욱 가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정통사극에 목말라있던 김윤석은 마침내 원하는 작품을 만났고 “필모그래피 중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에 했던 사극 ‘전우치’는 판타지라서 옷도 고증이 아니었죠. 사극을 한다면 정통사극을 하고 싶었어요. 연극을 했던 사람이라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클래식한 고전, 정통으로 만든 걸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다행히 만나게 돼서 좋았어요. 이전에 저를 선택하지 않은 작품도 있고 제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죠. 적절한 나이에 만난 것 같아요.”

영화는 원작의 텍스트를 그대로 재현한다. 김훈 작가의 묵직한 문장들을 살리기 위해 김윤석은 과거 연극을 하던 때로 돌아가 대사를 익혔다.

“오랜만에 연극 대사를 연습하듯 했어요. 대사의 전달, 문장의 전달이 워낙 중요했어요. 셰익스피어 작품도 처음에 하면 대사가 어색하잖아요. 계속 하다보면 희한한 리얼리즘이 붙어요. 현대는 신분이 없는데 사극엔 있잖아요. 그런 게 재미있어요. 항상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하는데 정말 감정을 실어서 하다보면 왕에게 읍소하게 돼요.”
   
 

인터뷰 내내 김윤석은 김상헌의 편에서 말했다. 작품에 임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김상헌의 입장과 생각을 읽으려 했다. 관객은 영화 속 김상헌과 최명길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의 입장을 고르기 쉽지 않지만 김윤석은 완벽히 김상헌에 녹아들었다.

“‘남한산성’은 울림이 있어요. 모든 낡은 것들이 사라진 후에 새로운 백성의 세상이 온다고 하는 게 좋았어요. 현대 정치를 빗댄 건 아니에요. 김상헌의 입장을 말하자면 옆집과 싸우는데 담 사이에서 타협을 볼 수는 있지만 옆집 사람이 안방에 들어오면 물리쳐야죠. 이미 쳐들어왔으면 결사항쟁을 해서 다시는 넘어오지 못하게 해서 선례를 남기면 안 되는 거죠.”

‘남한산성’은 대규모 자본과 최정상급의 배우, 스태프가 투입된 영화다. 이러한 영화의 특성상 감독 외 다양한 의견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동안 반영될 법도 하지만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생각을 관철했다. 김윤석은 “모든 면에서 굉장히 용감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 큰 제작비가 들어간 상업 영화에서 신파, 사랑 등을 다 쳐내고 본론으로 밀고 나갔다”며 황동혁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감독님이 너무 좋았어요. 거의 퍼펙트하게 준비하시는 감독이에요. 미국서 공부를 하고 와서 그런지 시간관념이 투철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해오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예요. 그래서 살이 안 찌나 봐요(웃음).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책임감이 굉장하신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오케이’도 가장 시원하게 해요. 목표하던 그림이 나오면 바로 오케이를 외쳐요. 머리가 굉장히 빨리 돌아가는 사람 같아요. 배우가 아쉬우면 더 찍고요. 굉장히 합리적이시죠.”
   
 

무엇보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돋보인다. 특히 청과의 화친을 두고 인조에게 강하게 주장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은 영화의 백미를 장식한다.

“대사가 조사 하나를 바꾸면 뉘앙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느낌이라 다들 앉아서 대본만 봤어요. 진지한 집중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현장에서 정말 팽팽한 공기가 있어요. 아무도 방해될까봐 움직이질 않았어요. 함께 만들어간 기억이 크죠.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요. 배우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어요. 너무 좋은 배우들이죠. 저는 해일씨가 연기한 인조 역할이 어려우면서 매력적이었어요. 심지어 저는 김상헌이 아니라면 인조를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인조는 조선 최악의 임금, 무능의 전형이라고 여겨지잖아요. 스스로 왕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을 텐데. 유능한 왕이었음 좋았겠죠. 그런데 그릇이 맞지 않아서 괴로운 거죠. 그런 인간적인 고뇌가 좋았어요.”

381년 전 남한산성에서 조선의 운명을 건 항전이 벌어졌고, 치욕의 역사가 기록됐다.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건 이를 외면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이다. 끝으로 김윤석은 영화가 정치적 뉘앙스로 소비되지 않길 바라면서 영화가 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굴욕의 역사, 치욕의 역사라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삶의 일부예요. 계속 살아야 다음 사람이 태어나고 역사가 이어지는 거니 외면할 건 아닌 거죠. 남한산성은 지금도 있잖아요. 400년 전에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 우리는 그곳을 등산하고 산책하죠. 그리고 그들이 봤던 보름달을 보잖아요. 그땐 슬펐던 달이 지금은 한가위 명절의 달이 됐어요. 긴 호흡인 거죠. 힘든 일이 많은데 단단하게 극복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숨 쉬고 농담도 나눴으면 해요. 그리고 ‘남한산성’을 현대정치와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해요. 마른 감독이 죽도록 만든 영화인데 다른 뉘앙스로 소비되면 안타깝잖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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